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자유를!” 고교생까지 가담한 반중 운동

홍콩 중고교생들, 중국 국가 강제 제창 등에 강한 반발

허동혁 칼럼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2.02 07:30:31

▲ 교내에서 쫓겨난 '성모본토모임' 학생들이 학생운동단체 회원들과 메가폰을 들고 항의하는 모습. ⓒ홍콩 성모본토모임 제공.

홍콩에서의 반중 운동이 2017년 말부터 고등학생들 사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2017년 11월 13일 홍콩 학생운동단체 ‘스튜던트 로칼리즘’(學生動源)과 ‘홍콩 내셔널 프런트’(香港民族陣綫)는 홍콩의 20개 대학 및 중급학교(중.고 통합과정)에 영국 식민지 깃발 모양을 넣은 홍콩 독립 촉구 전단을 배포했다. 이 일은 다음날 현지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같은 해 12월 9일에는 홍콩의 한 여자 중급학교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여고생들과 학생운동단체가 교내에서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전단을 뿌리다가 교직원들에게 쫓겨나자 언론들과 경찰이 대거 몰려들어 소동이 커진 것이다.

발단은 이렇다. 2017년 11월 23일 홍콩의 카톨릭계 여자 중급학교인 ‘성모서원(聖母書院, Our Lady’s College)’의 교내동아리 ‘성모본토모임(聖母本土關注組)’ 소속 학생 5명이 교내에서 표현의 자유를 촉구하는 전단을 돌리자 교직원이 전단을 모두 압수했다.

학생들은 학교의 조치에 불만을 품고 교내 축제(Open Day)가 열리는 12월 9일 학생운동단체 회원들과 함께 학교에서 다시 전단을 돌렸던 것이다. 이 일은 이튿날 현지 신문 톱을 장식했다.

필자는 최근 ‘성모본토모임’의  비비안 체(謝穎妍), 하젤 청(張希婷) 학생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문: 이 전단을 만든 계기를 설명해 달라.

비비안: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홍콩민주화 시위에 참가하면서 홍콩의 존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작년에도 전단을 배포했는데 그 후 학교에서 ‘앞으로는 허가받고 전단을 배포하라’고 통지해서 우리는 이를 부당한 탄압이라고 생각했다.

문: 전단의 내용 및 주장하는 바를 말해 달라

하젤: 전단 배포의 자유를 촉구하는 언론자유, 우산시위 주동자들의 집회의 자유, 중국 국가법(國歌法) 무효를 촉구하는 표현의 자유를 촉구했다. 학교에서 한해 5~6번 정도 열리는 교내 행사에서 중국 국가를 불러야 하는데, 이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비비안: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Hong Kong is not China). 홍콩이 단지 영국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라 홍콩이 속한 광동 지방은 북경이 있는 화북 지방과 춘추전국시대 이전부터 원래 다른 역사를 갖고 있다.


▲ '홍콩은 표현의 자유가 있는가?' 전단을 들고 있는 '성모본토모임' 학생. ⓒ홍콩 성모본토모임 제공.

문: 교내 축제에서의 상황을 설명해 달라.

비비안: 2017년 11월 23일 전단을 돌리다가 선생님들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그런데 그 후 수업 시간에 한 선생님이 ‘홍콩독립이 왜 필요하냐’며 모욕적인 발언을 했고, 교내외의 중국 출신 학생들로부터 비난 메시지가 오기 시작했다.(필자 注: 홍콩에서 반중 소동이 벌어지면 주동자는 종종 중국인에게 비난 혹은 욕설 메시지를 받는다)

그래서 ‘스튜던트 로칼리즘’, ‘홍콩 내셔널 프런트’의 도움을 받아 그 다음 달에 열린, 5년에 한번 열리는 학교 축제에서 우리의 주장을 다시 알리기로 했다.

