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연 관현악단, 강릉 공연서 체제 선전곡 2곡 이상 부른 듯
  • ▲ 지난 8일 강릉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삼지연 관현악단. ⓒ공동취재단
    ▲ 지난 8일 강릉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삼지연 관현악단. ⓒ공동취재단
    북한 예술단이 오는 11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 공연에서도 김정은 체제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를까. 이들이 지난 8일 강릉 공연에서 김정은 체제를 찬양·선전하는 노래를 최소한 2곡 이상 공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 예술단의 국내 첫 공연은 지난 8일 오후 8시 15분경 강원도 강릉시에 있는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렸다. 국내 언론 다수는 “정치색을 띠거나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노래는 없었다”는 식으로 보도했지만, 몇몇 언론은 김씨 일가를 찬양하는 내용을 담은 노래를 공연했다고 보도했다.

    ‘TV조선’과 ‘중앙일보’ 등은 이날 “삼지연 관현악단의 일부 선곡을 놓고 남북이 공연 직전까지 의견 차이를 보였다”면서 ‘모란봉’과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이라는 노래가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TV조선’과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 노래들에는 “태양 민족 하나 되는 통일이어라(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 “혁명의 수도 우리네 평양 좋을시고, 사회주의 건설 좋을시고(모란봉)” 등의 가사가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삼지연 관현악단은 결국 ‘모란봉’은 부르지 않았고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은 연주 형태로 공연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다른 곡 ‘달려가자 미래로’가 김씨 일가의 독재 체제를 찬양하는 곡이라고 지적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8일 “삼지연 관현악단은 이날 공연에서 한국 걸그룹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한 여성 6명이 나와 북한 체제 선전과 성과를 찬양하는 ‘달려가자 미래로’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이 노래는 2012년 8월 김정은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동부전선을 시찰하는 길에서 모란봉 악단 화선공연을 통해 처음 소개된 노래”라며 “이 노래 3절에는 ‘노동당 세월 위에 금별로 새기자’는 가사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 ▲ 삼지연 관현악단이 8일 강릉에서 공연한 내용 가운데는 김정은 체제를 선전하는 곡도 최소한 2곡 이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단
    ▲ 삼지연 관현악단이 8일 강릉에서 공연한 내용 가운데는 김정은 체제를 선전하는 곡도 최소한 2곡 이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단
    북한에서 ‘새별(샛별)’이란 보통 ‘차기 후계자’를 의미한다. 당시 김정일이 죽기 직전이었으므로 이는 김정은을 의미한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해석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은 전했다.

    북한이 이처럼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세워 방한한 뒤 호시탐탐 체제 선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음에도 문재인 정부와 국내 언론들은 별다른 경각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주요 통신사는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 소식을 전하면서 “우려했던 바와 달리 정치적인 노래는 공연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보도했고, 최문순 강원 지사는 “북한체제 선전은 없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오는 11일로 예정돼 있는 서울 국립극장에서의 공연을 두고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의 체제선전 노래들은 보통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새별’이니 ‘님’이니 하는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북한에서는 누구도 지도자와 같은 이름을 사용할 수 없고 함부로 불러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또한 ‘주체사상’이나 ‘최고 존엄’ 등과 같은 노골적인 표현보다 ‘우리 조국’, ‘우리 민족끼리’, ‘태양민족’ 등과 같은 고유의 선전 용어를 사용해 해외에서 ‘김정은 체제 선전 공연’을 자주 벌여 왔다.

    삼지연 관현악단이 지난 8일 강릉 공연에서도 한국 측을 속이고 ‘체제 선전 노래’를 공연한 만큼 11일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열리는 공연 때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