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클링너 박사, 존 볼튼 前대사…누구든 대북 강경파 가능성 높아
  • ▲ 한국에서 차기 주한 美대사 후보로 거론되는 브루스 클링너 美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 ⓒ유튜브 강의영상 캡쳐.
    ▲ 한국에서 차기 주한 美대사 후보로 거론되는 브루스 클링너 美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 ⓒ유튜브 강의영상 캡쳐.
    지난 1월 31일 ‘빅터 차’ 美조지타운大 교수가 주한 美대사에서 낙마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정치권이 떠들썩하다. 한편 언론과 외교가에서는 다음 내정자는 누가 될까를 두고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빅터 차’ 교수의 낙마에 대해 상세히 보도한 ‘동아일보’는 1일 美워싱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차기 주한 美대사 후보로 브루스 클링너 박사와 존 볼튼 前유엔 대사, 마크 내퍼 주한 美대사 대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른 언론들 또한 물망에 오르는 주한 美대사 후보들에 대한 보도를 내놓고 있지만, ‘빅터 차’ 교수의 낙마 이유나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의 성향, 발언 등으로 볼 때 대북 강경파가 내정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여기에 한 가지 요소를 더해야 하는데 바로 ‘반중 성향’이다. 북한 비핵화 및 탄도미사일 개발 포기를 위해 중국을 지렛대로 사용하는 트럼프 정부에게 있어 주한 美대사가 친중 성향이면 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브루스 클링너’ 박사와 ‘존 볼튼’ 前유엔 대사 내정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북한 인권 중시하는 브루스 클링너

    브루스 클링너 박사는 美씽크 탱크 ‘헤리티지 재단’에 2007년 선임 연구원으로 합류했다. 그 전에는 美국방정보국(DIA)과 중앙정보국(CIA)에서 20년 동안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뤘다. 특히 1996년부터 2001년까지는 美중앙정보국 한국담당 부서의 부책임자를 지냈다고 한다.

    브루스 클링너 박사는 북한 김씨 일가의 독재체제와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를 자주 지적해 한국 언론에도 많이 소개된 사람이다. 언론이 보도한 브루스 클링너 박사의 발언 몇 가지만 살펴봐도 그의 생각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브루스 클링너 박사는 2015년 8월 28일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이 주최한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정부가 ‘사드(THAAD)’ 배치 문제를 논의하기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가 중국의 신경을 건드릴까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브루스 클링너 박사는 “박근혜 정부는 여러 고위급 중국 관리들이 한국 정부에 압력을 행사한 뒤 이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북한의 위협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가 자국 국민들을 효율적으로 보호하려 하지 않고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에 지속적으로 반대한다는 것은 아리송할 따름”이라며 당시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고 한다.

    브루스 클링너 박사는 또한 “사드 배치는 한국 정부가 국가안보와 국방의 필요성에 따라 주권을 행사해 결정할 사안인데 중국의 경제적 협박에 굴복해 자국민을 보호하는 일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브루스 클링너 박사가 북한 김씨 왕조를 어떻게 보는지는 2010년 5월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난다. 당시 클링너 박사는 “북한에 김정일 체제와 같은 정권이 없어지기 전에는 북한이 안고 있는 문제는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김정은이 스위스 국제학교에서 공부해서 서구화되고 선정을 펼칠 것이라고 관측하지만 그런 생각은 순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박사는 이 인터뷰에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중국이 움직여야 한다”며 “제한적인 대북제재로는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브루스 클링너 박사는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주장하는 제한적 선제 타격, 즉 ‘김정은의 코피 작전’이나 북한 탄도미사일의 중간 단계 선제 요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그는 2017년 4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할 확실한 증거가 있을 경우 미국은 대북선제타격에 나서겠지만 재래식 전력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면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 했을 때 미국이 중간에서 요격하게 되면 이는 자칫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는 의견을 강조했다.

  • ▲ 유엔 주재 美대사 당시 반대 의견을 낸 사람에게 반박하는 존 볼튼.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엔 주재 美대사 당시 반대 의견을 낸 사람에게 반박하는 존 볼튼.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 제거” 주장하는 존 볼튼

    존 볼튼 前유엔 주재 美대사는 대북 강경파로 잘 알려져 있다. 존 볼튼 前대사는 2001년 부시 행정부에 합류하기 전까지 5년 동안 美씽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활동했다. 부시 행정부에서는 美국무부 군비통제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보, 유엔주재 美대사 등을 지내면서 미국의 안보전략을 실현하는데 앞장섰다.

