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관 죽여버려" 또 親文 인민재판

다시 시작된 마녀사냥...시민사회 "삼권분립·법치주의에 대한 명백한 위협, 민주주의 후퇴"

정호영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2.06 14:13:29

▲ 지난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로부터 징역 2년 6개월·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고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데일리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부장판사를 향해 친문(親文) 성향 네티즌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5일 판결로 이재용 부회장이 석방되자 정형식 부장판사는 친문 성향 네티즌 사이에서 '판레기'(판사+쓰레기의 합성어), '적폐 판사' 등으로 불리는 등 도를 넘은 인신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한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는 '정씨 성 가진 판레기 XX를 찾아가서 죽여버리고 싶은 분노'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당장이라도 정의봉 만들어서 쳐죽이고 같이 죽어버리고 싶은 분노가 치민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재용 집행유예 선고한 판사 가족관계'라는 게시물도 올라왔다. 정형식 부장판사 가족관계에 정치인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판결과 전혀 무관한 사항임에도  이를 본 친문 네티즌들은 "역겹다", "역시나"라는 비아냥 댓글을 달았다. 인물 사진까지 곁들인 해당 게시물은 다수 커뮤니티로 확산됐다.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도 "정권이 바뀌면 정 판사는 국회의원이 될 것 같다"(8949****), "대대손손 쓰레기로 이름을 날리길 기원한다"(char****), "적폐 중의 적폐 판사를 청산하자"(chio****) 등 정형식 부장판사를 향한 명예훼손이 여과없이 쏟아졌다.

'오늘의유머', '딴지일보' 등 친문 색채가 확연한 커뮤니티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이 사이트에서는 "한번 욕먹고 네이버 들락날락하면 50억 벌고 삼성 과장으로 취직하고 손주는 성대(성균관대) 붙여주니까", "저 고등법원 판사 XX 지금 받는 돈보다 훨씬 많이 받으면서 삼성 법무팀 가겠네", "도서관에 처박혀 공부만 한 인간을 제일 신뢰할 수 없다" 등 근거 없는 비난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정 부장판사에 대한 특별감사 청원 요청까지 올라왔다. "정형식 판사는 국민의 상식과 정의를 무시하며 부정한 판결을 했다. 이 부회장 판결를 포함해 그 동안의 판결에 특별 감사를 청원한다"는 내용의 글에 청원 참여 인원은 하루 만에 7만 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삼권분립·법치주의에 대한 위협이며 사법부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사법부 판결이 본인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 해도, 판사 개인이나 재판부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 과도하게 이뤄진다면 판사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판결을 맡을 때 상당한 부담을 받을 수 있다"며 "이성적으로 사법부 판결을 해석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바람직한 시민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해서도 박 실장은 "당초 해당 게시판의 용도는 대통령이 모든 걸 들여다 볼 수 없으니, 챙기기 어려운 부분에서의 문제점·사회 부조리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자는 취지였다"며 "사법부 판결이 자신과 다른 입장이라고 청와대 청원 게시판으로 간다면, 사법부 판단까지 청와대에서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닌가. 이는 삼권분립·법치주의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며,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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