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는 대북제재, 3대세습 인정 우리가 앞장서나… 김의겸 대변인 "정상급 인사, 불편함 없도록 준비"
  • ▲ 문재인 대통령이 IOC 총회에 참석한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IOC 총회에 참석한 모습. ⓒ청와대 제공


    7일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김정은 동생 김여정을 보내기로 하자, 우리 정부는 두팔 들어 환영 메시지를 쏟아냈다.

    경의선 중앙로로 육로가, 만경봉호로 해로가, 고려항공으로 항공로가 차례로 뚫린 가운데, 사람에 대한 인적 제재 마저 순식간에 무너진 셈이다.

    청와대는 "대북제재를 담당하는 유엔·미국 쪽과 협의중"이라고 밝히면서도 "김여정 방문을 예상했다"고 말해, 사실상 북한의 이번 요구를 모조리 수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북한의 이번 대표단은 동계 올림픽 축하와 함께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북쪽의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김여정은 김정은의 동생으로 노동당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며 "고위급 대표단이 남쪽에 머무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준비를 소홀하지 않겠다"고 했다.

    청와대의 이날 브리핑은 북한이 고위급 대표단을 통보하자마자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북한은 이날 오후 4시 쯤 고위급 대표단 단원으로 김여정·최휘·리선권을 보낸다고 통보했다. 지난 4일 김영남을 단장으로 단원 3명, 지원인원 18명으로 구성된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겠다고 한 데 대한 후속 통보다.

    통일부는 곧바로 이를 발표했고, 약 1시간 20분 뒤인 오후 5시 20분 쯤 청와대가 재차 환영의 메세지를 극대화 시켜냈다.

    북한은 육로와 해상로, 항공로에 대한 제재 뿐만 아니라 인물을 향한 국제사회 제재에도 노골적인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6일에는 만경봉호를 묵호항에 입항하는 방식으로 응원단을 보냈고, 이날에도 김일국 체육상을 비롯한 응원단 및 기자단 등 280여 명을 경의선 육로를 통해 입경시켰다. 김영남을 비롯한 9일 도착할 고위급 대표단은 고려항공을 통해 방남을 추진중이다. 만경봉호와 고려항공은 모두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제사회와 빈틈없는 공조'는 잊은 듯 한 반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저희들이 어느정도는 짐작을 하고 있었다"며 "제재를 담당하는 미국쪽과 계속 협의중"이라고 했다.

    특히 청와대는 김여정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영남 위원장이 혼자 오실 때보다는 훨씬 더 비중있는 역할을 가지고 올거고 저희들과 대화를 나눌때도 좀 더 무게감 있는 이야기가 오가지 않겠느냐"며 "상당한 재량권을 갖고 내려온다고 본다. 저희는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문재인 대통령과) 어떻게 만날지, 어떤 내용을 갖고 만날지 협의중인 것"이라며 "결정되고 나면 청와대와 통일부가 부처간 협력해서 준비하고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아낌 없는 지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의전 수준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정상급 인사가 오시는데 불편해서야 되겠느냐"며 "그것도 포함해 논의중"이라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김여정 방남이 비핵화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그는 "(남북대화가) 이제 첫 발을 떼는 것인데 비핵화 문제는 가장 끝에 있는 것이 아니냐"며 "첫 만남부터 그렇게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태도에 야당은 '말도 안되는 행태'라며 극렬히 반대했다. 유엔 대북제재를 하나하나 풀어버린 것은 물론, 북한 3대 세습을 우리가 나서서 인정한 꼴이라는 지적이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북한 건군절 열병식에 한마디도 못하는 정부, 만경봉호 입항을 위해 천안함 폭침의 눈물을 외면하고 5·24조치를 해제하는 문재인 정부에 이어 이제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정부의 모습까지 국민에게 보일셈이냐"라고 개탄했다.

    전 대변인은 "백두혈통이라며 첫 방문을 운운하는 이상적 열기를 보고 있노라니 평창 동계 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이라고 부르는 국민들의 우려를 조금이라도 알고는 있는 것인지 의아스럽다"며 "북한 김씨 왕조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3대 세습 왕조를 세우고 북한 주민 수백만을 굶어죽이고, 정치범 수용소를 통해 참혹한 인권 탄압을 하는 폭압세력이라는게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지극히 정상적인 국가로 대접하며 이제는 심지어 3대 세습 왕조에게까지 정통성과 정당성을 실어주고자 함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는 과연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일원으로 김여정이 포함되어 당당히 대한민국 땅을 밟을 수 있는가 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물음에 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