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밀어붙여 구성한 단일팀, 스위스에 0-8패…文대통령, 일일히 악수하며 "오늘은 푹 쉬고 다음 경기 잘하자"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경기를 관전하면서 북한 김영남과 대화하는 모습.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경기를 관전하면서 북한 김영남과 대화하는 모습.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경기 종료후 선수들을 만나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선수들과 일일히 악수하면서 "오늘은 푹 쉬고 다음 경기를 잘 합시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세요"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이날 밤 강릉 관동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위스와의 경기를 관전했다. 여기에는 북한 김여정과 김영남은 물론, 최휘, 리선권도 동행했다. 대한민국에서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천해성 차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배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왼쪽으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 김영남, 김여정 순서로 앉아서 경기를 관람한다"고 전했다.

    당초 김여정은 이날 아이스하키 경기를 관람 대신 현송월이 이끄는 삼지연관현악단을 격려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낮 기자들에 "(김여정이) 아이스하키장에 오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나 일정을 바꿔 이날 남북단일팀 응원에 참가했다.

    문 대통령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간간히 박수를 치며 경기를 관람했다. 남북 단일팀이 0-8로 일방적으로 패한 경기였지만, 단일 팀 선수가 찬스를 만들면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북측 대표단은 바흐 IOC위원장이 넘겨준 북한 선수 등번호 메모지를 보면서 북한 선수인지 확인하기도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여자 아이스하키팀 종목의 남북 단일팀 구상을 밝히고, 이를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선수 중 일부가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는 등 피해가 예상돼 논란이 있었다. 특히 세라 머리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 "뉴스로 단일팀 소식을 들어 충격적이다. 북한 선수를 쓰라는 압박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고, 국가대표 선수였던 이민지 선수가 SNS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아이스하키팀은 메달권이 아니다"라고 발언, 후에 사과하는 사건도 있었다.

    결국 IOC 측은 남북 단일팀에 북한 선수 3명을 반드시 출전시키기로 결정했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 선수 중 일부는 올림픽에 출전이 어렵게 됐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이날 경기후 격려에는 남북 단일팀 선수들에 대한 위로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낮에 고위급 대표단과 함께 오찬했다. 김여정은 파란 파일에 김정은의 친서를 대통령에 전달했다. 자신이 특사라고 밝힌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에 방북을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자리에서 사실상 수락의사를 밝혔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김여정이 특사자격으로 방문한 것을 우리 정부도) 이날 알았다"며 "문 대통령이 지난 2007년 10·4 정상회담을 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총괄책임자였는데, 당시 경험하고 느꼈던 부분을 말씀하시는 등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접견과 회담이 진행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