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로 의심되는 뉴스에 '논란(disputed) 딱지'…"내 편 아니면 가짜뉴스" 될 수도
  • ▲ 방송통신위원회.ⓒ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방통위가 가짜뉴스 범람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과 관련, "자칫 정부의 언론 검열을 부활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가짜뉴스로 의심되는 뉴스에는 '논란(disputed)' 딱지를 부착한다는 내용을 담은 '2018년 업무보고'를 발표했다.

    언론계 및 학계를 중심으로 한 민간 협의체를 만드는 방식으로 '민간 팩트체크 기능'을 활성화시켜, 독자로 하여금 가짜뉴스를 선별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민간 협의체가 특정 기사를 가짜뉴스로 판별하면 네이버 등 포털사업자가 '논란(disputed)' 딱지를 붙이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해당 매체에 대한 경제적 제재도 가해진다. 인터넷 사업자로 하여금 해당 매체가 광고 수익 배분을 받을 수 없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가짜뉴스는 그간 SNS와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많은 사회적 폐해를 일으켜왔다.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거나 사실이 아닌 허위 정보로 사회 혼란을 부추기기도 했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가짜뉴스 확산 방지책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법 혹은 제도적 방식으로 가짜뉴스 제재 장치를 마련할 경우, 자칫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짜뉴스를 선별하겠다는 의도는 좋으나, 자칫 정치나 이념적인 문제로 인해 상대방 진영을 모조리 '가짜뉴스'로 낙인찍어버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협의체가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적대적인 기사를 생산하는 특정 언론을 상대로만 검열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은 온라인에 유포된 문재인 정부와 여당 관련 가짜뉴스 211건을 고소·고발했다.

    민주당이 고소한 '가짜뉴스' 내용을 살펴보면 ▲청와대에서 탄저균을 수입해 청와대 직원만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2018년 2월24일까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국정원 특별활동비 관련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외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합성한 사진을 유포한 자유한국당 김진권 태안군의회 의원 ▲박영선 민주당 의원 사칭 및 합성사진 유포 등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됐다.

    이는 다가오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악의적 오보나 편파적 보도가 확산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이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다수가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자세를 취한 기사들이다. 그 중 일부는 아직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내용들도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부 방침과 여당 행보를 두고 "결국 진영 논리를 앞 세워 반대편 진영의 기사는 모조리 가짜 뉴스로 낙인 찍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진다.

    바른언론연대 한 관계자는 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난 10년간 광우병, 천안함, 메르스 등 각종 괴담이 온라인에 떠돌았음에도,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도화선인 태블릿 PC가 가짜뉴스 논란에 휩싸였음에도 이를 검증하기 위한 정부나 국회 차원의 시도가 없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는 자칫 언론검열 시대로 회귀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며 "갑작스런 정부와 집권여당의 가짜뉴스 검열 방침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표했다.

    211건의 기사를 고발한 민주당의 행보를 비판하는 비판도 많았다.

    시민사회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지금까지 당에 도움이 되는 가짜뉴스에는 침묵하다가, 왜 이제는 가짜뉴스에 엄정 대응하느냐"며 "지난 정권 당시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얼굴이 합성된 누드화 앞에서 사진을 찍기까지 했지 않느냐"고 성토했다.

    방통위는 이러한 부작용을 우려해 법적 제도보다는 우선적으로 가짜뉴스 확산 방지에 힘을 쏟는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우려섞인 시선은 수그라들지 않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가짜뉴스를 어떻게 판별할지 등의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검토되지 않았다"며 "해당 정책은 11월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가짜뉴스를 차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국민이 민주시민으로서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능력을 지니는 것"이라며 "가짜뉴스와 관련한 인터넷 교육과 사이버상 윤리 교육 등을 2022년까지 확대해 독자로 하여금 뉴스 신뢰도를 판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