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들 "무너지는 소상공인...낮지 않은 최저임금, 낮다고 왜곡하는 이들이 문제"
  • ▲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 1월 27일 조선일보 인터뷰 발언이 사용자(경영계) 측에 편향됐다는 이유로 노동계 위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은 어수봉 위원장이 자리를 뜨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설 연휴가 끝난 20일 3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뉴시스
    ▲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 1월 27일 조선일보 인터뷰 발언이 사용자(경영계) 측에 편향됐다는 이유로 노동계 위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은 어수봉 위원장이 자리를 뜨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설 연휴가 끝난 20일 3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뉴시스

    올해 최저임금이 16.4%로 대폭 인상되면서 소상공인들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가운데,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을 두고 노사(勞使)가 다시 머리를 맞대기로 해 주목된다.

    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어수봉)는 오늘(20일) 3차 전원회의를 열어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편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전원회의 주요 쟁점은 상여금·숙식비·주휴수당 등의 최저임금 포함 여부다.

    현행 최저임금은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정기상여금나 식비·주휴수당은 포함되지 않아 노사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계는 상여금을 비롯해 교통비·숙식비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협소하기 때문에, 올해부터 큰 폭으로 오르는 인건비를 현행 제도에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업이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춰 인건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현행 최저임금제를 유지하면서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만일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면, 낮은 기본급에 상여금 비중이 높은 한국 임금체계부터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단기 근로자 비중이 높은 자영업자들은 노동계 측보다 더욱 절박한 실정이다.

    자영업자들은 당장 주휴수당이라도 산입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주휴수당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1,510원 수준인데, 이를 올 최저임금 7,530원과 합산하면 9,000원을 넘게 된다.

    만약 노동계 측의 주장이 관철된 경우 자영업자들은 줄도산을 면치 못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

    더욱이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기도 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도달'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자영업자들의 인내가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 ▲ 14일 오전 서울역 인근에 '최저임금 7,530원에 나라 망해요? 그런 나라 필요 없다'는 문구를 새긴 민노총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호영 기자
    ▲ 14일 오전 서울역 인근에 '최저임금 7,530원에 나라 망해요? 그런 나라 필요 없다'는 문구를 새긴 민노총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호영 기자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2년 연속 최저임금 15%가량의 인상이 불가피하다. 올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인해 고용절벽·물가인상 등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연이어 오르는 물가에 시민들은 인근 상점을 외면하고 최저가를 외치는 대형마트로 향한다. 결국 자영업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언제 셔터를 내려야 하나' 고민만 하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이날 최저임금위 3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어떤 방향으로 논의, 혹은 개편되느냐에 따라 자영업자들의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고민 또한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어수봉 위원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여기서 더 올리면 소상공인들 거리에 나와 데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노동계 성향의 위원들은 어 위원장을 맹비난하면서 사퇴를 압박했다.

    최근 기업들이 가파른 인건비 상승에 대응해 상여금을 기본급에 일부 포함하거나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것을 두고 거대 노조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는 꼼수"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거대 노조들의 주장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지극히 현실적인 대책인데 꼼수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별한 매출 상승요인이나 생산성에는 변화가 없는데 인건비만 상승한다면 경영이 악화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 공약이나 노동계 요구대로 최저임금 인상이 추진될 경우, 올해와 비슷한 폭의 인건비 상승이 매해 예정돼 있다는 것도 기업인·자영업자들을 더욱 옥죄고 있다.

    만약 사업장이 진짜 한계를 맞게 되면 단순히 상여금이나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여지가 없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지난 13일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최저임금이 세계적으로 비교했을 때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정기 상여나 각종 수당 다 떼고 최저임금 낮다고 왜곡하는 자들이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올해 최저임금을 너무 많이 올렸고, 인구가 5천만인 나라에서 최저임금을 획일적으로 선 긋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장 지역별로 차등 시행하기는 어렵겠지만, 산업별·연령별로 나누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어 위원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조 교수는 "위원장으로서 소신 발언한 내용을 갖고 노동계 위원들이 어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은 집단 린치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당초 산입범위가 먼저 결정되고 최저임금 인상분을 고려했어야 했는데 거꾸로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노동생산성은 일정한 상황에서 인건비만 대폭 올라간다면 결국 기존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키거나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최저임금위는 노사가 국민과 함께 사회적 합의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데,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목표를 내걸면 이것을 사실상 집행하려는 역할을 (최저임금위가)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기구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인 부분도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