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후 '공연 완수'를 전제로 졸업장 수여졸업 후 반년째 '미제출'..취재 들어오자 '급조'
  • 경희대학교가 가수 조권의 이전 소속사(JYP엔터테인먼트) 측에 조권의 졸업공연을 '증빙'할 자료를 요구했었다는 증언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SBS '8시뉴스'는 지난 7일 "가수 조권이 지난해 학과 내규에 미치지 못하는 부실한 졸업공연 영상으로 경희대 대학원 석사학위를 받았다는 자사 보도와 관련, 조권의 전 소속사였던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엔터)가 지난해 조권이 졸업공연을 하지 않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고 단독 보도했다.

    SBS는 "조권 측은 해당 영상이 원래 졸업공연을 하기로 한 지난해 5월 6일에 촬영된 것이라고 주장해왔으나, 조권이 공연했다는 당일 경희대 노천극장에서는 어떤 공연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나중에 제출된 공연 영상은 조권과 학교 측이 함께 (제작)작업한 것으로 안다"는 JYP엔터 관계자의 말을 덧붙였다.

    SBS는 "특히 JYP엔터 측은 '당시 조권은 학위 취득 자격이 없는 가운데 있었는데, 학교 측에서 먼저 졸업공연을 증빙할 자료를 요구했었다'는 사실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JYP엔터 측은 "학교 측 요구대로 자료를 제공하면 추후 문제가 될 것 같다고 판단해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지난 6일 공개된 조권의 '졸업공연 영상'은 자신들과 무관한 영상임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권의 현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 측에 따르면 조권은 지난해 경희대학교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비논문학위(졸업공연) 심사에서 "당초 졸업공연을 하기로 했던 날(5월 6일), 스케줄 문제로 공연을 진행할 수 없었다"는 사정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심사에 참여한 교수진은 "추후 공연 영상을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린 뒤 학위 심사를 통과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교수진이 조권에게 추가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던 자료는 졸업공연으로 간주할 수 있는 수준의 '공연 인증 영상'이었다. 졸업공연을 하지 못했다고 학위를 수여하지 않는 건, 지금껏 학·석사 과정을 성실히 수행한 연예인에겐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판단에, 추후 '공연 완수'를 전제 조건으로 졸업장을 수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8월 16일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졸업장을 받아든 조권은 해를 넘기면서까지 졸업의 전제 조건인 '공연 영상'을 보내지 않았다.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학교 측에서 '졸업공연 영상'을 달라는 얘기조차 꺼내지 않았다는 건, 사실상 받을 생각이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조권의 현 소속사 측에서도 "당시 심사에서 졸업이 결정된 상황이라 추가 지시사항 이행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애초에 받을 마음도 없었고, 관련 영상을 제출할 생각도 없었던 양측이 부랴부랴 '졸업공연 영상'을 찍게 된 건, SBS 취재진 때문이었다.

    큐브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지난 2일 대학원 조교실에서 'SBS에서 조권에 대해 취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권 측에 알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학교 측은 조권의 졸업공연 영상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곤란하니 영상을 새로 찍어 제출할 것을 요구했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소속사 측은 조권을 경희대 노천극장으로 불러 (조교 입회 하에)졸업공연 영상을 급조했다는 게 현재까지 밝혀진 사건의 전모다.

    뉴스에 공개된 조권의 졸업공연 팜플렛에는 '2017년 5월 6일 경희대 국제캠퍼스 평화노천극장에서 공연이 열린다'고 적혀 있었지만, 예정된 콘서트는 열리지 않았다. 경희대가 SBS에 제출한 조권의 '졸업공연 영상'은 이날 촬영한 영상이 아닌, 수일 전에 급조한 30분짜리 영상물이었다. 사전에 충분한 고지도 안됐고, 대학교 관계자조차 알지 못했던 돌발 공연을 과연 제대로 된 '졸업공연'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문제는 또 있다. JYP엔터 측이 SBS 취재진에게 "학교 측에서 먼저 졸업공연을 '증빙'할 자료를 요구했었다"고 밝힌 점이다.

    스케줄 문제로 지난해 5월 6일 조권의 졸업공연은 열리지 못했고, 학교 측도 이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학교 측이 JYP엔터에 요구했어야 하는 자료는 추후 졸업공연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별도의 공연 영상물이어야 한다. 

    그러나 JYP엔터 관계자는 "학교 측이 졸업공연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달라고 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도 않은 공연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JYP엔터 관계자는 "경희대 측 요구대로 자료를 제공하면 추후 문제가 될 것 같아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학교 측이 JYP엔터에 정상적인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답변이다.

    당시 경희대 측이 JYP엔터에 요구했던 자료가 혹시 이번에 불거진 '동영상'과 같은 성질의 것은 아니었을까? 

    본지는 경희대 측에 ▲SBS가 보도한 조권의 '졸업공연' 영상물이 실제로 2월 2일 이후에 촬영된 것인지, ▲해당 공연 영상이 석사 학위를 받기에 충분한 수준인지, ▲졸업공연 없이 학위를 취득한 게 학내 규정 위반은 아닌지 등을 물었으나, 학교 관계자는 "지금은 대답을 드릴 수 없는 상황이고, 현재 학교에서 조사 중"이라는 짤막한 입장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