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껴쓰고 나눠쓰고 돌려쓰던 우리군의 개인장구- 보급품이 문제인가? 개인구매품이 문제인가?

  • 우리 군은 최근까지 일부는 아직도 X반도라 불리는 탄띠에 멜빵을 결합한 형태의 개인장구를 사용했다. 

    필자가 근무했던 특전사도 2000년대 중반까지 X반도 형태의 개인장구를 사용했다. 주로 특전조끼라고 불리는 조끼형태의 개인장구가 사용되었지만 무더운 여름에 경계근무 같은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X반도가 더욱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특전조끼는 두껍고 통풍이 되지 않아 여름에 입고 다니면 잠깐사이에 땀이 흥건해지기 때문이다.

  • ■ 아껴쓰고 나눠쓰고 돌려쓰던 우리군의 개인장구

    특전조끼는 미군의 전투조끼에 자극을 받아 제작되어 지급되었다고 하지만 확실한 근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당시로써는 건군이후 X반도만 써오던 우리 군에게는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디자인이라 특전조끼가 지급되지 않는 일반부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름에 그걸 입고 작전 들어가면 얼마나 지옥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 특히나 PRC-999K FM무전기를 짊어지고 다녀야 하는 통신부사관들은 무전기에서 나오는 발열 때문에 이중고를 치르곤 했다.(PRC-950K AM무전기의 중량이 더 나가지만 이동 중 교신은 하지 않기 때문에 중량에 대한 부담 외에 발열에 의한 부담은 없다) 습하고 더운 날에는 체력소모가 너무 심해서 통신주특기가 아니더라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무전기를 돌려 메곤 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고참급 대원들은 특전조끼 등주머니안쪽을 뜯어내서 수납공간을 포기하고 통풍을 택하기도 했다.(그 덕에 그런 조끼를 물려받은 전입대원들은 바람구멍이 난 특전조끼를 보급받기도 했었다. 필자가 그 장본인)

  • ■ 신형 개인장구에 대한 고찰

    통풍, 발수 문제는 특전조끼의 최대 단점이었다. 여기에 디자인 면에서 조롱받아도 반박할 수 없는 큰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수통주머니였다. 탄띠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수통을 탄띠에 걸면 되는데 특전조끼는 전면하단에 위치하고 있어 포복이동이 곤란해지며 물을 마시려 해도 끈으로 당겨 결속한 탓에 수통 꺼내는 것 자체가 일이었다. 그래서 대부분 수통을 배낭이나 허리에 장착하고 다녀 전면에 있는 수통주머니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 특전대검 편에서 언급했듯이 특전조끼 역시 대테러전쟁 파병 이후 변화가 나타나는데 그냥 보기에는 정말 획기적이었다. 기존에 고정식이었던 탄입대가 원하는 위치에 장착 가능한 몰리방식이었고 조끼와 X반도의 장점이 융합된 형태라 기존 특전조끼의 가장 큰 단점이었던 통풍, 발수 문제가 해결되었다. 

  • 하지만 여기에서도 대검에서와 마찬가지로 다목적/다용도라는 개념이 적용되어 버리는데 그게 문제였다. 

    문제가 된 부분은 작전배낭의 결합 기능이었다. 신형특전조끼가 보급되면서 같이 보급된 것이 신형특전배낭이다. 

    배낭에는 작전 시 필요한 물품을 휴대 가능하도록 소형배낭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상적인 배낭처럼 어깨끈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 X반도에 군장이 결속되는 육군배낭처럼 특전조끼에 소형작전배낭이 결속되도록 만든 것이다. 
    의도는 좋았지만 사용 테스트를 어떻게 한 것인지(했는지 안했는지도 모르겠지만) 결속하게 되면 특전조끼가 엉덩이 쪽으로 늘어져서 상당히 불편하다. 

    이런 문제는 특전대원들 스스로 해결했다. 해당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시중에 유통되는 작전배낭을 사비로 구매하여 쓰고 있다. 작전배낭을 구매해서 사용해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정말 잘 만들어져 있고 편리하다. 그에 반해 보급된 작전배낭은 괴나리봇짐 수준이라 할 수 있다.(신형특전배낭 자체가 문제이지만 그건 나중에 따로)

  • ■ 세계적 흐름에 적응이 느린 우리 군

    위와 같은 문제는 그럭저럭 땜질처방이라도 해결은 가능했지만 세계적인 추세로 봤을 때 한물이 가도 한참을 가버린 디자인이라는 것이 또 문제였다. 
    이런 문제는 개인장구 뿐 아니라 전투장비에서도 똑같은 상황이라 차후에 준비 중인 글에서 전반적인 전력화 문제에 대해 다루겠다. 

