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소식통 “폐쇄했던 중소형 발전소 재가동 지시로 당 간부 고심”
  • 과거 북한이 '고난의 행군' 시기에 건설한 중소형 수력 발전소 가운데 하나인 원산군민발전소. 수력 발전소인데 물이 부족하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과거 북한이 '고난의 행군' 시기에 건설한 중소형 수력 발전소 가운데 하나인 원산군민발전소. 수력 발전소인데 물이 부족하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한국에서는 강추위 때문에 한때 전력 제한공급 조치가 이뤄졌다. 이를 두고 많은 국민들이 “정부가 ‘신재생 에너지’만 외치며 대안 없이 원전 가동을 중단한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럼 북한 김정은도 ‘신재생 에너지’만 외쳤던 걸까. 최근 북한 각 지역마다 오래 전에 폐쇄한 중소형 발전소를 재가동하라는 김정은의 지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각 전력공업성이 기존에 등록된 중소형 발전소들의 운영 실태 조사에 나서는 한편 가동을 중단한 발전소들을 모두 되살리라는 지시를 내려 지방 노동당 간부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고 지난 1월 31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자강도 소식통은 “내각 전력공업성이 2004년까지 각 시·군에 등록된 중소형 발전소들의 운영 실태를 조사하고 있으며, 이들을 모두 되살리라는 노동당 중앙의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전력난을 해소한다며 ‘물이 흐르는 모든 곳에 중소형 발전소를 건설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1997년부터 2004년 사이에 전국 곳곳에 4,000여 개의 중소형 발전소를 건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은 이때 50kw 이상의 발전 능력만 있으면 중소형 발전소로 지정했지만 현실적으로 전력난 해소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 환경 파괴만 초래한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2004년에 발전 능력 500kw 이하의 발전소들은 모두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이때 지방 공장과 농촌 양수장에 설치한, 발전 능력 50kw 이하의 소형 발전소는 ‘시·군 중소형 발전운영 사업소’에 등록하고 없애지 않았는데, 이것들을 모두 재가동하라는 것이 노동당 중앙이 이번에 내린 지시라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양강도 소식통은 “2004년에 정리하고 남은 중소형 발전소가 양강도에만 131개나 되는데, 이 중 16개는 2004년 이후 양강도 청년동맹과 여성동맹이 자체 건설한 것”이라며 “문제는 발전소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장마철에 홍수가 나서 다 떠내려 가고 남은 것은 30여 개도 안 된다”고 중소형 발전소들의 현황을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노동당 중앙에서) 이제 와서 그런 발전소를 재가동하라고 하니 지방 노동당 간부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이미 건설돼 있는 중소형 수력 발전소를 이용해 전력 생산량을 정상화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실효성은 없지만 노동당 중앙의 지시이니 지방 노동당 간부들은 발전소를 정비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김정은의 이 같은 지시는 과거 중국에서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마오쩌둥의 지시를 연상케 한다.

    마오쩌둥은 1950년대 중후반 중국을 3개의 선으로 나누고, 마지막 후방에 있는 삼선에다 각종 공업시설을 짓도록 명령했다. 이 가운데 백미는 1957년 11월 “영국의 철강 생산량을 따라 잡아야 한다”며 모든 마을에 제철소를 짓게 만들었다. 이후 지표상으로는 철강 생산량이 대폭 증가했지만, 실제로는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철강이 거의 없었다. 이때의 무분별한 제철소 건설 과정에서 일어난 환경 파괴는 농업 생산량을 대폭 줄어들게 만들었고 결국 주민들을 굶겨 죽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수력 발전소로 전력난을 극복한다는 김정은의 생각 또한 마오쩌둥 수준이다. 수력 발전이 가능하려면 자연적인 물의 양이 풍부해야 한다. 하지만 김일성 때부터 시작된 ‘다락밭 사업’과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일어난 전 국토에서의 벌목 때문에 산과 지층이 수분을 가둬놓지 못해 비가 안 오면 가뭄이 들고 비가 내리면 홍수가 나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이런 자연 환경에서 14년 전에 폐쇄한 중소형 수력 발전소를 다시 가동하라고 명령한다는 것은 김정은의 지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보여주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