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이후 한반도 정세 上. 일반적 예측·분석 종합해보니
  • ▲ 지난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당시 입장하는 태극기. 주최국 국기로 모습을 드러냈다. ⓒ2018 평창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당시 입장하는 태극기. 주최국 국기로 모습을 드러냈다. ⓒ2018 평창 사진공동취재단.
    지금 열리고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2월 25일 막을 내린다. 이어서 열리는 평창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 기간은 3월 9일부터 18일이다. 국내 많은 언론들이 전문가들을 인용해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난 뒤 남북 관계에 큰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는 보도를 계속 내놓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벤트로는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할지 여부다.

    한국 정치권·언론 “남북 관계와 한미 동맹, 우선순위 따라 갈림길”

    한국 언론과 정치권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때문에 연기했던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하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한반도 정세 변화의 중대한 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주장을 내놓는 사람들은 김여정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구두로 전달한 ‘방북 초청’, 즉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현 정부가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따라 남북 관계는 물론 한미 동맹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한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서 ‘대북 특사’ 후보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라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 연례적인 한미연합훈련 실시를 중단할 수 있다는 주장을 믿는 사람들도 많다.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을 자극하지 않고 ‘남북 관계 개선’에 집중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에게 양해를 구해 한미연합훈련의 보류를 다시 한 번 요청하고, 김정은은 이런 문재인 정부를 돕는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 제안’과 같은 유화적 제스처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이어서 나오고 있다.

    일단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김정은과의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려 애쓰고 있다. 이들을 지지하는 언론들 또한 ‘바람잡기’에 나섰다. 그런 대표적인 행동이 마이크 펜스 美부통령과 렉스 틸러슨 美국무장관 등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보도를 내놓는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에 반대하고 한미연합훈련 속개를 요청하는 일본 정부를 한반도 문제에서 떼어놓기 위한 보도도 나온다. “일본이 각급 학교에서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가르치기로 하는 도발을 했다”는 보도가 대표적이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것이 ‘일본의 느닷없는 도발’로 변한 것이다.

  • ▲ 2017년 12월 19일 서울-강릉 KTX 개통 당시 美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 文대통령은 당시
    ▲ 2017년 12월 19일 서울-강릉 KTX 개통 당시 美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 文대통령은 당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할 수 있다"는 발언을 처음 내놨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정부 “남북관계개선 통한 한반도 비핵화 위해 훈련 중단” 가능성

    문재인 정부와 이를 지지하는 언론, 학자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김여정과 김영남이 오고, 북한 선수단과 예술단, 시범단 등이 한국에 온 것, 김여정이 김정은의 친서를 갖고 내려온 것이 ‘남북관계 개선의 증거’라며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한 한반도 긴장 완화는 남북한과 미국의 협력 덕분”이라는 식의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이들은 “북핵 해결의 지름길은 북한과의 대화”라며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일본을 설득하고, 이 과정에서 중국과 협력해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을 동결시키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주장한다.

    1991년 남북 비핵화 합의 이후 1992년 실시하지 않았고 1993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한미연합훈련 ‘팀 스피리트’에서 그 전례를 찾고 있다. 한반도 핵 위기가 고조됐던 1994년부터 노무현 정권 마지막 해인 2007년까지는 미군 증원훈련인 RSOI 훈련이 있었지만 미군 전략자산 등이 전진 배치되지 않았으므로 북한에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운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 지지 세력들은 1991년 12월 31일 남북 양측이 한반도 비핵화 합의를 한 뒤 1993년 초부터 1994년 12월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김영삼과 김대중, 노무현의 ‘민주화 정권’ 시절 동안인 1995년 부여 간첩사건,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 1998년 12월 서해 반잠수정 격침 사건, 1999년 6월 15일 제1차 연평해전과 2002년 6월 29일 제2차 연평해전, 2009년 11월 10일 대청해전까지 북한이 끊임없이 도발했다는 점은 잘 언급하지 않는다.

