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셉션장 환영사 "탁구공이 퍽으로… 선수들 가슴엔 휴전선 없어"美펜스·日아베 환영사 안듣고 따로 회동, 펜스는 5분만에 퇴장
  • ▲ 문재인 대통령(첫 줄 가운데)이 9일 저녁 강원도 평창군 용평리조트 블리스힐 스테이에서 외국 정상급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첫 줄 가운데)이 9일 저녁 강원도 평창군 용평리조트 블리스힐 스테이에서 외국 정상급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 리셉션장에서 ▲날씨 ▲남북이 함께하는 평화 올림픽 ▲공정 정신 등으로 구성된 '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 환영사'를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사상가 故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를 언급했으며 서해성 외래교수의 글도 인용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겨울 추위는 동계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강원도가 준비한 특산품"이라며 "추위 덕분에 이렇게 한 자리에 모였다. 강원도의 추위는 여러분에게 보낸 따뜻한 초대장"이라고 말했다. 

    이는 동계 스포츠에 어울리는 날씨를 소개하면서도 평창 올림픽 시설에 방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개막식이 열리는 올림픽 스타디움조차 돔 형태가 아닌 만큼 관람객들의 불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제가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 신영복 선생은 겨울철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것을 정겹게 일컬어 '원시적 우정'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신영복 교수는 평양의 지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통일혁명당' 소속으로 1968년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고 20년간 복역한 뒤 1988년 가석방된 인물이다. 

    문 대통령은 환영사를 준비하면서 서해성 교수의 글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한 시인은 '눈사람은 눈 한 뭉치로 시작한다'고 노래했다"며 "함께 마음을 모은다면 눈뭉치는 점점 커져서 평화의 눈사람으로 완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결성된 남북 단일팀을 거론한 뒤 "2.7g의 작은 (탁구)공이 평화의 씨앗이 된 것"이라며 "오늘은 여자 아이스하키 팀이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2.7g의 공이 27년 후 170g의 퍽(puck)으로 커졌다. 선수들 가슴엔 휴전선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유들은 서 교수가 지난 5일 'GO발뉴스'에 게재한 〈거리의 시/서해성 170g짜리 통일〉이라는 글과 흡사하다. 서 교수는 자신의 글에서 "나는 2.7g의 통일을 본 적이 있다. 그건 분단 46년의 무게였고 통일의 무게였다… 이 겨울, 나는 다시 기다린다. 이번에는 직경 7.62cm, 두께 2.54cm, 무게 170g의 통일을"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서해성 교수는 현재 tbs교통방송 '서해성의 박학다설'에 출연 중이며 앞서 한겨레에선 '한홍구-서해성의 직설'을 통해 사회 전반에 걸친 비평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서 교수는 지난해 8월 서울시가 중앙정보부 건물을 인권 센터로 조성하는 프로젝트에서 기획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공정 정신'을 말하면서는 "한국은 공정한 사회를 꿈꾼다"며 "우리는 지난 겨울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위해 촛불을 들었고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공정함에 대해 다시 성찰했다"고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과 '공정'의 의미를 연결시켰다.

    한편 이날 리셉션은 오후 6시 11분에 시작했지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8분 뒤인 6시 39분에 리셉션장에 공동 입장했다. 문 대통령의 환영사를 듣지 않은 두 인사는 리셉션장 밖에서 별도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펜스 부통령은 김영남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제외한 각국 정상들과 악수한 뒤 입장 5분만인 6시 44분 식사를 하지 않은 채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