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9일 휴양지 랑카위서 신원불상 미국인 접촉 흔적
  • ▲ 말레이시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VX가스 공격을 받은 뒤 의식을 잃은 채 들것에 실려 후송되는 김정남. ⓒ日후지TV '충격파 SP' 다큐멘터리 예고 캡쳐.
    ▲ 말레이시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VX가스 공격을 받은 뒤 의식을 잃은 채 들것에 실려 후송되는 김정남. ⓒ日후지TV '충격파 SP' 다큐멘터리 예고 캡쳐.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암살당한 김정남이 죽기 전 미국 국적의 남성을 만났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고 英‘로이터 통신’이 지난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英‘로이터 통신’은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김정남을 살해한 시티 아이샤, 도안 티 흐엉에 대한 재판이 29일(현지시간) 열렸다”면서 “검사는 이들이 김정남의 얼굴에 VX 가스를 발라 살해했다고 기소 내용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英‘로이터 통신’은 “이날 재판에는 김정남 암살 사건 수사를 지휘한 완 아지룰 니잠이 증인으로 출석해 김정남이 2017년 2월 6일 이전에 말레이시아 휴양지 랑카위에 도착해 이틀 동안 머물렀으며, 2월 9일 이름을 알 수 없는 미국 남성을 호텔에서 만났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英‘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완 아지룰 니잠’은 “오늘까지도 그 미국 남성의 신상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이에 피고인 ‘시티 아이샤’의 변호인은 2017년 5월 日‘아사히 신문’ 보도를 인용해 “김정남이 만난 미국인은 美정보기관 요원”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당시 日‘아사히 신문’은 “김정남 사망 후 말레이시아 경찰이 그의 배낭에서 찾은 노트북을 분석한 결과 엄청난 양의 정보를 첩보원에게 넘긴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완 아지룰 니잠’은 이날 재판에서 “말레이시아 경찰이 범죄감식연구실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김정남은 노트북을 2017년 2월 9일까지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확인했다고 한다.

    英‘로이터 통신’은 “말레이시아 경찰의 감식보고서에 따르면, 김정남의 노트북에서는 2017년 2월 9일 USB로 일부 자료를 복사해 간 흔적이 발견됐다고 한다”며 “그러나 ‘완 아지룰 니잠’은 이것이 랑카위에서 만난 미국인에게 자료를 넘긴 것인지, 이 미국인과의 만남이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의 암살과 관련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英‘로이터 통신’ 보도한 재판 내용을 보면, 김정남이 암살당하기 전 누군가를 만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日‘아사히 신문’은 김정남이 랑카위에서 만난 사람이 美정보기관 요원이라고 보도했지만 아직도 해당 남성의 신원은 찾을 수가 없다.

    사망 당시 김정남이 생활고를 겪으며 김정은으로부터의 암살 위협을 받았다는 점에서 생각하면, 그가 美정보기관 요원과 만나 협력이나 망명 의사를 타진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그의 오랜 해외 생활 등으로 볼 때 과연 얼마나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김정남이 갖고 있는 ‘비밀’이라면, 북한 내부 사정보다는 북한과 중국 지도부 간의 비밀스러운 관계나 북한 외화벌이 경로, 해외 첩보망 등에 대한 정보 등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