• 독일 베를린에 묻힌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음악적 뿌리를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가 주최하고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사장 손혜리)이 주관하는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기원 공연 '윤이상, 그 뿌리를 만나다!'가 23일 오후 8시 국립국악원에서 선보인다.

    '상처 입은 용'으로 수식되던 윤이상은 동서양의 음악을 융합한 세계적인 현대 음악가로 평가받는다. 오페라와 실내악까지 유럽에서 작곡한 100곡이 넘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은 동아시아의 사상과 문화적 전통을 토대로 하고 있다.

    손혜리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은 "윤이상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독창적 음악의 뿌리에는 우리의 전통음악이 있었다. 그의 음악을 통해 전통음악의 가치를 조명하고 싶었다"며 "윤이상의 음악을 다시 무대로 불러오는 계기가 되고, 한국 예술의 힘을 알릴 수 있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예악'과 '무악', 그리고 이 작품들에 영감을 준 전통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로, 동·서양악단 최초 교차 연주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무용단의 100여명의 단원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의 100여명의 연주자가 한 무대에 오른다. 

    윤이상의 대표 교향곡인 예악(禮樂)과 무악(舞樂)은 '동양의 사상과 음악기법을 서양 음악어법과 결합해 완벽하게 표현한 최초의 작곡가'라는 평가를 가져온 곡들이다. 1966년 독일 도나우에싱겐 현대음악제에서 초연된 '예악'은 윤이상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안긴 작품으로 '종묘제례악'과 '수제천'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무악'은 궁중무용 '춘앵전'(임금의 생일잔치 연에서 추던 꾀꼬리 춤)에서 영감을 받아 꾀꼬리 춤을 추는 무용수와 이를 둘러싼 유럽 구경꾼들을 음으로 표현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춘앵전'과 윤이상의 '무악'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종묘제례악', '수제천', '춘앵전'은 조선시대 궁중음악기관 '장악원'의 맥을 잇는 국립국악원의 연주와 춤으로 펼쳐진다. 윤이상의 '예악'과 '무악'은 성시연이 지휘하는 경기필이 연주한다. 특히, 성시연 지휘자는 지난해 12월 경기필을 떠난 뒤 두 달 만에 함께하는 공연이다.
  • 경기필은 2017년 9월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베를린 뮤직페스티벌이 마련한 '윤이상 데이' 행사에 초청돼 '예악'과 '무악'을 연주했다. 성 지휘자는 "지난해 공연을 통해 윤이상 작품에 상당한 애정을 가지게 됐다. 책이나 생전 인터뷰 등을 보고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 해외에서 최대한 많이 연주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윤이상의 음악을 연주할 때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선율 하나만 봐도 붓을 그리는 것 같은 묘사, 한국적인 멜로디 흐름, 모든 것을 아우르는 방향성 등 외국 작곡가에게 느낄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면서 "작곡가 윤이상, 한국의 음악, 한국의 정신 세 가지를 조명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윤이상의 '무악'과 현대무용이 함께 만난다. 102명의 오케스트라의 생생한 라이브 연주와 아트프로젝트보라의 현대무용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또 '오보에 독주를 위한 피리' 연주에서는 피리 독주곡 '상령산'과 구성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한편, 윤이상은 1967년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이른바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이념 논란에 휩싸여 독일로 추방당했고, 1995년 11월 영면할 때까지 돌아오지 못했다. 유족은 '고향 통영의 바다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전 뜻에 따라 유해를 통영으로 이장하기로 하고, 가토우 공원 묘지를 관장하는 베를린시에 이장 요청해 승인받았다.

    유해는 23일 베를린 현지에서 이장 행사를 가진 뒤 항공편을 통해 25일쯤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후 유해는 3월 30일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식이 열리는 날에 맞춰 이장식을 거쳐 통영에 안장된다.

    관람료 2만원. 문의 02-6339-1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