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북한의 참가로 올림픽 평화 정신이 빛나게 됐다"예정에 없던 북한 공연 추진… "3선 앞둔 치적 쌓기" 논란도
  • ▲ '2017 무주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국제태권도연맹(ITF) 북한 시범단이 시범 공연을 펼치는 모습.
ⓒ뉴시스
    ▲ '2017 무주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국제태권도연맹(ITF) 북한 시범단이 시범 공연을 펼치는 모습. ⓒ뉴시스

    예정에 없던 서울시청 북한 태권도 시범단 공연이 확정되면서 "굳이 서울에서 북한 태권도 공연을 두 번이나 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31일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열리는 남북 합동 태권도 시범공연과 관련해 북한 방문단을 환대하고 서울시청 다목적홀 공연 지원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세계태권도연맹(WT)와 통일부는 북한 국제 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의 방남 및 평창올림픽 기간 내 세계태권도연맹과의 합동공연 일정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북한 태권도 시범단은 남한에서 총 4차례 공연을 펼치게 된다. 9일 올림픽 개회식 사전공연, 10일 속초시 강원진로교육원, 12일 서울시청 다목적홀, 14일 MBC 서울 상암홀에서 각각 무대를 가질 예정이다. 서울에서만 두 번이나 북한 공연이 열리는 셈이다.

    특히 서울시청 합동공연은 '계획에 없던 행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30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외신 대상 기자회견에서 갑작스럽게 '서울시청 남북 태권도 공연'을 언급했다. 박원순 시장은 해당 기자회견에서 "올림픽의 본래 정신이 평화인 만큼, 북한의 태권도 시범이 서울시청 청사 안에서 열리도록 현재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북한의 참가로 올림픽 평화 정신이 빛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간 북한 핵실험 등으로 빚어진 긴장이 올림픽으로 해소되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 태권도 공연단이 서울시청에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당초 서울에서는 상암동 MBC 홀만이 유력한 공연 장소로 검토됐다. 그러나 31일 MBC 홀과 함께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도 추가로 공연이 확정됐다.

    김의승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초 서울시청도 공연 장소로 내부 검토가 되고 있었지만 언론을 통해 공식 보도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 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등 '북한의 대남 갑질 외교'라는 비판이 커지는 상황에서 "굳이 서울시청에서까지 공연을 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누리꾼들은 "국민의 자존심은 안중에도 없나, 북한에 왜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모시지 못해 안달인가"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사 댓글과 포털 사이트에서는 "북한 태권도 선수들은 군인 아니면 보위부 요원일텐데 서울시청에 들인다니", "플랜 B로 퀴어축제도 북한에 가서 하라",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입장권을 강매하지 말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북한의 태권도 시범단 선수 중에는 실제 대남 공작원이나 북한 군(軍) 관계자들이 상당수일 것"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국제태권도연맹(ITF)의 한국본부의 한 관계자는 3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태권도 사범이라는 지위가 비자를 받기가 수월하기 때문에 과거 북한 보위부 요원들이 많이 침투했다"며 "실제 대남공작원들이 이 루트를 많이 이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관계자는 남북 태권도 시범단의 서울시청 공연과 관련해 "원래 국제태권도연맹 북한 지부가 한국에서 활동하려면 법적 절차 등 때문에 한국 측 연맹의 도움을 받아야하는데, 이번 남북 시범단 공연은 철저히 북한 연맹 측과 정부가 직접 교섭으로 진행하고 있어 우리도 아는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의 북한 사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평소 남북 경평 축구 평양 자매결연, 평양시장에 편지 쓰기 등 각종 이벤트를 추진해온 박원순 시장의 행보로 미루어, 이번 태권도 공연 역시 3선 도전을 앞두고 '꼭 쌓아야 하는 치적'이 아니겠느냐"는 의혹의 시선도 적지 않다.

    주찬식 시의원은 "서울시가 태권도와 무슨 관련이 있길래 시청 내에서 공연을 하는 지 모르겠다.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해당 홀을 섭외했다면 모르겠지만, 굳이 왜 (상암 MBC 홀도 있는데) 나눠서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주찬식 시의원은 "3선 도전을 목전에 두고 이벤트성 과시용 행사인 걸로 보인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굳이 서울시청에서 해당 공연을 할 필요가 뭐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서울시청 합동공연은 호신술과 낙법을 선보이는 북한 국제태권도연맹(ITF) 공연과 고난도 격파 등으로 구성된 세계태권도연맹(WF) 공연 순으로 각각 25분씩 진행될 예정이다. 합동공연은 이후 10분 간 이어진다.

    이번 시범공연에는 국제태권도연맹(ITF) 리용선 총재를 비롯한 주요 임원진과 선수단 34명이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