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돌연 "서울 주요 대학 학종 대수술"…재선 도전하나

시민단체 "선거 4개월 남겨두고 학종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정략적"

정호영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2.06 18:01:41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에서 세 번째)이 6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브리핑실에서 학생부종합전형 개선방안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호영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고 서울 주요대학의 학종 선발 비율을 3분의 1로 제한하는 등 대대적인 개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조 교육감의 임기는 단 4개월 남아, 이번 학종 개선안 발표가 조희연 교육감의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희연 교육감은 6일 서울 종로구 교육청에서 학생부종합전형 개선방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많은 학부모들이 학종 존재 자체에 의구심을 가질 정도로 불신이 큰 상황"이라며 "이러한 불만을 적극 수용하면서 고교 교육과정 정상화를 가능케 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다.

현(現) 학종은 대입 스펙을 위한 사교육비가 상당해 부모 경제력에 따른 영향이 크고, 평가 과정에서 평가자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있어 교육계·학부모·학생들로부터 꾸준한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11월 국회 교문위 소속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이 학부모 3,0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장 불공정한 대입전형이 무엇인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전체 84%가 학종을 선택할 정도로 학부모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시교육청은 이번 학종 개선 방안으로 △학생부 기록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제한 △비교과영역 반영 대폭 축소 △자기소개서 개선·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교사추천서 폐지 △공공 입학사정관제 등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학생·학부모·교사의 학종 부담을 전반적으로 경감시킨다는 계획이다.

해당 방안은 토론·발표 등 수업방식 다양화를 통해 학생들의 성장과정·활동중심 평가를 강화하고, 소논문 및 R&E(연구 및 교육)·교내대회 등 교외 비교과 반영을 축소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공 입학사정관제의 경우 해당 대학 외부의 입학사정관으로 구성된 '공공 입학사정관단'을 구축하고, 각 대학으로 전체 비율의 20~30%를 파견해 대입전형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로 제안됐다.

시교육청은 "학종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학교 교육만으로 대입을 준비하고 학생의 활동을 종합적으로 판단·역량을 평가하는 학종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등 학생들의 이중고를 심화시킨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전면 폐지나 기준을 낮게 설정할 것을 제안했다.

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연세·고려 등 서울 주요 15개 대학은 전체 선발 인원의 43.3%가 학종 선발 인원으로, 전국 평균 20.3%의 2배를 웃돌았다. 서울 주요 15개 대학은 전국 평균과 달리 과도하게 높은 학종 선발비율·불투명한 선발절차로 학부모·학생의 불신을 야기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게 시교육청의 입장이다.

이에 조 교육감은 학생부종합·학생부교과·수능 간 비율이 균형을 유지하도록 학종이 전체 선발 인원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교육당국에서 공적 규제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2014년에 당선된 조 교육감의 임기는 불과 4개월가량 남은 상황이다. 임기 말미에 와서 학종을 '대수술'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연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현직 프리미엄을 이용한 6월 지방선거 재출마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갑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대표는 "교육감 임기 3년 반이 지나는 동안 못한 일을 이제와서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정략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지방선거를 4개월 남겨놓은 이 시점에 학종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은 평소 교육감으로서 일상적인 행위로 보기 어렵고, 다분히 정치적인 목적으로 기자회견을 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사견임을 밝히며 "정규 교육과정 중심으로 학생부 기록을 제한하는 것은 당초 학종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비교과에서 적성이 있으면 대입의 길을 열어준다는 것인데, 이것은 교과서만 파는 학생으로 편중시킬 우려가 있다.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면 되는데 폐지는 지나치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수능은 대학 들어갔을 때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기초능력을 담보하는 것인데, 수능 최저 기준을 없애는 것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사실 학종 문제는 교육청이 아니라 교육부 소관이다. 현재 중앙부처에서 대입정책포럼 의견을 수렴하는 기간이고, 8일 공식 논의를 앞둔 상황에서 이런 발표를 한 것은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행동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공공 입학사정관제에 대해서도 "입학사정관은 고도의 전문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신뢰성이 올라간다. 현직 교원이나 교육청 관계자가 어떻게 입학사정관이 될 수 있나. 현직 교원이 입학사정관이 되면 본업도 있는데 집중하기 어렵고 부정 개입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교육계 관계자는 "학종의 기능이나 취지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공부도 어느 정도는 해야 하기 때문에 수능 최저 기준을 폐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요즘은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준비해야 할 게 너무 많다. 합리성과 공정성을 따지자면 정시 비중을 대폭 확대하고 수능으로 단순화하는 게 가장 낫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공공 입학사정관제에 대해서도 "요즘 관련 비리들이 적발되고 있어 공정한 기회가 박탈당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 같은데, 그럼에도 학생 선발은 교내 구성원이 교내에 필요한 사람을 뽑는 것이다. 비리나 잘못 운영하는 것은 이미 교육부에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적발될 경우에는 더욱 엄하게 처벌해야 하고, 외부 인사가 개입하는 것에 찬성하진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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