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최저임금 오르면 일자리 줄어드는 건 경제학원론만 들은 사람도 아는 사실" "최저임금을 올려서 소득주도성장을 한다는 것은 만화보다 못한 얘기" 한숨 푹푹
  • ▲ 지난 3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도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규탄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최저임금은 죄가 없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사진기자
    ▲ 지난 3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도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규탄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최저임금은 죄가 없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사진기자

    #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김진호(가명·26)씨는 하루 2시간 반씩 주 5일을 일하고 월 41만원 가량을 받는다. 올해부터 시급은 천원 이상 올랐지만 그의 수입은 작년과 비슷하다. 작년에 3시간이었던 김씨의 근무시간이 30분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식당 직원 1명이 그만두게 됐다는 소식도 듣게 됐다. 김씨는 "좋은 알바라서 만족하고 있는데 매장 사정이 안 좋아 사장님이 그만 나오라고 할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 대학생 최서현(가명·24)씨는 인터넷으로 카페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다 깜짝 놀랐다. 지원 조건에 예년에는 볼 수 없었던 '경력자·포토샵·일러스트·초크아트 능숙자' 문구가 표기돼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 앞에 새로 생긴 카페에서 제2외국어 가능자를 우대한다는 공고를 보고 씁쓸했다는 최씨는 "작년에 비해 조건이 전반적으로 까다로워진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을 7,530원까지 대폭 인상하며 '소득주도성장'을 천명했다. 당초 정부는 가파른 임금인상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소비 확대로 내수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현실은 고용절벽과 물가인상에 부딪혀 좌초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수백만 자영업자와 영세기업인들은 예년 대비 2배를 웃도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하소연하고 있다. "차라리 내가 더 근무하겠다"며 직원을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업주도 있다. 서울 중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시급이 올라갈수록 더더욱 경력자를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이러한 상황과 관련해 "IMF를 생각하면 된다. 실업자가 많으면 실업자 사이에 있는 경력자를 데려다 쓰면 되니 지금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어려워 일자리는 줄어들고 경력자는 남아도는데, 경력 없는 사람을 누가 쓰겠나? 이제 단순 아르바이트도 경력이 없다면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의점이나 카페와 같은 최저임금 일자리 최전선에 선 20대 청년들은 고용절벽과 물가상승이라는 이중고(二重苦)에 신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랐다고 해서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근로자의 생활수준이 나아지지 않으며, 오히려 이러한 부작용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26일 구인·구직 포털사이트 '알바천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아르바이트 직원 구인 공고는 37만1,923건으로, 지난해 동기 40만8,858건보다 9% 가량(3만6,935건) 감소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맞춘 외식업계의 가격 줄인상도 예정된 수순이었다.

    롯데리아·놀부부대찌개·신선설농탕·쥬씨·미스사이공 등은 이미 가격을 인상했고, 커피빈·이삭토스트는 2월부터 가격을 인상한다.

    외식 업종의 가격 인상은 토스트·김밥·떡볶이 등 메뉴를 가리지 않고 있다. 일부 프랜차이즈 외식 업체는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보고 주춤하고 있지만, 가맹점주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인건비가 주요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업은, 올 최저임금 상승분 16.4%에 필적할 만한 획기적인 매출 상승 요인이 없다면 가격 인상이 필수불가결하다.

    박동운 단국대 교수는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은 경제학원론만 들은 사람도 안다. 최저임금을 올려서 소득주도성장을 한다는 건 만화보다 못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올해) 최저임금을 너무 많이 올렸다. 매출은 그대론데 인건비만 올라간다면 사용자는 자신이 더 많은 노동을 하거나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이 졸업하고 시장에 나오는) 3월부터 이런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의 "문재인 정부 최저임금 1만원 포기해야", "최저임금 더 올리면 소상공인 데모할 것"이라는 소신발언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정부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친(親)노동 성향의 문재인 정부의 공약은 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계의 요구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에 도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장의 실상을 아는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은 "최저임금을 여기서 더 올리면 소상공인들 길바닥에서 데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자도 "내 자리는 안 없어진다는 전제 하에 봉급만 올려달라는 것인데, 그게 가능하면 얼마나 좋겠나. 그걸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기업에 역으로 갑질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정부가 올린 최저임금을 세금으로 민간에 메꿔준다는 것(일자리안정자금)도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뉴데일리>와 통화를 가진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최저임금 올려도 적정 수준으로 올려야 하는데, 대폭 올려놓고 줄 능력 안 되면 모두 문 닫으라는 것이다. 일자리 없어지면 피해는 서민들이 입는다. 그 많은 실업자 다 세금으로 먹여살릴 것인가. 전문가들이 아무리 말해봐야 국민들은 일자리 없어지는 건 생각 안 하고 당장 돈 얼마 올려준다니 좋아하기만 한다. 국민들도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니 국민 수준에 맞는 정책이 나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정책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코멘트를 하려면 어느 정도 수준이 맞아야 하는데 지금 무슨 할말이 있겠나. 당장 (소신발언한) 어수봉 위원장이 사퇴 압박받고 있지 않나. 나라가 어디로 가려는지 걱정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