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박근혜 전 대통령 檢 피의자 신문조서 전문 공개..."믿음 가졌는데 이렇게 될 줄이야"
  • 박근혜 정부를 벼랑 끝으로 내몬 최순실(62)씨가 지난 13일 1심에서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최순실씨의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뇌물 232억원을 비롯해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범 관계를 인정하는 등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결했다.

    따라서 당시 대통령의 지위를 갖고 있던 박 전 대통령이 향후 재판에서 최씨보다 무거운 형량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난 14일 <월간조선>은 지난해 6월 작성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전문(全文)을 단독 입수해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월간조선>이 공개한 조서에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최순실·정윤회와의 관계, 비선실세 국정개입, 미르·K스포츠재단, 삼성과의 관계 및 블랙리스트까지 검찰과 박 전 대통령의 질문·답변이 그대로 담겨 있다.

    <뉴데일리>는 이 중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와의 관계에 대해 검찰에 밝힌 내용을 요약해 보도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지난해 3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이뤄졌다. 이후 4차례 조사는 박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3월 31일 이후 진행됐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과의 인연에 대해서는 정하면서도 세간에 쏟아졌던 수많은 의혹은 대부분 부인했다.

    최순실과의 관계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알고 지낸 것은 오래됐다. 가족이 있으면 챙겨 줄 옷이나 생필품 등 소소한 일들을 최순실이 조용히 도와줬고, 오랫동안 도와주다 보니 내 생각도 잘 이해하는 편이어서 가끔 청와대에 와서 밖의 여론도 들려주곤 했다"며 최씨와의 인연에 대해 인정했다.

    그러면서 "대선을 치를 때 여러 캠페인이나 연설 등 할 일이 많았는데 최순실은 제 말이 국민에게 좀 더 쉽게 전해질 수 있도록 말을 가다듬어주는 데 감각이 있어서 도움을 받았다"면서도 "최순실에게 국가의 정책이나 인사·외교와 관련된 수많은 문건들을 전달해 주라고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하며 그간 세간에 떠들석했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서는 이렇게 해명했다.

    "최순실이 오랫동안 유치원을 운영한 경험은 있지만 국가정책이나 외교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은 제가 그와 같은 최순실에게 국가의 주요 정책이나 외교 문제를 상의해서 결정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생각할 수 없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1998년 보궐선거로 정치에 입문할 당시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었는데 최순실의 어머니인 임선이가 식사·가정사 등에 도움을 줬고 최순실 남편 정윤회가 보궐선거 과정에서 비서실장 역할을 했다. 최순실이 큰 도움을 준 것은 없었다"며 "(다만)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오랜 인연이 있는 최순실이 이런저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신문 과정에서 검찰이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최태민 목사 및 최순실과의 관계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었음에도 최순실로 하여금 선거운동을 돕도록 한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사실이 아닌 모함에 대해 특별히 신경쓰지 않았다. 최순실처럼 나를 도우려는 사람에 대해 근거 없는 모함을 받는다고 해서 내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안봉근·정호성·이재만 등에 대해서도 "최순실이 저와 오랫동안 인연이 있었고 연배도 다른 비서진보다 높았으며 최순실의 남편인 정윤회가 비서실장 역할을 한 적이 있으므로 그들이 자연스럽게 최순실의 의견을 들었을 것"이라며 "내가 따로 지시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이른바 '대포폰'을 이용해 최순실과 통화를 했느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보안폰'이라고 해서 비서가 전해 준 전화기를 비서에게 맡겨 놓고 있다가 전화를 사용할 일이 있으면 그 휴대폰을 받아서 사용하곤 했다"면서 "차명폰이라는 것은 언론보도가 나서 알게 됐고 보안폰과의 차이도 몰랐다"고 했다.

    최순실과 주로 무슨 내용의 통화를 했냐는 검찰의 질문에 대해서 박 전 대통령은 "주로 의상 문제로 통화했고, 다른 사적인 심부름을 시킬 때 통화했다"고 했고, 최순실이 독일에 도피 중이던 2016년 9월부터 2개월 동안 총 127회 통화한 이유와 내용은 무엇이고 최순실에게 귀국을 권유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최순실과 그렇게 통화를 많이 하지 않았고, 최순실이 독일에 체류하고 있을 당시 직접 최순실에 전화해 한국으로 귀국해 진상을 밝히라고 권유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윤전추 행정관과 박재범 행정관이 최순실의 추천으로 청와대 행정관에 채용됐느냐는 질문에는 "최순실의 추천이 아니며 비서실에서 정식 채용한 직원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최순실이 1999년경부터 의상비, 2013년경부터 진료비를 피의자 대신 납부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고, 개인적으로 사용해야 할 돈은 내가 모두 냈다"고 했으며, "최순실이 의상실 관계자에게 건넸다는 현금은 내가 최순실에게 지급한 현금을 최순실이 대신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그밖에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를 최순실이 관리해 줬다거나 청와대 안가(安家) 인테리어를 최순실에게 맡겼다는 의혹에 대해서 박 전 대통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개인적으로 고용한 오래된 사저 관리인이 있었으며, 안가 위치를 민간인에게 알려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최순실은 내 주변에 있었지만, 그 어떤 사심을 내비치거나 부정한 일에 연루된 적이 없었고, 그랬기에 최순실에 대해 믿음을 가졌던 것인데, 이제와서 돌이켜 보면 그러한 내 믿음을 경계했어야 했다는 늦은 후회가 든다"는 소회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는 3월 말에서 4월 사이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지난 13일 김세윤 재판부가 인정한 최씨의 혐의가 박 전 대통령과 대부분 겹치는 데다 대통령 지위에 대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어떤 선고가 나오더라도 최씨보다 높은 형량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