    다시 특전조끼로 돌아와서, 특전조끼가 변하게 된 계기를 찾아보자. 
    신형특전대검과 비슷한 시기인데 이라크 남부의 나시리야에 주둔했던 서희제마부대시절 1진에 지급된 방탄조끼는 현재 지급된 방탄조끼 이전 버전이었다. 

  • 하지만 이라크는 한창 전쟁 중이었고 작전지역에 투입되는 특전사 대원들에게 전투에 부적합한 방탄조끼를 지급할 수 없었던지 일부 미군에게 지급되는 방탄조끼를 지급해줬다. 

    그래서 일부는 미군방탄조끼 나머지는 국군방탄조끼를 착용하게 되는데 문제는 방탄조끼에 탄입대가 장착된 탄띠를 착용하다보니 우스꽝스러운 모양이 되어버린 것이다.(당시 미군을 비롯한 동맹군들은 방탄조끼에 몰리방식의 파우치를 원하는 위치에 부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작전에 투입할 때는 방탄조끼 위에 육군용 전투조끼를 착용하게 된다. 

    기존에 국지도발작전 투입복장이 그대로 이라크까지 진출하게 된 것이다. (착용방식만 보면 걸프전에 파병된 특전대원들 복장과 별차이 없음)

  • ■ 우리군의 개인장비 발전을 자극하는 파병

    서희제마부대 1진이 복귀하고 추가 파병에 필요한 소요제기도 이루어지고 이런저런 영향을 받은 덕(?)에 자이툰 부대가 창설되면서 새로운 개인장구체계가 갖추어지게 된다. 

    바로 몰리방식의 디자인이 적용된 것인데 어째서인지 탄입대는 기존의 X반도 탄띠에 결합되는 탄입대가 지급되었다. 물론 사막위장패턴이 염색된 탄띠도 같이 지급되었다. 

  • 다행인지 몰라도 당시 자이툰부대 지휘부에서는 “RSO파발마” 작전에 투입되는 특전사 대원들을 중심으로 비인가장비(상용장비)가 굉장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전면 허용하게 되었다. 

    따라서 스코프 뿐 아니라 각종 상용개인장구가 도입되었고 특전사로 편성된 121재건지원대대와 122재건지원대대에 배속된 육군의 K-4소대 및 RSO작전에 투입되는 운전병들까지 특전사 대원들이 장비구매하는 것을 보고 일부 같이 구매하기도 했었다.(일부 병사들은 특전사대원들이 착용하는 개인장구 구매 후 보급된 사막위장의 탄띠를 버리기도 해서 사단에서 보급품 버리지 말라는 공지까지 내렸다.)



  • 특전사 대원들이 착용한 개인장구는 다양했는데 정품을 구매해서 사용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저가의 단체주문제작한 검정색 계열의 탄띠와 가터벨트 타입의 홀스터와 탄입대가 사용되었다. 

    탄입대 자체가 몰리 타입이라 분리해서 방탄조끼에 결속이 가능해서 인기가 좋았다. 여담이지만 이 디자인이 동명부대까지 이어지게 된다. 아무튼 새로운 형태의 방탄조끼가 보급되었다. 필자도 새로운 방탄조끼를 지급받았고 외형상 나쁘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얼마가지 못했다. 

  • ■ 또 다시 발생해버린 문제

    첫 번째 문제가 생겼다. 디자인 자체가 방어에 치중하다보니 전투행동에 많은 제한이 있었다.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극복되기는 했지만 전투력을 100% 발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당시 시가전과 기습 그리고 IED에 의한 공격이 지속되면서 미군을 비롯한 동맹군들의 방탄조끼 디자인도 갑옷처럼 변해가는 상황에서 디자인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두 번째 문제는 쿠웨이트 전개 후에 발생했다. 아주 심각한 문제였다.

    - 다음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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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만
    특전사 예비역 상사

    아세아항공보안연구소·아세아항공보안교육원 교수

    한국재난정보학회 부설 재난기술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