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감식 결과 '급가속' 등 기계적 오작동 흔적 발견 안돼""음주·약물 흔적 '제로'..심장동맥 손상이나 혈관 이상도 없어"
  •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김주혁의 사망 원인이 끝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차량 감식 결과를 받아본 결과, 고인의 차량(벤츠 SUV 지바겐)에서 급발진 등의 차량 결함 혹은 기계적 오작동이 의심되는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2일 경찰로부터 고인의 차량을 인계받은 국과수는 약 3개월 동안 각종 테스트를 실시, 당시 사고가 차량 구조 결함이나 정비 불량 등에 의해 발생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했으나 이를 논할 만한 특이한 점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은 지난해 10월 30일 오후 4시 30분경 자신의 차량을 몰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영동대로(편도 7차로) 봉은사역 사거리에서 경기고등학교 사거리 방향으로 운행하다 갑자기 앞 차량 우측을 스쳐 지나간 뒤 인도로 돌진, 아이파크 북문 벽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당시 고인의 차량은 2m 계단 아래로 굴러 전복되면서 연기가 발생했으나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조기 진압돼 큰 화재로 이어지진 않았다. 고인은 오후 5시 7분경 밖으로 구조돼 인근 건국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6시 30분경 숨을 거두고 말았다.

    4~5차로에 걸쳐 서 있던 고인의 차량이 갑자기 (가속 페달을 밟은 듯) 질주하는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면서 한때 '급발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가속시 벤츠의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시에도 급발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국과수 차량 감식에서도 급발진 등 차량 오작동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처럼 차량 결함 가능성이 낮게 나오면서 고인이 심혈관 계통 질환을 앓았을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국과수는 지난해 11월 경찰에 제출한 최종 부검 결과에서 "심근경색이나 심장전도계 이상은 확인할 수 없었다"는 소견을 전달했다.

    당시 국과수는 "사망 원인 이외에 고인의 '사고 원인'이나 '경위'를 유추할 만한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고인이 머리뼈 골절 등 심각한 머리의 손상으로 숨졌다는 종전 소견을 재확인하는 수준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국과수는 "고인의 시신을 대상으로 약·독물 및 조직 검사를 실시한 결과, 미량의 항히스타민제가 검출된 것 이외에 알코올 혹은 특기할만한 약·독물이 검출되지 않았고, 심장 검사에서도 심장동맥·혈관이 손상되거나 염증 같은 증세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초 목격자가 '고인이 가슴을 핸들에 기댄 채 양손으로 핸들을 감싸쥐고 굉장히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었다'고 진술한 점으로 볼 때 고인이 교통사고로 치명적인 머리 부상을 입기 전, 사후에 밝히기 어려운 '심장 이상'이나 '뇌 기능 실조(失調)'를 겪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