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대표의 행보를 보면서 느끼는 게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운동권에 대한 부채의식, 주눅 들림, 짝사랑, 열등의식에서 이제 조금은 깨어났느냐 하는 것이다.

     그를 보고 있자면 운동권을 할 만한 사람은 못 된다. 그러면서도 대학시절 이래 그는 운동권만 바라보면 자꾸만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는 훗날 부자가 되고 난 다음에도 격에 어울리지 않게 ‘나도 약간은 진보적’이라는 티를 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운동권과 그 언저리 세력은 그런 그의 ‘자칭 진보성’을 ‘애들’ 취급했다. 이래서 그는 결국은 실컷 이용만 당하고 떨어져 나와 다소 우(右) 클릭하기로 한 것 같다. 이제 좀 알았나? 사람은 타고난 만큼 놀아야 한다. NL 운동권은 더군다나 그의, 그리고 모든 이의 모델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되는 친구들이다.

      둘째는 이른 바 ‘중도’라는 것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안철수 식으로 매사 ‘이것과 저것의 중간’ ‘양비론’을 하는 게 ‘중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 자신은 그러지 않았다고 할지 몰라도 그는 그래 보였다. 중도’는 그 때 그 때의 적실(適實))함일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길게 언급하지 않겠다.

     셋째로는, 이제 ‘참신 스타’ 연기 그만 하고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라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이란 NL 혁명을 말한다. 이건 아니지 않는가? 혁신, 진보 다 좋다. 그러나 NL 혁명은 아니고 안 된다. 이 혁명은 군중파워에 기대고 있지만, 원내 표결의 형식도 취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원내에서 이 ‘합법적 혁명’을 막는 데 일조해야 한다. 바른정당과 통합한다니 그들과 표를 합쳤을 때 앞으로 있을 반(反)자유민주주의 개헌 시도에 노(no)라고 말해야 한다. 이게 안철수 씨가 대한민국을 위해 할 가장 절실한 일이다.

      하기야 필자가 아무리 이렇게 말해도 본인이 하지 않겠다면 다 쓸 데 없는 소리다. 알아서 할 일이다. 안철수-유승민 대표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재승박덕(才勝薄德)에 삐지는 것이다.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청년이 곧잘 빠지는 함정이다. 그들이 나온 대학 출신들의 약점이자 한계다.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 2018/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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