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살 때부터 인연을 맺은 예술의전당은 마치 한국의 집에 온 느낌이다. 무대에 서면 따뜻하다. 줄을 맞출 때는 쿠션처럼 편하고 기분 좋은 소리를 준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장영주·38)이 1988년 2월 16일 개관한 예술의전당의 30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무대에 선다. 국내 공연은 2014년 세종문화회관의 크로스오버 무대 이후 4년만이다.

    2월 13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사라 장과 17인의 비르투오지'는 사라 장과 함께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17인의 솔리스트가 무대를 꾸민다. '비르투오지'(Virtuosi)는 이탈리아어로 실력이 뛰어난 연주자를 말한다.

    사라 장은 12일 오후 기자들을 만나 "항상 해왔던 오케스트라, 지휘자와의 협연이 아닌 한국의 17명 솔리스들과 무대에 올라 예술의전당 30주년 생일을 축하한다. 연습하는 과정이 힘들지 않고 정말 즐거워서 공연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콘서트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신아라(악장)·김다미·김지윤·윤동환·김덕우·양지인·양정윤·김계희, 비올리스트 이한나·정승원·윤소희·홍윤호, 첼리스트 박노을·이정란·심준호,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최진용 등 평균 나이 32세의 17명이 참여한다.

    첼리스트 이정란은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무대에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다. 사라장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콘체르토 연주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런 연주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와 직접 눈을 마주치고 협연하며 조언을 받는 게 꿈만 같다"고 전했다.
  • ▲ 1990년 5월 5일 열린 KBS교향악단 어린이날 특별연주회 모습.
    ▲ 1990년 5월 5일 열린 KBS교향악단 어린이날 특별연주회 모습.
    사라 장은 8살 때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과 연주하며 세계 무대에 데뷔했다. 9살에는 음반사 EMI클래식스와 독점 계약했고, 19살에 연주자에게 부여되는 가장 권위있는 상 가운데 하나인 에이버리 피셔상을 받았다. 2006년에는 '뉴스위크'가 꼽은 세계 20대 여성 리더에 포함됐다. 

    사라 장과 예술의전당 인연은 깊다. 1990년 1월 30일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에서 금난새가 지휘한 KBS교향악단과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를 협연했다. 2008년 6월 4일 오르페우스체임버오케스트라와의 연주는 개관 20주년을, 2013년 2월 15일에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임헌정 지휘)와 25주년을 기념했다.

    사라 장은 "처음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할 당시 콘서트홀이 너무 커 보였다. 연주를 마치고 무대 뒤에서 어떤 할아버지에게 인사하라고 해서 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누군지 잘 몰랐는데, 알고 보니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연주되는 프로그램은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해 선보이고 싶은 곡들로 사라 장이 직접 선택했다. 비탈리의 '샤콘느'(M. Mueller 편곡 버전), 비발디의 '사계', 피아졸라의 '사계'(L. Desyatnikov 편곡 버전)를 17인의 현악 앙상블과 함께 들려준다.

    레퍼토리와 관련해 "제 연주의 99%가 오케스트라나 지휘자와 하는 협주곡이다. 이번에는 다르게 연주하고 싶어 실내악에 중점을 뒀고, 음악적으로 즐길 수 있는 아티스들을 선정했다. 대중적이고 클래시컬한 비발디의 '사계'와 달리 피아졸라 '사계'는 섹시하고 우아하다. 두 곡의 음악적 균형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사라 장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운동(Me Too·성폭력 피해고발)'에 대해 "30년 가까이 음악생활을 하면서 당하진 않았지만 본 적은 있다"며 "우리는 무대에서 좋은 음악을 선보이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인간으로서 권리는 소중하고,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념 음악회 '사라 장과 17인의 비르투오지' 관람료는 3만~9만원이다. 문의 02-580-1300.
  • ▲ 왼쪽부터 전해웅 예술의전당
 예술사업본부장, 첼리스트 이정란·박노을,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신아라 악장, 비올리스트 이한나,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 왼쪽부터 전해웅 예술의전당 예술사업본부장, 첼리스트 이정란·박노을,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신아라 악장, 비올리스트 이한나,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사진=예술의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