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금강산 공연 취소에 당혹, 문정인 특보 "北 체재선전 의도 내버려 둬야"… 곳곳이 지뢰밭
  • ▲ 문재인 대통령이 진천 선수촌을
 방문할 당시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진천 선수촌을 방문할 당시 모습. ⓒ청와대 제공


    북한이 오는 2월 4일로 예정된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키로 하자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 같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지만, 정작 같은 날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북한이 체제선전을 하려는 의도가 있더라도 그대로 내버려 두자"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침 현안점검회의에서) 보고가 있었다"며 "청와대 입장은 통일부 입장을 통해 갈음하시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29일, 북한이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한 직후 한 언론사와 통화에서 "의도를 파악하긴 어려운 것 같다"며 "전통문만 보고는 판단할 수 없지 않느냐, 더 파악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 29일 밤 10시 10분쯤 대한민국에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공연 취소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북한 측은 통지문을 통해 '남측 언론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자신들 내부의 경축행사까지 시비해 나선 만큼 합의된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청와대가 북한의 변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직접 입장을 내지 않은 것은 평창올림픽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그간 평창올림픽에 대해 '평화 올림픽'이라는 프레임을 내걸었지만, 북한 현송월 방남 일정이 한때 중단되는 한편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과정에서 파열음이 일어나는 등 곳곳에서 논란이 뒤따랐다.

    이에 윤영찬 국민소통수석과 박수현 대변인을 통해 지난 21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입장을 발표, 여론 반전에 애썼지만 되레 지지율이 폭락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후 청와대는 평창올림픽에 대한 여론을 직접 끌고 가기보다는 관망세를 유지하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29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평창 올림픽에 대해서 이렇다 할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규제혁신·청년 일자리 점검회의 등 경제 문제와 밀양 화재 사고 등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조용해진 청와대와 달리, 같은 날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해 체제를 선전하려는 의도가 있더라도 그대로 내버려 두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정인 특보는 현지시각으로 29일 파리 정치대학 국제대학원에서의 특강에서 "북한이 자신들의 방식대로 올림픽을 즐기고, 우리(대한민국)도 우리 대로 올림픽을 치러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면 된다"며 한국 정부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이 정상국가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는 북한의 국내 정치적 목적도 있다"며 "한국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대통령 특보이기는 하지만 오늘 강연과 질의 및 응답은 개인 자격으로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나는 낙관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여러 도전 속에서도 한국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문제들을 신중히 잘 다뤄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개인적인 발언'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문정인 교수의 발언은 개인의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