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 “트럼프 연두교서, 김정은에게는 끔찍한 경고”
  • ▲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지난 30일 저녁(현지시간) 연두교서를 했다. ⓒ美CBS 뉴스 중계영상 캡쳐
    ▲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지난 30일 저녁(현지시간) 연두교서를 했다. ⓒ美CBS 뉴스 중계영상 캡쳐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30일 저녁(현지시간) 美의회에서 취임 후 첫 연두교서(年頭敎書, State of the Union)를 했다.

    트럼프 美대통령의 메시지는 “미국의 미래를 향해 공화·민주 양당은 물론 전 국민이 화합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내용이 골자였지만, 북한에 대한 이야기도 적지 않게 나왔다. 이를 두고 美주요 언론들은 “북한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는 끔찍한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이날 연두교서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 야망을 날려버리겠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북한은 지난 11월 미군들의 우려를 자아낸 ‘화성-15형’ 발사를 포함해 2017년에만 최소 3번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자행했다”면서 “이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새 탄도미사일이 8,000마일(1만 2,874km) 이상을 비행해 美본토 동부해안을 비롯해 주요 도시들을 공격할 능력을 갖췄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또한 지난 29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오 美중앙정보국(CIA) 국장이 英BBC 뉴스에 출연해 “북한이 몇 달 이내로 핵탄두를 장착한 ICBM으로 美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평가한 점을 언급하면서 김정은 정권을 강하게 비난했다고 한다.

    美주요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美대통령은 “과거 사례로 볼 때 자만과 양보는 오직 침략과 도발만을 불러 왔다”면서 “나는 우리 미국을 매우 위험하게 만든 과거 정부의 실수를 절대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 등 美주요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美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북한이 무모하게 개발하는 핵미사일이 조만간 우리 미국의 본토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북한에 대해 선제 타격 등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최대한의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 ▲ 트럼프 美대통령의 연두교서에 초대받은 故오토 웜비어 씨의 부모. 이들은 청중들로부터 박수를 받자 울음을 터뜨렸다. ⓒ美CBS 중계영상 캡쳐.
    ▲ 트럼프 美대통령의 연두교서에 초대받은 故오토 웜비어 씨의 부모. 이들은 청중들로부터 박수를 받자 울음을 터뜨렸다. ⓒ美CBS 중계영상 캡쳐.
    美‘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美대통령의 연두교서 가운데 이 부분을 지적하며 “트럼프가 말한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최대한의 압박’에서 방점을 찍을 수 있는 부분은 대북선제타격이 될 것 같다”면서 “주한 美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조지타운大 석좌 교수가 낙마하게 된 ‘코피(Bloody Nose) 전략’이 그것”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美대통령의 이날 연두교서에는 특별한 손님도 참석했다고 한다. 북한에 불법구금된 뒤 15개월 만에 뇌사 상태로 돌아온 故오토 웜비어 씨의 부모와 탈북 과정에서 다리를 잃고 나중에 미국으로 망명한 지성호 씨였다.

    美주요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美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오토 웜비어’ 씨의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체제 선전물을 슬쩍 했다는 별 것도 아닌 일로 22살의 젊은 대학생에게 15년의 강제징역형을 선고하고 결국 죽음에 몰아넣은 비양심적인 나라가 북한”이라며 “미국과 동맹국은 우리를 향한 핵위협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정권의 타락상을 유심히 살펴보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고 한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연두교서 자리에 초대받은 故오토 웜비어 씨의 부모와 형제들을 바라보며 “여러분은 우리 세상을 위협하는 세력에 대한 강력한 증인들이며, 여러분의 강인함이 우리 모두를 고무시켜 줬다”면서 “오늘밤 우리 미국인 모두가 故오토 웜비어 씨에 대한 기억으로 뭉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이어 탈북자 지성호 씨를 호명하며 “저 분은 자기 나라 국민을 굶기고 고문하는 최악의 북한 정권에서 탈출한 분”이라며, “북한 정권은 인류의 적”이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美주요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美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지성호 씨가 어떻게 북한을 탈출했고, 그 과정에서 붙잡힌 부모가 북한 당국에게 고문을 받다 숨졌으며, 지 씨가 중국을 거쳐 동남아까지 수천 킬로미터를 도망 다니면서 무슨 일을 겪었고, 철길에서 그의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 이후 여러 차례의 수술을 받고 자유인이 되겠다고 결심했던 일, 지금은 다른 탈북자들과 함께 서울에 거주하고 있으며, 기독교인이 되었다는 사실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트럼프 美대통령의 설명이 있은 뒤 청중들이 박수를 치자 지성호 씨는 목발을 손에 들고 일어서 화답하는 모습이 미국 전역에 중계되기도 했다.

  • ▲ 탈북자 지성호 씨가 청중들의 박수에 일어나 화답하고 있다. 그는 탈북 과정에서 철도 사고로 다리를 잃었다. ⓒ美CBS 중계영상 캡쳐
    ▲ 탈북자 지성호 씨가 청중들의 박수에 일어나 화답하고 있다. 그는 탈북 과정에서 철도 사고로 다리를 잃었다. ⓒ美CBS 중계영상 캡쳐
    美대형 온라인 매체 ‘복스 닷컴’은 이를 두고 “독자들이 만약 2002년 조지 W.부시 당시 대통령의 연두교서를 기억한다면, 그때와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것”이라면서 “당시 부시 美대통령은 이라크와 이란, 북한을 미국을 공격하는 테러리스트들을 지원하는 ‘악의 축’이라 불렀고, 그 다음에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사담 후세인 정권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이라크를 침공했다”고 지적, 한반도 위기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 등 美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美대통령의 연두교서 가운데 북한 관련 부분은 자국민마저 고문하고 굶기며 학대하는 정권이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美대통령의 연두교서 이후 미국 언론들은 ‘빅터 차’ 주한 美대사 내정자 낙마 소식과 함께 2018년 미국의 대북전략이 더욱 강경해지지 않겠느냐는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와 CBS 뉴스 등 지금까지 트럼프 美대통령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美주요 언론들조차도 이날 연두교서가 2018년 미국과 북한, 한국 정세를 가늠하는데 중요한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