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주민들 구공탄·갈탄으로 난방…평양 고위층은 태양광 사용
  • ▲ 북한 지방의 일반 주택. 단열재 등은 거의 쓰이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강추위를 견뎌야 한다. ⓒ통일부 블로그 화면캡쳐.
    ▲ 북한 지방의 일반 주택. 단열재 등은 거의 쓰이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강추위를 견뎌야 한다. ⓒ통일부 블로그 화면캡쳐.
    26일 서울의 최저 기온은 -17.8℃를 기록했다. 체감 온도는 –22℃였다고 한다. 기상정보업체와 기상청 등에 따르면, 한반도에 최강의 한파가 불어 닥친 이유는 북극권에 머물던 –50℃ 이하의 차가운 공기가 중국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영향을 준 것이라고 한다. 때문인지 몽골과 가까운 중국 북부 일부 지역은 이날 –50.2℃까지 기록했다고 한다. 북극권에서 내려온 차가운 공기는 한반도 중부 5~8km 상공까지 내려온 상태라고 한다.

    한국이 이처럼 최강 한파에 시달릴 때 북한은 어떨까. 기상정보업체 ‘아큐웨더’에서 평양의 최근 날씨를 찾아본 결과 지난 24일과 25일 최저 기온 –14℃였고, 26일 최저 기온은 –21℃를 기록했다. 김정은이 우상화 작업 때마다 내세우는 삼지연군은 –32℃였다고 한다. 지난 20일 YTN은 “평양 대동강도 얼어붙었다”고 보도, 현재 한반도를 엄습한 한파가 북한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아큐웨더’의 장기 예보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2월 하순까지 지금과 같은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한국과 달리 도시가스도 없고, 기름보일러 등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은 북한 주민들은 겨울을 어떻게 나고 있을까. 탈북자와 북한 전문매체를 통해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평양 고위층과 평양 일반 시민, 장마당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일반 주민들은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난방을 하며 겨울을 이겨낸다고 한다.

    지금처럼 장마당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10여 년 전에는 겨울만 되면 북한 곳곳에서 동사자와 아사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2007년 1월 英‘텔레그라프’가 “평양 북서쪽 320km 거리에 있는 ‘구강’이라는 외딴 마을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46명이 얼어 죽은 채로 발견됐다”고 보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보도 외에도 북한 곳곳에서는 동사자와 아사자가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김정일 사망을 전후로 북한 당국이 장마당을 양성화하고 북한 주민들 다수가 여기서 장사를 하며 살면서 겨울철 동사자와 아사자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장마당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이 많은 함경도와 자강도, 양강도 등에서는 갈탄과 구공탄 등 석탄을 주 연료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북한에서는 추위가 시작되는 9월 하순부터 석탄 가격이 크게 올라 주민들의 겨울나기가 쉽지 않았는데 2017년 말에는 석탄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크게 떨어져 주민들은 예년에 비해 비교적 따뜻한 겨울을 지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석탄을 수출하지 못하게 되자 국내에 물량을 풀면서 가격이 폭락한 덕분이다. 때문에 올 겨울 북한 주민들은 연료 걱정을 크게 덜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 북한 주민들이 거주하는 주택은 단열재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아 석탄과 같은 연료를 많이 때야 하는 점이 문제다. 장마당 등을 통해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은 중국산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집에 설치해 이를 난방에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을 제외한 지역의 일반 북한 주민들은 일단 난방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을 한 상태지만 여전히 추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당국이 새해 초부터 ‘강제노동’에 주민들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 ▲ 평양 대동강변에 늘어선 초고층 아파트들. 화려한 외양과 달리 난방도, 전력공급도 제대로 안 되기 때문에 이곳에 사는 주민들 다수가 겨울이 되면 난방이 되는 곳으로 피한다고 한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평양 대동강변에 늘어선 초고층 아파트들. 화려한 외양과 달리 난방도, 전력공급도 제대로 안 되기 때문에 이곳에 사는 주민들 다수가 겨울이 되면 난방이 되는 곳으로 피한다고 한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평양의 경우 노동당과 북한군, 국영기관의 고위층들은 중국산 태양광 발전 장비를 설치해 따뜻한 겨울을 지낸다고 한다. 몇몇 고위층은 중국을 통해 한국산 태양광 발전 장비를 수입해 집에 설치하기도 했다고 한다. 돈이 많은 일부 고위층은 LPG로 난방과 취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이들은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별 걱정을 하지 않는 편이라는 것이 탈북자나 북한 소식통들의 전언(轉言)이다.

    반면 평양의 일반 시민이나 황해도, 평안도 일부 지역 주민들은 겨울나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북한의 사회기반시설 가운데 최악은 물류유통시스템의 붕괴다. 북한에서 나는 석탄은 품질은 떨어진다고 해도 그 양은 매우 많다. 하지만 주로 중국과 국경을 접한 지역에서 채굴하는데 이를 평안도나 황해도, 평양 등으로 운반할 방법이 없는 게 문제라고 한다.

    김정은 정권은 평양에 여명거리, 과학자 거리 등을 건설하면서 고층 아파트를 지어 자랑했지만, 이곳에 있는 ‘중앙난방’식 고층아파트는 겨울만 되면 사람들이 사라진다고 한다. 단열 시공도 제대로 안 된데다 도시가스도 없고, 전기도 하루 두세 시간만 공급하는 평양 고층 아파트에서 연료도, 전기도 없이 –20℃ 이하의 맹추위를 피한다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7년 1월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평양 고층아파트 주민들의 겨울나기에 대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평양 시내 아파타들은 평천 구역에 있는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로 난방을 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온수조차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전력이 공급되는 곳은 발전소 인근의 몇몇 아파트에 국한된다고 한다. 때문에 겨울만 되면 평양의 아파트 입주민들은 난방이 가능한 친척집 등을 찾아 ‘피난’을 떠난다고 한다.

    2017년 9월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에 따라 북한산 석탄의 수출이 사실상 금지된 이후로는 이를 화력발전소 가동에 사용하고 있지만 전력 수요를 충족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때문에 북한 내에서는 올 겨울에도 평양 아파트에서 지내다 동상에 걸리는 주민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탈북자들과 북한 전문매체의 현지 소식통들이 전하는 말을 종합하면, 북한에 한파가 불어 닥칠 때 김정은 정권에 의존하지 않는 사람들은 생존 가능성이 높은 반면 소위 ‘충성계급’이나 노동당 초급 간부, 북한군 초급장교나 부사관 등의 경우에는 배급도 크게 줄고 난방에 필요한 연료도 쉽게 구하지 못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유엔 안보리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중국의 동참으로 석탄 등의 수출, 석유제품 수입이 막힌 북한에서는 올 겨울 한파로 노동당 관계자들 가운데 상당한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