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이 北 국가수반? 정말 평양 올림픽 되나

靑, "실질적 내려올 수 있는 최고위급… 정상회담 표현도 논의해 봐야"
세계 정상 모인 올림픽에서 북한에만 초점, 외교 형식에만 매몰된 행태

임재섭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2.05 21:29:27

▲ 김의겸 신임 청와대 대변인. ⓒ뉴시스 DB

청와대가 북한 김영남의 평창 올림픽 방문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5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우리를 방문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남북관계 개선과 평창 올림픽 성공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반영됐고, 진지하고 성의있는 자세를 보였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개최국으로서 김영남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따뜻하고 정중하게 맞을 것"이라며 "고위급 대화 등 다양한 소통의 기회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 김영남 상임위원장 방문이 남북한은 물론 세계가 화합하는 평화 올림픽으로 개최하고, 남북한의 지속적 발전과 항구적 평화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일 밤, 김영남을 대표로 한 고위급대표단의 방문을 일방적으로 기습 통보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남은 1928년생의 원로로 북한에서 권력 서열 2위에 해당하는 인사이자 헌법상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북한 헌법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한다"고 돼 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외교에 능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장으로 활동했고, 지난 1983년부터 1998년까지 15년 간 외교부장도 지냈다.

북한의 기습통보에도 청와대는 화색이 만연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북한에서 실질적으로 내려올 수 있는 최고위급이 내려온 것"이라며 "무대의 성격이 남북간의 긴밀한 이야기를 한다기보다는 격식을 갖춰 논의하는 장임을 감안하면 김영남의 방문이 더 잘 걸맞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영남과의 만남을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양한 소통의 기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며 "대통령을 비롯한 실무진들이 어떤 수위에서 어떤 내용을 가지고 만날지에 대해 현재 논의중에 있다"고 했다.

문제는 청와대가 김영남을 국가정상급으로 놓고 본다는 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영남 위원장의 방남은 최초로, 북한 최고 수반의 방한이어서 우리 정부가 어떤 일정을 가져가야 할 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한발 더 나아가 "대통령과 김영남이 만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면, 역대 사례로 볼때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을 만났을떄 정상회담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표현을 쓸 수 있는지 논의해 봐야한다"고 했다. 그는 "이건 정치적인 문제라기보다 올림픽을 계기로 해서 온 것이기 때문에 역대 정상급이 만났던 것과는 또다른 차원인 것 같다"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21일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의 남한 방문 당시에도 전용 고속열차 편성 및 최고급 호텔 룸 등 극진히 대접한 적 있다. 현송월 단장의 북한군 계급은 대좌로, 우리 나라로 치면 대령에 해당한다. 이에 비춰보면 김영남 역시 급을 높여 대접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김영남의 서열은 어디까지나 명목상일뿐, 정상급으로 보기는 어렵다. 청와대가 외교 형식논리에 매몰돼 오히려 올림픽에 참석한 다른 국가정상들을 불편하게 할 우려도 제기된다. 김영남의 북한내 실질적 권력은 최룡해보다 아래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번에 김영남과 함께 방남하는 단원 3명의 명단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여기에 최룡해가 포함될지 언론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때문이다. 청와대는 "올림픽 문제나 평화 구축 등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들이 오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같은날 아침 기자들을 만나 "저희가 가능성을 언급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북한 측의 결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 했다.

이에 야당은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고 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한은 지극히 의전적인 것"이라며 "이는 곧 북한이 올림픽 참가에 대해 큰 정치적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형식적인 의전서열일 뿐"이라며 "현송월보다 정치적 위상을 가지지 못하는 김영남의 방한에 대해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두는 것은 또다시 북한의 위장평화공세에 휘둘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오히려 올림픽 전야의 열병식 강행 여부가올림픽을 대하는 북한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봐야 할 것"이라며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 폐막식에 북한의 최룡해·황병서·김양건 등 실세 3인방이 전격 방한했지만, 폐막식 3일 후 NLL을 침범해 교전을 벌이는 도발을 감행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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