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재] 영세상인들 "결국 세금으로 귀결될 것... 자유민주주의 국가서 있을 수 없는 일" 文 정부에 쓴소리
  • ▲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4일 KBS 1TV <생방송 일요토론>에 출연,
    ▲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4일 KBS 1TV <생방송 일요토론>에 출연,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기준액을 월급 190만원 미만에서 210만원 미만으로 20만원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데일리 공준표 사진기자

    정부가 3조원 규모 예산을 투입한 일자리안정자금이 시행 한달을 넘어섰음에도 신청률이 7%대(4일 기준·대상 사업장 100만여 곳 중 7만1,446곳)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기준액 20만원 인상을 시사했다.

    홍종학 장관은 지난 4일 KBS 1TV 생방송 일요토론에 출연,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기준을 월 보수 190만원 미만에서 210만원 미만으로 20만원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일자리안정자금 주무부처 고용노동부도 관련 사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정부가 마치 대단한 선심 쓰듯이 일자리안정자금을 홍보하고 있는데, 결국 그 예산은 우리가 낸 세금이고 앞으로 내야 할 세금이 아닌가"라는 시큰둥한 반응이 많았다.

    한 영세업주는 "정부가 이런 식으로 세금을 나눠준다는 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이러한 정책들이 결국 국격을 깎아먹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개선, 또 개선… 안정되지 않은 안정자금

    현장 업주와 근로자들은 해당 정책의 지속성, 복잡한 절차, 4대 보험, 월급 기준선 고착화 등으로 도입 초기부터 정책에 의문을 품었다. 더구나 정부가 이미 정책 도입을 결정해 놓고 현장에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기준을 비틀고 있어 신청대상자들의 혼란은 거듭 가중되고 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30인 미만 고용주에게 월 급여 190만원 미만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올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 영세사업주를 지원하고자 도입됐지만, 정부의 땜질식 처방은 지난달부터 이어졌다.

    당초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기준액인 190만원에는 연장·야간수당 등 추가수당이 포함됐다. 하지만 "기준선이 너무 낮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자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9일 생산직 근로자는 기준액에서 추가수당을 제외한다고 일자리안정자금 홈페이지에 공지해 혼란을 야기했다.

    고용부는 서비스직 비과세 수당 연간 한도도 240만원에서 360만으로 올리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추진하고 있으며, 업주들 사이에서 신청 절차가 복잡하다는 불만이 나오자 김영주 고용부 장관이 지난 2일 "신청서만 내면 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간소화하겠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현장 업주들 "아무리 고쳐도 현실성 없는 건 여전"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볼멘소리가 나온다. 애초 정부가 꺼내든 정책 자체가 현실성이 결여됐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서울 중구에서 직원 2명과 인쇄소를 운영하고 있는 송모(56·남)씨는 "(기준) 금액을 올리든 내리든 일자리안정자금은 신청할 생각이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먼저 정책을 발표해놓고 부작용이 생기면 거기에 맞춰가려니까 이런 문제들이 발생한다. 정부에서 지원금 13만원 주는 것을 마치 대단한 선심 쓰듯이 홍보하고 있는데, 결국 세금 아닌가. 이렇게 해서 일자리 늘어나는지도 의문이지만, 설령 늘어난다 해도 막대한 혈세로 늘린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13만원 세금 공제해준다고 말이 나오고 있지만, 지원금 자체가 세금이다. 돈 얼마 준다고 하니까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게 뭔가 잘못됐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송씨는 "예를들어 내 월급이 100만원이었는데 올해부터 110만원으로 올라서 10만원을 더 쓸 수 있을 것 같아도 소비자 물가가 오른다. 인건비가 오르면 물가도 함께 올라가는 게 당연하다. 이런 건 전문가가 아니어도 알 수 있는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을지로3가역 인근 업장에서 윤전기를 바삐 돌리고 있던 인쇄업자 안모(61·남)씨는 "정말 어려운 사람들에게 복지 정책을 펼치는 게 아니라면, 일을 하고 대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정부 정책이 이렇게 됐다며 세금을 나눠준다는 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이러한 정책들이 국격을 깎아먹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변 상인들도 "이런 식으로 세금을 퍼주면 일자리가 늘어날지도 의문이지만, 늘어난다 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진짜 아마추어 정권이 아닌가 싶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 "약 하나 팔아도 임상실험하는데…"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올린 최저임금을 다시 세금으로 민간에 지원하는 돌려막기식 정책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는 "경제학은 실험의 학문이 아니다"라고 못박으며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으로) 매달 얼마씩 민간에 돈을 주는 실험을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그런 사례가 전혀 없는데도 최저임금 올리면 소득주도성장이 이뤄진다는 착각에 빠져 무리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도 "정책은 발표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예상되는 효과나 절차도 시뮬레이션으로 점검해봐야 한다"며 "약을 팔더라도 임상실험을 하는데, 정부가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정책을 도입하는데 신중함이라는 게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최저임금이 낮다고 왜곡하고 무리수를 두니까 당연히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고쳐야 하겠지만 이제 (도입) 한달인데 언제까지 고치기만 할 건가. 아마추어 정부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최저임금 산입범위부터 조정하고,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일자리안정자금은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강력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