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6일 “만경봉 호에 연료·식량 공급” 밝혔다 문제 불거지자 “보류”
  • ▲ 지난 6일 동해시 묵호항에 입항한 '만경봉 92'호. 북한 예술단은 이날 배에서 내리지 않았다. ⓒ뉴데일리 DB.
    ▲ 지난 6일 동해시 묵호항에 입항한 '만경봉 92'호. 북한 예술단은 이날 배에서 내리지 않았다. ⓒ뉴데일리 DB.
    지난 6일 오후 5시 북한 예술단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에 입항했다. 같은 날 정부 관계자가 “北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올 김영남이 ‘고려항공’ 편으로 방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부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대북제재 무력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이 나오고 있다.

    6일 한국에 입항한 ‘만경봉’ 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나 미국의 대북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한국 정부의 ‘5.24조치’ 제재 대상이다. 문재인 정부는 ‘만경봉’ 호의 입항에 대해 “5.24조치 적용의 예외 대상으로 한다”고 밝혀, 스스로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만경봉’ 호의 입항을 전후로도 논란이 불거졌다. 6일 오전 통일부 관계자는 언론들에 “만경봉 호가 입항하면 연료 등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7년 12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2397호의 “북한에 대한 석유제품 공급 제한”을 위반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이를 두고 언론과 정치권의 지적이 이어지자 통일부는 같은 날 오후 “만경봉 호에서 연료·식량 보급 요청이 없었다”며 “정부는 대북제재 위반이 되지 않도록 미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만경봉’ 호의 입항을 둘러싼 논란은 7일 현재 소강상태지만, 다른 곳에서 또 논란이 일었다. 지난 6일 정세현 前통일부 장관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올 김영남이 비행기 편으로 방한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정책 멘토로 알려진 정세현 前통일부 장관은 이날 라디오에서 “육로로 평양에서 서울까지 오는데 쉬지 않고도 4시간이 걸리고, 또 다시 KTX를 타고 강릉까지 가야 하는데 이런 여정은 90대 노인에게 굉장히 힘든 일”이라며 “올해 91세인 김영남에게 육로 이동은 너무 힘든 일이어서 아마 비행기로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세현 前통일부 장관은 “김영남이 비행기로 온다고 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 또한 언론들에게 “김영남이 비행기 편으로 올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면서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 ▲ 2014년 10월 아프리카 순방에 앞서 '고려항공' 여객기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영남(중앙)과 일행.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4년 10월 아프리카 순방에 앞서 '고려항공' 여객기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영남(중앙)과 일행.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영남이 북한에서 이용할 수 있는 비행기는 북한 공군 소속 ‘고려항공’뿐이다. ‘고려항공’은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이어서 한국에 입항할 경우에는 미국 정부와의 마찰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가 김영남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에게 항공기를 전세 내 빌려주는 것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2270호의 “유엔 회원국은 자국 선박과 항공기를 북한에 임대·전세로 사용하게 해주거나 승무원 서비스를 제공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대북제재 무력화 행동을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합리화하고 있지만 정부 안팎과 정치권에서는 “한국이 대북제재 무력화의 선봉에 서기로 한 것이냐”며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제재를 무력화하는 듯 한 행태를 보이는 데 대해 미국과 일본은 예의주시하면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 미국과 일본 언론들은 ‘만경봉’ 호 입항 당시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인공기와 김정은 사진을 불태우며 북한 예술단의 입국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북한 예술단이 배에서 내리지 못했던 소식을 비중있게 다뤘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제재 무력화에 대해 특별한 논평 등은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외교부 안팎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마이크 펜스 美부통령과 아베 신조 日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압박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