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신 기자간담회, 아리송한 발언… '핵폐기·비핵화' 전제없는 접촉 가능성 시사한 듯
  •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남녀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에서 파도타기 응원을 하고 있다.ⓒ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남녀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에서 파도타기 응원을 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17일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평창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내외신 기자들의 간담회에서 한 외신기자의 '남북정상회담을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물을 얻기 전부터 숭늉을 기대하는 것이 성급한 만큼 남북 대화 분위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핵폐기 또는 비핵화 등 성과를 언급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하면서 한반도에 고조됐던 긴장을 완화시는데 성공했다"며 "남북 대화가 상당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남북 관계가 더 개선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북한 간에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며 "지금 이뤄지고 있는 남북 대화가 미북의 대화와 비핵화로 이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강경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해석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다.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주체(주어)가 누구냐는 문제다.

    주어가 문 대통령 본인을 지칭한 것이라면, 무리하게 남북대화를 밀어붙이면서 소원해진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북제재로 고립된 북한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는 여론의 비판과 강경론을 고집하는 미국과 일본을 의식, 속도조절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주어가 질문한 기자 혹은 성과 없는 남북정상회담을 우려하는 여론이라면 정반대의 의미다. 숭늉을 얻기 위해선 밥을 먼저 지어야 하는 만큼, 비핵화나 핵폐기 조건 없이도 일단 남북대화 또는 정상회담을 밀어붙이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의 전체 행간을 살펴볼때 진짜 의도는 후자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이 경기에 참여하고 대화에 나선 것을 높게 평가하는 등 긍정적 평가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올림픽이 아주 성공적으로 치뤄지고 있다"며 "정부는 이번 올림픽을 ICT(정보통신기술) 올림픽으로 만들겠다고 목표를 세웠고 5세대 이동통신 기술과 수준 높은 드론 기술까지 선보였다. 또 하나의 목표인 문화 올림픽으로 개막식에서 한국의 전통과 현대 문화가 결합된 한류 문화도 보여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가장 중요한 목표는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남북 단일팀의 공동 입장, 공동 응원 등이 전 세계인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또다른 외신기자가 '정상회담 가능성이 있느냐'며 거듭 물었을때도 "조금 전 답변으로 대신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