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판장 돌리며 최고중진연석회의 개최 요구 "당 사당화 징표"… '포스트洪' 움직임도 감지
  • ▲ 지난해 12월 28일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지난해 12월 28일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자유한국당 4선 이상 중진 국회의원 12명이 홍준표 대표에게 그동안 중단됐던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재개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급기야 '연판장'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공개석상에서의 발언 기회에 제약을 받았던 당내 중진의원들의 불만이 증폭되면서 마침내 행동이 개시됐다는 분석이다.

    이들 중진의원은 8일 홍준표 대표에게 보낸 요청서에서 "대한민국이 위기"라며 "법을 초월한 정치보복, 국체를 흔드는 좌편향 개헌, 한미동맹 균열과 한반도 위기를 자초하는 외교안보 정책 등 문재인정부의 실기와 실책으로 대한민국은 단 한발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조차 '보수 적통 정당'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세간의 민심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따라서 중진의원들은 구국과 구당의 마음으로 홍 대표에게 그간 중단되었던 최고·중진연석회의 개최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요청서에는 정갑윤·이주영·심재철(이상 5선)·강길부·정우택·홍문종·신상진·한선교·유기준·정진석·주호영·나경원 의원(4선) 등이 이름을 올렸다. 요청서 작성은 해당 의원 중 한 명이 대표로 주도한 것이 아닌 공동 합의 하에 이뤄졌으며, 제출은 이주영 의원실에서 실무를 담당했다.

    홍준표 대표는 최근 'MBN 허위보도 사태'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개인 SNS를 통해서 꾸준히 메시지를 내왔다.

    홍 대표가 이렇듯 잠행하면서 최근 한국당의 공식 회의는 김성태 원내대표 등 일부 원내부대표단에 포함된 의원들만 참석하는 원내대책회의가 전부였다.

    당내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것도 문제거니와 원내부대표는 통상 초·재선 중심 의원들로 구성되는 관계로 경륜 있는 중진의원들이 목소리를 낼 공간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김태흠 최고위원 등은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자리가 마련되지 않아 개인 성명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김무성 대표 체제와 이정현 대표 체제 시절에는 당내 의원들이 계파가 갈려도 매주 월, 목에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고 수요일에 최고·중진연석회의가 열렸던 사실과는 대조적인 대목이다.

  • ▲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이에 따라 '홍준표 사당화'에 대한 비판과 견제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우려하는 중진의원들 사이에서 행동이 개시될 조짐이 관측됐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이날 연판장으로 분출된 셈이다.

    연판장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한 중진의원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고·중진연석회의가 안 열리는 이유에 대해 (당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것이 전혀 없다"며 "당의 원래 회의가 있어야 하는데 안 하니까 문제의식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당이라는 것은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시스템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걱정하는 것"이라며 "당이 좀 더 공당화돼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또다른 4선 의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홍준표 대표가 지금 일부러 그러는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열지 않는) 것"이라며 "당을 사당화를 하는 징표 중의 하나다. 자기 반대하는 목소리, 비판적인 목소리를 안 듣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의원실 핵심관계자는 이날 제출된 요청서 외에도 또다른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당내 중진의원이 준비를 해서 실질적으로 '포스트 홍'을 대비하고 있다"며 "'포스트 홍'이 지방선거 이후가 될지, 그 전이라도 홍 대표를 끌어내릴 수 있으면 끌어내리게 될 것"고 말했다.

    한편 뜻하지 않은 당내 중진의원들의 연판장에 직면한 홍준표 대표 측도 기민한 반응을 보였다.

    홍준표 대표의 측근 의원은 이날 연판장 제출 사실이 알려진 직후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홍 대표의 사무실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며 "의원 각자도 얼마든지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데 언로가 막혀 있다는 건 지나친 표현"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당헌·당규에 반드시 중진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법적 근거는 없다"며 "공개적인 연석회의는 현재로는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대표 본인은 요청서를 읽고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