    당시 존 볼튼 前대사는 공식 석상에서 김정일을 가리켜 “폭군 독재자”라 부르며 “북한 주민들은 그의 악몽 같은 독재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해 북한 측의 공식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가 거의 10년 만에 세간의 주목을 다시 받게 된 것은 美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부터다.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 뒤 존 볼튼 前대사가 국무장관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美워싱턴 D.C.에서 나돌았다. 이때 美주요 언론들은 그의 대북 강경발언을 소개하며 “볼튼이 국무장관이 되면 미국은 북한과 전쟁을 할 것”이라며 격렬히 반대했다.

    2017년 7월 존 볼튼 前대사가 美정치전문매체 ‘더 힐’에 기고한 글 또한 화제가 됐다. 당시 그는 기고문에서 “북한과 군사적 충돌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 김정은 체제를 해체하고 한반도를 통일하는 길뿐”이라고 주장했다. 존 볼튼 前대사는 같은 달 “중국이 북한의 정권교체에 동의하지 않으면 군사적 대응조치 외에는 답이 없다”고 다시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존 볼튼 前대사는 2017년 9월 이후로는 “이제 남은 길은 대북 선제타격밖에 없다”며 트럼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2017년 12월에는 “북한의 美본토 핵공격을 허용할 것인지 선제 대북타격을 할 것인지 양자택일 밖에 남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2018년 1월에는 김정은의 신년사를 본 뒤 “김정은이 남한에는 화해의 손짓을 보내고 있지만 다른 한 손으로는 핵버튼에 손을 올려놓고 있다”며 김정은 체제를 하루 빨리 무너뜨려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존 볼튼 前대사의 이 같은 강경한 발언은 미국에서조차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 반대하는 언론들은 그가 참을성이 없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그가 미국의 대외전략에서 큰 역할을 맡으면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 피라드 자카리아 박사가 진행하는 美CNN의 GPS 출연한 빅터 차 美조지타운大 교수. ⓒ美CNN 관련보도 화면캡쳐.
    ▲ 피라드 자카리아 박사가 진행하는 美CNN의 GPS 출연한 빅터 차 美조지타운大 교수. ⓒ美CNN 관련보도 화면캡쳐.
    미국에서도 알 수 없는 차기 주한 美대사

    외교부 안팎에서는 이 두 사람 외에도 월터 샤프 前주한미군 사령관이나 현재 대사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마크 내퍼 주한 美대사 대리 등이 차기 주한 美대사가 되지 않겠느냐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현재 트럼프 정부의 대북전략과 미국이 지금까지 주한 美대사를 임명하던 기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이해도 등을 따져보면 전혀 예상도 못했던 인물이 차기 대가로 올 수도 있다.

    미국은 역대 주한 美대사에 주로 국무부 부차관보 급의 인사를 내정해 왔다. 직업 또한 보통 국무부 관료나 학자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1986년부터 3년 동안 주한 美대사를 지낸 제임스 릴리 前대사, 김영삼 정부를 옆에서 지켜본 도널드 그레그 前대사는 CIA 출신이었다. 노무현 정권 당시 한국에 왔던 알렉산더 버시바우 前대사는 차관급이었는데 ‘특별한 케이스’로 여겨졌다.

    트럼프 美대통령의 대북전략, 美백악관과 美국무부의 의견, 미국 내 여론에다 그동안의 관례 등을 더하면, 브루스 클링너 박사와 존 볼튼 前대사, 월터 샤프 前주한미군 사령관, 마크 내퍼 대리 등이 모두 들어맞지 않는다.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대북 강경론자’가 차기 주한 美대사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도 하나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1일 ‘빅터 차’ 주한 美대사 내정자의 낙마와 관련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자 “美백악관은 차 후보자를 주한 美대사로 공식 임명한다고 밝힌 적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이었다.

    한국 언론들은 2017년 상반기부터 ‘빅터 차’ 교수가 차기 주한 美대사로 낙점됐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후 ‘빅터 차’ 교수와 ‘줄’을 대보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나왔다. 지난 1월 31일 美정치 전문매체들이 “美백악관 내부에서는 차 내정자가 한국 측과 인연이 깊어 미국의 대한반도 전략을 관철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어쩌면 한국 사회 전체가 ‘빅터 차’ 교수의 낙마를 초래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