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휘관의 마인드부터 바뀌어야 특전사 전투력이 높아진다.- 군 작전요구성능(ROC)은 실무부대원들의 의견 반영도 중요하다.
  • "특전사에서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라고 알려진 특수전용 다목적대검 사진이 지난 주 SNS를 뜨겁게 달구었다.

    "특전사에서 새롭게 다목적 대검을 지급해서 전투력을 높일 예정이다"라고 알려져 있었다. 군 보급품이 아니라 전문 도검기업에서 제조한 제품을 구매해서 보급되는 것에 대해서 특전사 뿐 아니라 많은 관계자들이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막상 새롭게 지급될 다목적대검이 작전에 적합하지 않은 대검이어 실망감이 높아졌다.

    본인도 특전사에서 오랜 기간 복무하며 지급된 대검에 대한 불만이 많았었고 왜 소요제기가 되었는지 잘 알고 있기에 같은 마음이었다. 문제의 핵심을 못보고 있는 육군본부의 해명을 듣고 씁쓸한 마음이 더했다.
  •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라는 의문을 갖기 전에 지금의 특전대검의 문제와 소요제기 과정을 알아야 한다

    특전사 내부에서 대검을 비롯한 개인전투장비에 대한 소요제기는 꾸준하게 제기되었지만 실무부대에서 상급부대로 소요제기 보고가 되는 과정에서 왜곡되고, 변질되거나 보고가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전사 지휘관이 전투력에 도움이 되는 장구류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때문에 중간 지휘관들이 보고를 누락하거나 상부의 코드에 맞추어 규정을 변경하거나 보급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 특전사 대원들이 개인전투장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대테러전쟁으로 인한 해외파병이 잦아지면서이다. 

    그 전까지는 개인전투력이나 장비 면에서 선진국 특수부대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시기이다. 하지만 2001년 9월11일 알 카에다의 9.11테러로 시작된 대테러전쟁은 짧은 시간에 미군을 비롯한 우방국들의 전투양상이나 개인장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짧은 시기에 엄청난 발전을 한 것인데 우리 한국군이 파병되기 시작한 시점이 이러한 변화가 한참 진행되던 시기이다. 

    이렇게 파병을 다녀온 대원들을 중심으로 동맹군 주둔지 매장에서 장비를 한두개씩 장만하기 시작하였고 그런 분위기가 확산된 것은 특전사 모체부대인 제1공수특전여단이다.(이하 1공수) 당시 1공수는 자이툰부대 1진으로 1개 대대가 다녀온 직후로 비인가 개인전투장비 보유율이 가장 높았다. 

    마침 자이툰부대 군수지원단장으로 같이 파병 다녀왔던 최종선 장군이 여단장으로 취임하면서 대원들과 같은 생각으로 개인장비 개선에 대한 노력이 시작되었지만 보급으로는 한계를 느껴 우수한 상용장비(비인가장비)에 눈을 돌렸다. 부대원들도 지휘방침을 반겨 개인장비에 많은 투자를 했었다. 하지만 여단장의 재임기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것을 바꾸기에는 너무 부족했던 것이다. 결국 여단장이 교체되자마자 비인가장비에 대한 사용이 제한되었다.
  •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2013년 10월 특수전사령부에 이전 지휘관들과 뭔가 다른 지휘관이 부임했다. 실무적이면서 전투력을 우선하는 전인범 장군의 등장이었다. 전인범 장군의 등장은 특전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전인범 장군이 이라크에 근무하면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 특히, 무기체계부터 개인장비에 이르기까지 전장에서 습득한 노하우와 지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많은 우방국들과의 교류로 군인으로는 드물게 폭넓은 시야와 인맥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특수전사령관으로 부임하자마자 제도개혁부터 장비개선까지 모든 것을 서둘렀다. 사령관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짧다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사령부 참모들도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녀야 했다. 

    일반적으로 군단급 참모장이면 편할만도 한데 당시 참모장이던 김용덕 장군도 사령관이 국방부 쫓아 올라가면 자신은 육군본부 쫓아가고 주임원사이던 이준근 원사 또한 백방으로 쫓아다니는 식으로 업무분담이 되어 예산을 타오고 제도를 개선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전인범 장군 역시 군 보급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지했다. 

    그래서 사령관령으로 예하부대에 비인가장비(상용장비)의 사용을 허가하고 장려했다. 아직도 현역과 예비역들에겐  전인범 장군의 '신의 한수'라고 칭송하고 있다.
  • 이때가 바로 특전대검에 대한 소요제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시기이다. 이후 특전부사관 임관식에 초대되어 전인범 장군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개인장비 개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현재 특전사에 지급된 대검의 문제점에 대해 말씀드렸다.

    현재 지급되어 사용중인 대검은 독일의 Eickhorn사의 제품을 국내업체가 라이센스한 제품인데 오리지널과 외형은 같지만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우선 내구성이 너무 떨어졌다. 특히 칼날과 손잡이의 이음새 부분이 자주 부러져서 아예 힘을 받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구두명령까지 내릴 정도였다

    본인도 경계근무 이동 중 나무에 부딪혀 대검이 부러진 적이 있다. 행정보급관에게 욕 한번 먹으면 그만이었지만 무슨 군용대검이 이렇게 약할까 하는 의문이 강하게 있었다. 또한 다목적대검의 기능 중 절단기능이 있어 철조망을 절단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문제는 강도가 센 철조망 절단 시에는 칼날이 망가지거나 체력소모가 심해 그냥 절단기를 챙겨 다니곤 했던 것이다

    실제로 외국의 특수부대도 절단기를 별도로 휴대하고 작전에 투입된다. 다목적대검을 만능열쇠처럼 활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절단기 사용이 훨씬 빠르고 신속하기 때문이다. 또한 디자인 자체가 상당히 불편하여 최후의 무기라는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았기에 이러한 이야기들을 했더니 전인범 장군 또한 공감하고 새로운 대검에 대한 소요제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때가 2014년 봄이다.
  • 때마침 특전사에 크라브마가(근접전투/격투체계)가 도입되면서 본격적으로 나이프 전투기술이 활성화 되었다. 하지만 특전사에 지급된 대검은 크라브마가 같은 나이프를 이용한 전투에 적합한 대검이 아니었다. 

    시범이나 영화에서처럼 한방에 적을 은밀하게 제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차라리 손도끼로 한방에 찍는 것이 더 신속하고 은밀한것 같다. 그래서 많은 부대원들이 작전에 적합한 대검이나 멀티툴을 개인적으로 구매해서 소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인범 장군 역시 짧은 지휘기간에 다 이루지 못하고 후임자에게 공을 넘겼으나 다들 알고 있다시피 모든 것이 중지되거나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전인범 장군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야전군 부사령관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에서 간섭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나 소요제기 등을 지속하다가 전역하게 된다.


    - 추가 연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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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만
    특전사 예비역 상사

    아세아항공보안연구소·아세아항공보안교육원 교수

    한국재난정보학회 부설 재난기술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