하젤: 축제 당일 전단을 돌리다가 학교 밖으로 쫓겨나게 됐다. 이때 한 선생님으로부터 ‘전단을 돌리려면 교복을 벗고 하라’는 말을 들었다. 쫓겨난 후 메가폰으로 교문을 향해 우리의 주장을 외쳤다.

이때 학생운동단체들이 급히 언론사에 이를 알려 기자들이 몰려왔고, 어떻게 알았는지 경찰이 와서 우리에게 사정을 들었다. 축제에 찾아온 동문 선배들이 우리를 설득하기도 했다.

문: 이 일로 학교에서 징계가 있었나?

비비안: 부모님이 학교에 불려가서 면담을 했지만 별다른 징계는 없었다. 언론에 이미 알려져서 조용하게 끝내려 했던 것 같다.

하젤: 그 후 학교 재단인 천주교 관계자가 도움을 줬다. 관계자 주선 하에 조셉 젠(陳日君) 홍콩교구 추기경님을 직접 면담하여 많은 조언을 들었다.

문: 앞으로의 계획은?

비비안, 하젤: 학교 행사에서 중국 국가를 불러야 할 때 뒤돌아서거나, 그런 날은 아예 학교에 가지 않겠다.

문: 한국에서도 100여 년 전 여고생 주도의 독립운동이 있었다(필자 注: 유관순). 마지막으로 활동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말해 달라.

비비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음을 느낀다. 하나씩 이뤄나가고 싶다.

하젤: 무라카미 하루키의 명언 “높고 단단한 벽과 그것에 부딪쳐 깨진 계란사이에서, 나는 언제나 계란 쪽에 서겠다”를 항상 마음속에 되새기고 있다. 우리는 모두 단단한 벽과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영혼이 담긴 계란의 진실을 믿는다.


▲ 라우 홍 학생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과의 단체사진에서 '홍콩독립'사진을 띄운 핸드폰을 들고 있는 모습. ⓒ홍콩 '빈과일보' 관련보도 화면캡쳐.

이들은 인터뷰 말미에서 지금도 중국 학생들에게 비난 메시지가 계속 오고 있다며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여고생들을 도와준 ‘스튜던트 로칼리즘’, ‘홍콩 내셔널 프런트’는 홍콩의 정치 계파인 ‘본토파’(本土派, Localism)소속이다.

홍콩 야당세력은 크게 본토파와 민주파(泛民派, Pan-democrat)로 나뉘는데, 본토파는 중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홍콩 독립을 주장하며, 입법회에 3개 의석을 갖고 있다. 민주파는 정부와의 대화를 우선시하는 온건파로, 입법회 의석 77석 중 22의석을 갖고 있는 야당 최대 세력이다. 이 두 파는 보통 협력한다.

본토파의 활동은 종종 홍콩의 신문지상을 크게 장식한다. 지난 11월 15일 스튜던트 로칼리즘 소속 고등학생 라우홍(劉康) 군은 한 신문사의 행사에 참석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과의 단체사진 촬영 시 ‘홍콩독립’ 사진을 띄운 휴대폰을 한 손으로 들어 올렸다. 이 단체사진은 언론에 그대로 노출되어 본토파와 친중 시위대가 이 학생이 다니는 학교로 몰려와 서로 대치하는 소동으로 번졌다. 이 일을 두고 홍콩 야당 언론은 ‘기습’, ‘열사’라고 칭찬했다.

라우 군은 12월 12일 홍콩 입법회 앞에서 벌어진 본토파 주최 시위에서 BB탄 총을 소지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기도 했다.

라우 군은 인터뷰에서 “홍콩 공산정권은 홍콩독립을 주장하는 언론과 정치인을 부당하게 탄압하고 있다”면서 “해당 행사에 홍콩 공산정권의 우두머리 캐리 람 장관이 오는 것을 알고 수치심을 주기 위해 사진 촬영 때 행동에 옮겼다”고 동기를 밝혔다.   

그는 “홍콩의 자유 민주를 쟁취하고, 홍콩민족과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서 독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은 모두 침착하고 결연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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