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십자(IFRC) “北 독감으로 4명 사망”…日, 7,536개 학교 휴교령
  • ▲ 독감 유행철마다 공항에 설치하는 적외선 감지 카메라.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독감 유행철마다 공항에 설치하는 적외선 감지 카메라.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과 일본에서 독감 유행으로 수십만 명 이상이 감염되고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북한에서도 독감 환자가 수 만 명 발생했고, 사망자도 생겼다는 소식이 나왔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29일 “북한에서 최근 A형 독감(H1N1)이 유행하면서, 어린이 3명과 어른 1명이 사망했다”는 국제적십자사(IFRC) 보고서를 인용 보도했다.

    A형 독감으로 분류되는 H1N1형 독감은 2009년 말 ‘신종 플루’로 불리며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바이러스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국제적십자사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북한 A형 인플루엔자 발병 보고서’를 내놓았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북한 보건성 부상(차관)은 세계보건기구(WHO) 평양 사무소에 “2017년 12월 1일부터 2018년 1월 16일까지 12만 7,000여 건의 독감 감염 의심사례가 있었고, 이 가운데 8만 1,640명이 A형 독감(H1N1)에 감연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北보건성 측이 WHO에 보고한 데 따르면, 북한 내 독감 감염자는 17세 이상이 52.7%를 차지했고, 이어 0~7세가 24.5%, 8~16세가 22.8%였다고 한다. 또한 독감 환자가 발생한 지역은 북한 전역이지만, 평양에서 환자의 29%가 발생했다고 한다.

    WHO에 따르면, 북한 측인 A형 독감 백신을 긴급 요청해 지금까지 3만 5,000여 정을 지원했고, 보고서 발표 때까지 5,000여 정이 북한에 도착했다고 한다.

    국제적십자사 측은 “북한 당국은 현재 추가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고위험 군에 속한 주민과 의료 관계자들에게 먼저 백신을 접종 중”이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고 한다.

    북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독감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해 긴장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1일까지 집계된 독감 환자가 283만 명에 달해 7,536개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日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日‘니혼게이자이 신문’이 후생노동성을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2018년 1월 15일부터 21일까지 각 의료기관 별로 진료한 독감 환자가 51.93명으로 1999년 이래 최고였다고 한다. 또한 독감으로 입원한 환자는 2,370명이나 됐다고 한다.

    日‘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후생노동성은 이번 독감의 급속 확산이 A형 독감과 B형 독감이 함께 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면서 “보통 독감이 유행하면 A형이 많이 확산되는데 올 겨울에는 B형 독감 환자가 A형 독감 환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많이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또한 독감으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美질병통제센터(CDC)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10월 1일부터 2018년 1월 20일까지 미국 전역에서 1만 2,000여 명이 독감으로 입원했으며, 이 가운데 어린이만 최소 37명 이상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美CDC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유행하는 독감은 H3N2형이라고 한다. 문제는 H3N2형 독감은 예방 백신으로 막기 어려운 종류여서 병원마다 독감 환자를 치료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美보건당국은 현재 각 병원 별 독감 환자 비율이 6.6%나 돼 미국에서의 독감 확산세가 2009년 당시 ‘신종 플루’ 때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당시 미국에서 ‘신종 플루’로 사망한 사람은 520여 명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실제 사망자가 1,000여 명이 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 ▲ 2017년 10월 독감 백신을 예방접종하기 위해 늘어선 사람들. 올겨울 독감은 백신을 접종받았어도 걸린다는 것이 문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10월 독감 백신을 예방접종하기 위해 늘어선 사람들. 올겨울 독감은 백신을 접종받았어도 걸린다는 것이 문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 언론들은 크게 보도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독감이 대유행, 주요 도시 병원마다 치료를 받기 위해 밤을 새는 환자들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독감에 걸린 환자 수는 집계조차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한국과 교류가 빈번한 나라에서 독감이 유행인데 한국은 어떨까.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의 독감 발생 비율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2017년 12월 1일 독감 주의보를 발령한 뒤 각 병원 외래환자 1,000명 당 독감 의심환자가 2018년 1월 첫째주에는 72.1명이었다가 1월 셋째주에는 59.6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에서 검출된 독감은 B형 독감이 54.%, 북미 지역을 강타한 H3N2형(A형)이 39.7%, H1N1형(A형)이 5.5%로 나타났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 내에서 발생한 독감 환자 규모와 사망자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북한에서의 독감 유행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국제적십자사는 이번 독감이 중국 북부에서 발생한 것과 연관성이 있는지 파악 중이라고 한다. 만약 북한에서 확산 중인 독감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향후 중국과 북한 간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의 독감 유행은 또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하는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대표단, 태권도 시범단 선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에서 온 사람이 독감 환자로 밝혀질 경우 그렇지 않아도 ‘비호감’이 되어 가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국 국민들로부터 완전히 외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