    반면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이런 북한의 대남도발과 함께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의 대북유화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에 한미연합훈련을 속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국방부 등이 한미연합훈련 실시 일정이나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점을 문제 삼으며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하지 않으면 북한이 오판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다가는 곧 적화통일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 ▲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여야 의원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여야 의원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GM이 한국 공장을 폐쇄하고 美디트로이트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채널A 관련보도 화면캡쳐.
    문재인 정부, 한미연합훈련 취소하면 美대북선제타격 할까?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만약 문재인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급히 추진하면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대북특사를 파견하고 한미연합훈련을 보류하거나 아예 취소할 경우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물론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압박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북한 문제에 있어 계속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이면 미국은 결국 한국과의 상의 없이 대북 선제타격을 할 것이고, 그 결과 한반도는 초토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사람들은 트럼프 정부가 ‘빅터 차’ 美조지타운大 교수의 주한 美대사 내정을 철회한 것도 한미 간의 갈등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선제타격 전략에 반대한 것이 문제였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어떤 사람들은 최근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해 ‘세이프 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와 함께 30~80% 수준의 상계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일, 美자동차 회사 GM이 군산 공장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는 모습과 이를 트럼프 美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일이 미국의 한국 압박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지적처럼 문재인 정부는 정말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무기한 연기 또는 취소할까? 문재인 정부가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자고 하면 미국은 그것만으로 한국과 아무런 논의도 없이 대북선제타격을 할까?

    이런 지적은 논리의 비약과 극단적인 선택의 연속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현실적이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나 트럼프 정부 모두 그렇게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 지난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북한 김여정, 김영남 등의 모습. ⓒ2018 평창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북한 김여정, 김영남 등의 모습. ⓒ2018 평창 사진공동취재단.
    좌·우 넘나드는 ‘여의도 꾼들’의 논리로 본 대안

    문재인 정부가 실행할 방향은 선거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모이는 ‘여의도’에서 짐작할 수 있다. ‘여의도’에서 나오는 주장 가운데 하나가 한미연합훈련을 8월에 있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과 통합 실시하자고 미국 측에 요청하고, 문재인 정부는 그 전에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 ‘동결’을 이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선거 때면 자신의 이익에 따라 좌파로도 우파로도 변신하는 여의도 정치꾼들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한미연합훈련, 남북정상회담 문제를 모두 오는 6월 지방 선거와 재보궐 선거에 쓸 ‘정치적 소재’로만 생각하고 있다. 이런 여의도 정치꾼들의 시각에서 북한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문제와 남북정상회담, 한미연합훈련은 모두 국내 선거에 필요한 ‘변수’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가장 큰 관심은 문재인 정부가 누구를 대북특사로 파견할 것인가, 트럼프 정부와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맡아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갈등을 조정할 사람은 누가 있는가, 이런 과정에서 지방 선거와 재보궐 선거에 누가 출마할까 등이다.

    이런 여의도 정치꾼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판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극단적인 선택을 피하면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펼치고 있다. 이들의 말을 무시할 수 없는 여당과 야당은 문재인 정부에 비슷한 결의 요구를 해댈 것이고, 결국 ‘타협안’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

    즉 언론에서 한미연합훈련 이후 한반도 정세가 ‘급변’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은 여야 정치인과 여의도 정치꾼, 그리고 이들과 통하고 있는 정부 고위관료들이 언론에 흘리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언론에서 이런 위태로운 분위기를 강조하고 설 기간 동안 전국적인 여론을 조성해야만 문재인 정부도 여의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고 ‘극단적인 선택’을 피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여의도식 시각’을 참고해 한미연합훈련과 남북정상회담, 대북특사 파견 등을 추진한다면, 4월 한미연합훈련은 일단 잠정 연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현재 문재인 정부 안팎에서 나오는 ‘대미특사 파견’도 이와 관련한 메시지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는 11년 만에 맞은 ‘남북정상회담’의 기회를 놓치기도 싫고, 그렇다고 전국민적 반대를 초래할 한미 동맹의 균열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낙인찍히기도 싫은 상황이므로,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기 전에 한미연합훈련을 오는 8월 전후로 연기하고, 그 사이에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정상회담’ 등을 성사시키는 한편 김정은에게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약속을 받아내고자 노력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노력을 경주하는 동안 미국과 북한 간의 ‘말싸움’과 긴장 상황은 계속될 것이고, 한일 관계는 갈수록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下. 한반도 최악의 상황 계산해 보면]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