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전국 편의점주 대상 근무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 '명절 자율휴무제' 강조현장서는 "매출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심야영업, 가장 큰 문제는 최저임금" 지적
  • ▲ 편의점 CU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 고객.ⓒCU 제공
    ▲ 편의점 CU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 고객.ⓒCU 제공

    설 연휴를 맞아 편의점주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시간 운영하는 심야영업제도를 완화해 근로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3일 서울시 소재 5대 편의점 가맹주 951명을 대상으로 근무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내용에 따르면 편의점주들의 평균 휴일은 한달 평균 2.4일, 식사시간은 15.6분에 불과했다. 편의점주의 평균 주당 근무시간은 65.7시간으로 일반 자영업자들의 주당 근무시간인 48.3시간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주 10명 중 4명은 "한달에 쉬는 날이 단 하루도 없다"고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이 허용하는 근로자의 최대 근로시간은 주당 68시간이다.

    이처럼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다 보니 편의점주들은 건강 이상을 호소하기도 했다. 10명 중 7명이 장시간 근무로 인해 1개 이상의 건강이상 증세를 보였다. 그 중에서도 소화기질환이 57%로 가장 많았다. 이어 디스크질환, 불면증 등 순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주들이 쉴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365일 24시간 심야 영업제' 때문이었다. 현행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24시간 영업 여부는 본사와 가맹점주의 계약에 따라 정할 수 있으나 사실상 본사의 방침대로 움직이게 돼 있다.

    특히 대형 편의점 브랜드 대부분은 365일 24시간 문을 여는 조건으로 한 달 최대 수십만 원의 전기료 등을 가맹점에 지원하고 있다. 본사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가맹점들이 본사 방침을 따르는 수 밖에 없는 형식인 것이다. 서울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주 10명 중 9명은 "현재 편의점 심야영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해당 자료에서 "휴일·심야영업은 소비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으나 심야근무 인력 확보의 어려움, 점원과 점주의 건강권 침해 및 범죄 노출 등의 단점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명절 자율영업 확대방안을 제시했다.

    시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10명 중 6명은 '명절 자유 휴무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가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점주들의 경영난 해소를 목표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한 소상공인 및 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내놨다. 심야영업 시간대의 매출이 저조해 6개월간 영업손실이 발생할 경우, 가맹본부가 영업시간 단축시간을 늘려 편의점주의 휴식권을 늘리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목소리는 정부의 생각과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실제 편의점 가맹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정부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의 실태조사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지만 편의점주들의 휴식권을 침해하는 요소 중 가장 큰 원인은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것이다.

    서울 중구 북창동의 한 편의점주는 "편의점주들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열악한 근무 환경에 놓인 것은 맞지만, 심야 영업을 안하려고 해도 매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4시간 영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여차하면 문을 닫는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가장 큰 매출폭을 기록하는 시간대는 자정에서 새벽 2시 사이다. 해당 시간대 매출 효자 종목은 가격대가 높은 주류 및 숙취 해소음료 등이다. 해당 제품들의 심야 시간 판매율은 낮 대비 3배 이상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업계 1~2위를 다투는 CU·GS25 등이 24시간 운영을 원칙이 아닌 선택사항으로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운영되는 약 3만 5,000여개의 편의점 중 80% 이상은 24시간 심야영업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역시나 문제는 최저임금이었다. 대부분의 점포에서는 편의점주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다. 가족 운영 형태를 제외하면 편의점주 혼자 24시간 영업을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년대비 16.4% 인상된 최저임금 7,530원이 적용된 지 약 한달 반이 지난 현재, 전국 곳곳에서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하는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안이 발표된 후인 12월 편의점 대표 3사(CU·GS25·세븐일레븐)의 순증 규모는 눈에 띄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순증이란 개점 점포 수에서 폐점 점포 수를 뺀 수치다.

    건물 임대료와 매출은 그대로인데 인건비가 10% 넘게 상승한 것이 그 원인이다. 수입은 같은데 지출만 증가한 것이다.

    종로구의 한 편의점주는 "아르바이트생을 더 고용하고 싶어도 인건비 부담 때문에 할 수가 없는 처지"라며 "여기서 인건비를 더 늘리면 가게 문을 닫는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한 대형법인의 공인노무사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전체적인 논지에는 찬성하지만, 현재의 인상폭은 너무 과한 측면이 있어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추석 때 박원순 서울시장의 편의점 방문 및 간담회에 이은 후속조치로 이뤄졌다. 편의점주의 노동시간 및 휴식일 보장 여부, 심야영업 여부, 건강상태 등 근무환경 등에 대해 조사다.

    서울시는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실태조사 결과 확인된 편의점주 근로환경 실태와 문제점에 대하여 모범거래기준 수립·배포 및 법령개정 건의 등을 통해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와는 너무나 큰 괴리가 있어 편의점주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