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의 ‘핵 태세 검토보고서(NPR)’ 무슨 내용 담았나?
  • ▲ 美국방부가 지난 2일(현지시간) 공개한 새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 소개 페이지. ⓒ美국방부 홈페이지 캡쳐.
    ▲ 美국방부가 지난 2일(현지시간) 공개한 새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 소개 페이지. ⓒ美국방부 홈페이지 캡쳐.
    美국방부가 지난 2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공개한 ‘핵 태세 검토 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NPR)’을 두고 중국과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美국방부의 NPR은 러시아와 미국 간의 대결 구도를 만들려는 反러시아적 성격이 명백하다”면서 “크게 실망했다”고 비난했다. 中국방부는 지난 4일 대변인을 앞세워 美국방부의 NPR가 “중국의 핵무기 역량 위협을 지나치게 과장했다”면서 “중국은 미국의 NPR 계획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비난했다.

    대체 美국방부가 내놓은 NPR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기에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맹비난하는 것일까. 한국 언론들은 美국방부의 NPR 원문에 ‘북한’이라는 단어가 몇 번 실려 있는가를 두고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美국방부 NPR에 따라 앞으로 미군의 핵전력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美국방부는 이번 NPR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러시아어,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된 요약본도 제공했다. 이 가운데 한국어 요약본을 보면 트럼프 정부가 2020년 이후 미군 핵전력을 어떻게 바꾸기를 원하는지 나와 있다.

    美국방부는 NPR 서문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월 27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에게 새로운 NPR 작성에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최우선 과제가 미국, 우방국, 협력국을 보호하는 일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즉 NPR은 미국뿐만 아니라 그 동맹국까지도 지킬 수 있는 핵전력을 만들어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NPR 서문에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 제거라는 장기적 계획, 핵무기가 전 세계에서 모두 제거될 때까지는 미국이 안전하고 보안성을 갖춘 현대적이고 융통성과 탄력성이 있는 핵무기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면서, 냉전 이후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감축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 ▲ 1945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 수량. 냉전 시절에 비해 엄청나게 줄었다. ⓒ美국무부 보고서 인용.
    ▲ 1945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 수량. 냉전 시절에 비해 엄청나게 줄었다. ⓒ美국무부 보고서 인용.
    美NPR “핵무기, 미국은 85% 줄였는데 중국, 러시아는 늘려”

    NPR 서문은 이어 미국은 냉전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와 대비해 핵무기 비축분의 85% 이상을 감축하고 20년 이상 새로운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은 반면 2010년 NPR이 나온 뒤 전 세계에서의 미국을 향한 핵공격 위협은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최근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나라’가 보이는 행태를 지적했다. 새로운 형태의 핵무기를 생산하고, 군사전략 및 작전계획에서 핵무력 사용 가능성을 높였으며, 우주와 사이버 공간에서 갈수록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 美NPR의 지적이었다.

    이때 중국, 러시아와 함께 거론된 나라가 북한과 이란이었다. 美국방부는 NPR을 통해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며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고, 이란은 ‘핵합의(JCPOA)’에 따라 핵무기 개발 제한에는 동의했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1년 이내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美국방부는 이어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적으로 간주하기를 원치 않고, 양국과의 안정된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 핵무기 감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번에 내놓은 NPR이 미래에 닥칠 핵전쟁 위협을 억지하기 위한 계획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이 NPR에서 밝힌 ‘미래 핵전력’

    美국방부는 NPR을 통해 현재 미군의 핵전력이 1980년대 또는 그 이전에 배치한 잠수함(SSBN),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추진체를 장착하지 않은 일반 폭탄형 핵폭탄과 공중발사 순항미사일(ALCM)을 사용하는 전략 폭격기 등 3가지 축으로 구성돼 있는데 너무 노후화 되어 21세기 미국을 위협하는 적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 미국이 '오하이오'급 전략 잠수함 후속으로 개발 중인 '컬럼비아'급 전략 잠수함의 개념도. ⓒ美글로벌 시큐리티 소개화면 캡쳐.
    ▲ 미국이 '오하이오'급 전략 잠수함 후속으로 개발 중인 '컬럼비아'급 전략 잠수함의 개념도. ⓒ美글로벌 시큐리티 소개화면 캡쳐.
    美국방부는 이에 따라 현재 운용 중인 ‘오하이오’급 잠수함(SSBN) 14척을 ‘컬럼비아’급 신형 잠수함 12척으로 대체할 때까지는 그대로 운용하고, ‘컬럼비아’급 신형 잠수함을 배치하면 이후 수십 년 동안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美본토 각지의 지하 사일로에 배치해 놓은 400기의 단탄두 ICBM ‘미니트맨 Ⅲ’를 2029년까지 신형으로 교체하고, 지하 사일로 등 ICBM 배치를 위한 시설을 45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은 ‘지상기반 핵억제(GBSD)’이라고 불렀다.

