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종합대학·인민경제대학 등 시작으로 지방까지 소문 확산
  • ▲ 2017년 말부터 북한에서 돌던 '미국의 대북 선제 핵공격' 소문이 올 들어 더욱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2017년 한반도 주변에 美항모강습단 3개가 전진배치 됐을 때 훈련 장면. ⓒ美해군 공개사진.
    ▲ 2017년 말부터 북한에서 돌던 '미국의 대북 선제 핵공격' 소문이 올 들어 더욱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2017년 한반도 주변에 美항모강습단 3개가 전진배치 됐을 때 훈련 장면. ⓒ美해군 공개사진.
    한국에서는 정부와 언론이 방한한 김정은의 여동생을 두고 거의 모든 관심을 쏟고 있다. 반면 마이크 펜스 美부통령과 아베 신조 日총리 등 전통적인 동맹국 수뇌부에는 ‘무관심’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동맹국에 대한 관심은 문재인 정부와 한국 언론보다는 오히려 북한 대학생들이 더 많은 듯 하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9일 “최근 북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대북 선제 핵공격 소문이 돌면서 학생들과 주민들이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고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유명 대학들을 중심으로 미국의 선제 핵공격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복수의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다”면서 “북한 당국의 선전이 아니라 실제 선제공격이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확산되면서 주민들이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북한의 한 대학생은 “미국의 대북 선제 핵공격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지방 대학들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런 이야기의 근원지가 김일성 종합대학과 인민경제대학으로 알려지면서 지방 대학생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더 크다”고 전했다고 한다.

    이 북한 대학생은 “2017년 말부터 대학생들 사이에서 미국의 대북 선제 핵공격설이 나돌기는 했지만 방학이 시작되자 별 관심을 못 끌었는데 2월 1일 개학과 함께 미국의 대북 선제 핵공격설이 기정사실처럼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고 한다.

    이 북한 대학생은 “김일성 종합대학과 인민경제대학은 노동당 고위간부 자녀들이 주로 다니는 곳”이라면서 “미국의 선제 핵공격이 임박했다는 설이 당 고위간부 자녀들로부터 흘러나와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 ▲ 2017년 8월 말 주한미군 가족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개훈련 모습. 최근에는 이런 훈련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어쩌면 필요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美육군 공개사진.
    ▲ 2017년 8월 말 주한미군 가족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개훈련 모습. 최근에는 이런 훈련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어쩌면 필요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美육군 공개사진.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자강도 만포시 소식통은 “대학생과 지식인들 사이에서 미국의 대북 선제 핵공격설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곳 주민들은 별 불안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만포시 주민들은 별 걱정을 하지 않지만 강계시나 희천시 주민들의 공포감은 큰 것 같다”며 “이곳 자강도가 군수공업이 밀집된 곳이어서 미국의 첫 번째 공격대상일 것이라는 게 이 지역 사람들 생각”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2월 20일까지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특별경비 기간이어서 미국의 대북 선제 핵공격설 확산 속도가 그나마 더딘 편”이라며 “이 기간이 지나면 북한 주민들 사이에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공포감이 배가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전한 미국의 대북 선제 핵공격설을 뒷받침할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노동당 고위간부 자녀들 사이에서 이런 소문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한국이 북한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유화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1994년 6월을 포함해 북한에 대한 ‘타격 계획’을 실행 직전에 멈춘 적이 여러 차례 있다. 이유는 동맹국인 한국 때문이었다. 북한을 선제타격 할 경우 휴전선과 50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이 보복 공격을 받아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전면전을 초래해 수백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한국이 만약 미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고 북한-중국과의 ‘동맹’ 같은 행동을 벌일 경우 미국은 ‘절차에 따라 한미동맹을 종료’한 뒤 한국에 있던 미국인과 동맹국 국민들을 모두 대피시킨 뒤 북한과 그 ‘동맹국’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이 조치에는 한반도 전역에 대해 ‘해상봉쇄’를 비롯한 제재는 물론 선제 타격까지도 들어간다.

    평양 주요 대학에서 ‘미국의 대북 선제 핵공격설’이 나온다는 것은 이처럼 한국이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을 막아주던 방패’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북한 노동당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 나왔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