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10시 10분 통보…일정 확정 안 된 마식령 훈련도 위태
  • ▲ 금강산 공연시설을 점검 중인 한국 점검단과 북한 인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금강산 공연시설을 점검 중인 한국 점검단과 북한 인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지난 29일 오후 10시 10분 “평창 동계올림픽 축하 계기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한다”고 한국 정부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통일부는 “유감스럽다”고 밝혔지만 딱히 대처할 방안이 없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29일 오후 10시 10분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리선권 명의로 통지문을 보내 “오는 2월 4일 금강산에서 진행하기로 합의했던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남조선 언론들이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북한이 진정 어린 조치를 취하는 것을 모독하는 여론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고, 북한 내부의 경축 행사(건군절 열병식)까지 시비를 걸고 나서는 만큼 합의한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통일부는 북한의 ‘통보’를 받은 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남북이 합의한 행사가 열리지 못하는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또한 어렵게 남북 관계 개선에 첫 발을 뗀 상황에서 남과 북 모두 상호 존중과 이해의 정신을 바탕으로 합의한 사항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일부, 아니 한국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없어 보인다. 국내 일부 언론은 북한의 ‘금강산 남북합동공연 취소 통보’를 두고 “한국 정부를 길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으나, 이미 시키는 대로 말을 잘 듣는 모습을 보이는 한국 정부를 더 이상 길들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사실 최근 남북 관계의 주도권은 한국 정부가 출전 자격도 없는 북한을 평창 동계올림픽에 끌어들이겠다고 일을 시작한 순간 북한으로 넘어간 상태다. 며칠 남지 않은 마식령 스키장 남북 공동훈련이나 현송월이 이끌고 온다는 ‘삼지연 악단’의 강릉·서울 공연 성사 여부도 모두 북한이 결정할 수 있다.

    즉 북한은 한국 사회를 흔들 수 있는 여러 개의 지렛대 가운데 ‘금강산 남북합동공연’을 사용한 것이고, 아직도 지렛대는 몇 개 더 남아 있다는 뜻이다.

    김정은 정권은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스포트라이트가 한국이 아닌 북한으로 쏠린 뒤부터 이를 대외적 협상용으로 최대한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금강산 남북합동공연’은 한국 사회 내부의 분위기를 떠보기 위한 ‘떡밥’에 가까워 보인다.

    이번 조치를 두고 한국 정부가 얼마나 저자세를 보이든 관계없다. 대신 한국 사회가 ‘남남 갈등’을 겪지 않거나 ‘반미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다면 삼지연 악단 공연 취소나 마식령 스키장 공동훈련과 같은 다른 ‘지렛대’를 사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