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칠 때 떠나겠다" 수차례 '脫무도' 예고차기 행선지로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리스 유력
  • "캐릭터가 바닥이 난 상황입니다. 다섯명의 멤버로 100분을 다 채우는 건 정말 힘든 일입니다. 멤버들이 만들 수 있는 웃음의 총량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죠. 어쨌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해야 합니다. 새로운 즐거움을 시청자 분들에게 전달해드리기 위해 방송 형식이나 아이템에 대한 고민을 늘 하고 있습니다."

    기나긴 파업을 끝내고 다시 '무한도전'의 수장으로 복귀한 김태호 피디는 지난해 11월 서울 성동구청에서 열린 '성동명사특강 - 무한도전의 무한한 도전'에서 12년간 매주 시청자를 만나온 '무한도전'이 이젠 한계에 부딪힌 것 같다는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원래는 37분짜리 코너였는데 이게 100분까지 늘어난 겁니다. 방송 수익을 늘리기 위해 방송 시간을 늘리기로 한 거죠. 과거엔 피디 두 명으로도 제작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13명의 피디가 제작에 참여하고 있어요."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무한도전은 언제 폐지돼도 이상하지 않은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다. 조금 모자란 듯한 개그맨들이 매주 기상천외한 도전에 나서는 포맷은, 소재만 고갈되면 바로 사장될 아이템으로 보였다. 슬랩스틱 코미디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초창기 스타일도 '무모한 도전'의 앞날을 비관적으로 보게끔 만드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데 당시 경력이 일천했던 김태호 피디가 메가폰을 잡으면서 '무모한 도전'이 바뀌기 시작했다. 단순한 몸개그에서 캐릭터 위주의 리얼버라이어티로 스타일에 변화가 생겼고, 매주 획기적인 아이템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으면서 점점 매니아층이 늘어가는 프로그램이 됐다. 여기에 촌철살인 자막이 적재적소에 뿌려지면서 무한도전은 수년 만에 '국민'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최초의 예능프로그램이 됐다.

    일등공신은 역시 김태호 피디였다. 초창기 전설처럼 회자되던 무도의 자막들은 모두 김 피디의 손을 거친 작품들이었다. 아이디어와 연출 솜씨도 뛰어났지만 개성이 뚜렷한 멤버들을 다독이고 이끄는 리더십이 탁월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높은 인기가 역으로 그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방영 시간이 100분까지 늘어나면서 제작비와 인력이 배로 들어가는 상황이 되고 만 것. 그렇다고 지원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PPL의 비중이 커졌고, 총괄 피디가 미처 챙겨보지도 못한 장면이 전파를 타는 일도 생겼다.

    김태호 피디는 이전부터 이렇게 말해왔다.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고. 이적설에 휘말릴 때마다 '모두의 관심이 멀어졌을 때 밀려나기보다는, 정상에 있을 때 당당하게 내려오고 싶다'는 속내를 밝혀온 김 피디는 지난해부터 숙원 과제였던 멤버 확충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까다로운 팬들의 입맛을 고려, 다양한 캐릭터를 검토하던 김태호 피디는 마침내 '양세형'과 '조세호'란 걸출한 고정 멤버를 거둘 수 있었다. 특히 조세호가 고정 출연자로 확정되면서부터 무한도전이 다시 순풍을 타기 시작했다. 시청률도 부쩍 올랐고, 프로그램에 대한 호평도 줄을 이었다. 아이돌 시조새 H.O.T가 재결합하는 '토토가3' 역시 무한도전에 대한 관심을 드높이는 기폭제가 됐다. 마침내 김 피디가 입버릇처럼 얘기해온, '당당히 떠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브릿지경제는 지난 4일 "김태호PD가 최근 MBC와 출연진에게 '2월까지 무한도전을 연출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새로운 피디로는 '나 혼자 산다', '쇼! 음악중심' 등을 연출한 최행호PD가 낙점된 상황"이라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MBC는 무한도전을 '시즌제'로 바꾸고, 3월부터 시작되는 '시즌2'에선 김태호 피디가 아닌, 새로운 제작진에게 연출을 맡길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MBC 내부에선 김태호 피디와의 '결별'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무한도전의 '시즌제 전환설'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어느 정도 텀을 두고 시즌2를 시작할지, 아니면 공백없이 새로운 무한도전을 선보일지 여부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선 기존 멤버들이 '시즌2'에 그대로 출연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태호 피디의 거취가 확정되면 유재석 등 원년 멤버들의 선택도 자연스럽게 결정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지배적인 분위기.

    김태호 피디의 차기 행선지로는 최근 미디어 시장의 강자로 등장한 '넷플릭스'가 될 확률이 높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그러나 책임감이 강한 김 피디가 지난해 예능5부장으로 승진한 마당에 쉽사리 MBC와 등을 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과연 김 피디가 어떤 모양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지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