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했다" 미투운동, '마녀사냥' 아닌 '사회정화운동'으로 승화돼야

'폐쇄적 조직 문화'가 연희단거리패 사태 키워
선배 극단원, 충성맹세 받듯 후배들에게 입장 표명 강요

조광형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2.22 12:24:11


"그곳은 지옥이었습니다."

이윤택(사진)을 비롯한 극단 연희단거리패 수뇌부들이 이윤택의 성폭행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내부자 고발'을 해 관심을 모은 연출가 오동식은 지난 21일 극단 동료들의 비리를 폭로한 글에서 '그곳을'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연희단거리패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난 상황에도 그들은 피해자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이 살 궁리만 하고 있었다.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와 김보리(가명)의 '미투 고백'이 나온 이후 수차례 대책회의를 가진 단원들은 사태가 잠잠해지면 4개월 뒤 다시 연극을 하자는 뻔뻔한 대화를 나눴다. 기자회견에 대비하자며 회의를 소집한 극단 수뇌부는 이윤택에게 성폭행은 사실이 아니라는 거짓말을 연습시키고, 심지어 표정 연기까지 지도하는 인면수심의 면모를 보였다.

파문이 확산되자 한 선배 단원은 후배들에게 마치 조직폭력배들이 부하들에게 '충성맹세'를 강요하듯, 본인의 입장을 밝히라고 다그쳤다. 이윤택이 안마를 원한다며 후배들의 등을 떠민 것으로 알려진 극단 대표는 "우리가 숨어 다녀야 될 정도로 잘못을 했느냐"며 오히려 큰 소리를 쳤다. 적반하장도 유분수, 후안무치의 극치를 달리는 모습이다.


오동식의 고발문을 보면, 이번 이윤택의 성추행(성폭행) 사태는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썩을대로 썩어빠진 한 극단의 적폐(積弊)가 터진 사건이었다. 이윤택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행동을 두고 "극단 내에서 18년 가까이 진행된 관습적인 나쁜 행태"라고 말했다.

힘없고 어린 여자 후배들을 상대로 일부 선배 단원들이 전횡(專橫)을 휘두르는 모습. 이것을 알고도 묵인하는 단원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나오지 않는 상태. 오동식이 '내부 고발자'이면서 또 다른 '가해자'로 몰리고 있는 것처럼 단원들 중 그 누구도 이번 사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침묵을 강요 받았다고는 하나, 조직적인 은폐 행렬에 가담한 건 순전히 본인의 의지였을 터. 이번 사건은 폐쇄적 조직 문화가 어떻게 개인을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제2, 제3의 연희단거리패가 도처에 있다는 얘기들이 빗발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같은 커뮤니티 게시판엔 매일매일 새로운 '미투 고백'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 대 개인으로 이뤄진 피해 사례도 많지만 연희단거리패의 경우처럼 한 집단 내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성폭력들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배우 조민기의 케이스도 마찬가지다. 2004년부터 겸임교수로 청주대에 출강하기 시작한 조민기는 그들 세상의 왕이었다. 유명 탤런트이자 교수인 조민기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은 침묵을 강요 받았고, 연희단거리패 같은 비극이 수년째 반복됐다.

개인은 집단의 구성원이지만, 결코 집단과 동일시될 수는 없다. 집단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건 공동체 의식이 아니라 낡은 전체주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집단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개인의 권리가 철저히 짓밟히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가 딱히 좋아보이진 않는다. 집단의 이익을 가져오기는 커녕, 선수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며 온갖 비난에 시달리는 역풍을 맞았다.

용기 있는 개인의 결단만이 집단을 바꿀 수 있다. '미투 운동'이 단순한 마녀사냥이 아니라, 사회를 정화시키는 계기로 승화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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