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은 그만 "나는 야한 여자"…뮤지컬 '레드북'

신성아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2.22 19:47:38


창작 뮤지컬 '레드북'이 오늘날 아직도 만연한 여성들의 삶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요소를 핍진하게 묘사한다.

지난 6일 개막한 '레드북'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 '창작산실'의 2016년 뮤지컬 우수신작에 선정된 작품으로, 2017년 1월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2주간 성공적인 시범 공연을 선보였다.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한정석 작가와 이선영 작곡가 콤비의 신작으로 연출가 오경택, 음악감독 양주인, 안무가 홍유선이 참여했다. 아이비·유리아(안나 役), 박은석·이상이(브라운 役), 지현준·홍우진(로렐라인 役), 김국희(도로시·바이올렛 役), 원종환(존슨 役) 등이 출연한다. 

오경택 연출은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M씨이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긴 러닝타임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올해는 10분 이상 줄이면서 밀도 있고 속도감 있는, 유쾌하게 그려내고자 했다. 무대와 조명, 의상, 음향, 분장 등 비주얼적인 부분을 보완하고 무엇보다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해 페어마다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성별에 따른 불평등과 사회적 차별이 심하던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가 배경이다. 슬플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한다는 다소 엉뚱하지만 당당한 여주인공 안나와 고지식한 변호사 청년 브라운이 펼치는 로맨틱 코미디다.

실제로 당시 여성다움은 수동성과 가정의 영역과 결부돼 억압적인 형태를 띠게 되면서 이에 대응해 페미니즘 물결이 일었다. 뮤지컬은 안나를 통해 '레드북'이라는 잡지를 출간한 후 일어나는 사회적 파장과 그 파장으로 인해 수면위로 떠오른 시대의 통념과 편견에 맞서 나간다.


▲ 왼쪽부터 오경택 연출, 이선영 작곡가, 한정석 작가.

한정석 작가는 "여성의 인권과 사회 제약에 맞서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작년 공연에서 간과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책임감 있게 다루려고 준비했다"며 "제목을 우리 말로 바꾸면 '빨간책'이다. 야설의 뜻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처, 열정, 신념 등 다양한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대개 사람들은 페미니즘 하면 남자를 혐오하는 여자들이라는 편협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기 위한, 여성들도 동등한 권리와 기회의 평등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해방 운동이다. '레드북'은 시대의 차별들이 어떻게 여성들의 삶을 제약하고 억압하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최근 한 유명 시인의 성추행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성폭력 피해 폭로와 이에 대한 지지를 표하는 이른바 '미투(#Me Too)' 운동이 활발하다. 한 작가는 "처음 작품을 쓸 때 지금처럼 페미니즘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솔직히 개념에 대해 정확하게 몰랐다. 그래서 대사나 가사 등 표현에 있어 사회적으로 부합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아이비는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부끄럽게도 여성인권이나 차별대우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페미니즘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레드북'은 단순히 성차별이 아닌, 나아가 모두의 편견과 차별을 이겨내고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한 이야기다"고 전했다. 

뮤지컬 '레드북'은 3월 30일까지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관람료 5만5000~8만5000원. 문의 02-709-7411.

[사진=정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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