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표 경제수석, 기자간담회서 "외교·안보적 시각서 확대해석 하는 것 적절치 않아"
  • ▲ 홍장표 청와대 경제 수석이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DB
    ▲ 홍장표 청와대 경제 수석이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DB
    미국과 중국 양쪽으로부터 무역 제재를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미국에게만 'WTO 제소'를 예고했다.

    나아가 보복 관세 부과의 가능성도 열어두면서, 통상 분야에서 미국과 마찰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우리의 주요 교역파트너들과 통상 문제에 대해 우리의 국익 확보라는 관점에서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응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 수석은 "그 잣대는 WTO협정을 비롯한 국제 통상 규범이 될 것"이라며 "필요시 이러한 규범에 입각한 대응조치를 과감히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WTO 분쟁의 해결 절차는 당사국 간 불필요한 마찰 없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라며 "이를 외교안보적 시각에서 확대해석하거나 상대방 국가에 대한 비우호적 조치로 간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 수석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이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한 것에 대해서는 양자간 협의를 진행중이지만, 만일 협의가 결렬되면 WTO 제소를 추진할 예정이다. 철강제품의 반덤핑 관세 조치에 대해서도 WTO 분쟁해결절차를 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WTO 제소와 한·미 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나가고,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서도 부당함을 적극 주장하기 바란다"고 발언한 것의 연장선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2월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산 철강에 대해 미국의 안보를 저해할 위협이 있다'는 취지의 미국 무역 확장법 제232조 보고서를 제안했다. 지난 1월 23일에는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가 있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근 미국과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 엇박자가 나는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청와대는 이를 반박했다.

    홍 수석은 "(철강 산업 문제는) 정치·외교적 관점보다는 미국의 경제·산업적 고려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미국 대통령이 4월에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미국 측 우려에 대한 통계자료와 논리를 보강해 아웃리치 활동을 실시하고, 업계 피해가 최소화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 또한 "미-북간 대화, 그리고 남-북 간 대화와 안보 문제에 관련해서는 확실하게 안전 궤도에 들어섰다"며 "튼튼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그 부분에 대해선 흔들림이 없다는 인식이 바탕에 있고, 현실적으로 제기되는 기업들 사이 이해 충돌 문제들은 다른 논리로 풀어나가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WTO에 제소했을 경우를 가정하면서 '보복관세'를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길을 최대한 가는 것"이라며 "제소하는게 아무 실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승소한 경우 후속조치로 취할 수 있는 게 적법한 절차를 통해 미국에 보복 관세를 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려져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제소를 통해 실질적으로 협상하지 않고 있느냐"며 "일종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나름대로 이점들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동맹국인 미국과의 강대강 대립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미국의 추가 압박 가능성에 기죽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다만 'FTA 폐기' 카드에 대해서는 "지금 한창 협상이 진행중"이라며 "당장 그말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홍 수석은 중국에 대해서는 사실상 WTO제소를 검토하지 않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 박근혜 정부당시 우리 정부가 북핵 위협에 맞서기 위해 사드배치를 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로 우리 기업에 대해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이 평창 동계 올림픽 계기로 방한한 중국 한정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롯데 등 우리 기업들이 중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중국 성장의 온기가 우리 기업들에게도 미칠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 수석은 이날 "중국의 경우, 우리의 투자기업이나 관광 등 특정 품목에 대한 조치의 행위자나 근거를 찾기 어려운 기술적 애로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문제와 관련해 제도적 변화들을 통해 그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 국가를 막론하고 동일한 원칙과 잣대가 사용될 것"이라며 "국가나 나라마다 차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