    美공군이 보유한 B-52H 폭격기 46대, B-2A 스텔스 폭격기 20대는 일단 계속 운용하면서 ‘B-21’ 레이더 신형 스텔스 전략 폭격기 개발을 완료하면 순차적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 시기는 2020년대 중반부터로 예상했다.

    또한 현재 실전 배치해 놓은 B61-11 핵폭탄과 B83-1 핵폭탄은 지금처럼 비축·운용하지만 2020년대 중반까지 파괴 대상을 더욱 제한적으로 줄이는 B61-12 핵폭탄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냉전 이후로는 모두 폐기한 핵탄두 탑재 공중발사 순항미사일(ALCM)을 다시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다만 기존의 BGM-109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설계 당시 수명 연한을 25년이나 초과해 적의 방공망에 요격당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새로운 순항 미사일 ‘LRSO(원거리 순항미사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美국방부가 NPR에서 밝힌, 새 핵전력 증강계획은 그 실행 시점이 2020년대다. 따라서 3~7년 가량의 공백이 생긴다. 美국방부는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해 냉전 이후 모두 재래식 탄두로 바꿨던 해상발사 순항미사일 가운데 일부를 핵탄두 순항미사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즉 ‘오하이오’급 잠수함뿐만 아니라 현재 운용 중인 ‘시울프’급 잠수함, ‘버지니아’급 잠수함, LA급 잠수함에서도 핵공격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전술 핵무기로 분류되는 B61 계열을 탑재할 수 있는 F-15E 스트라이크 이글(일명 이중능력 전략기종, DCA)의 역할을 F-35 전폭기로 넘겨, 스텔스 전폭기로 전술 핵무기 공격이 가능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계획은 미군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보유한 F-35도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美국방부가 이와 함께 밝힌 핵전력 증강 및 업그레이드 계획에는 2019년까지 W76-1 핵탄두 수명연장 프로그램 완료, 2024년까지 ‘핵 벙커버스터’인 B61-12 개발 및 실전배치 완료, W80-4 핵탄두 수명연장 프로그램과 ‘원거리 순항미사일(LRSO)’ 계획의 동시 추진, 지하 사일로에 배치한 ICBM용 핵탄두 W78 교체, B83-1 핵탄두 퇴출 연기 계획 등도 거론했다.

  • ▲ 미군이 현재 개발 중인 차기 순항미사일 LRSO. 미군은 기존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음속이 안 되는 속도에다 레이더에 포착되는 점 때문에 생존성이 낮다고 보고, 스텔스 디자인을 적용한 장거리 초음속 순항 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美전략문화재단 홈페이지 캡쳐.
    ▲ 미군이 현재 개발 중인 차기 순항미사일 LRSO. 미군은 기존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음속이 안 되는 속도에다 레이더에 포착되는 점 때문에 생존성이 낮다고 보고, 스텔스 디자인을 적용한 장거리 초음속 순항 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美전략문화재단 홈페이지 캡쳐.
    美국방부가 NPR을 통해 밝힌 계획은 예산을 최소화하면서 기존의 ‘전략자산’과 ‘전술자산’ 개념을 넘어 핵무기를 거의 모든 측면에서 전면 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2020년까지 제대로 실행이 된다면, 미군은 냉전이 절정에 달했던 1980년대 초반 수준의 핵공격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만큼 미국의 핵우산 능력이 막강해진다는 의미다.

    중국과 러시아가 美국방부의 NPR에 강하게 반발한 이유는 현재 자기네가 추진 중인 ‘핵전력 강화계획’을 실현해도 미국이 이렇게 앞서 나갈 경우에는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다는 불안감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2018년 1월 들어 “중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핵폭탄 100여 기를 더 생산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하고 있고, 러시아는 수 년 전부터 SLBM 탑재 신형 전략 잠수함과 ALCM 탑재 신형 전략 폭격기, 신형 ICBM 등을 개발 또는 생산해 배치하고 있다. 1980년대 냉전 시절 미국과 호각을 겨뤘던 시절만큼의 핵전력을 보유하는 것이 푸틴 정부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