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서 "대규모 사고는 일회성 아닌 상시대응 가능토록 시스템 정비"정부 부처, 23일 업무보고서 "국민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전선진국으로 도약"
  • 26일 오전 7시35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응급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소방대원들이 병원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26일 오전 7시35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응급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소방대원들이 병원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26일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 나 17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무려 37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직의사를 포함한 의료진 3명도 목숨을 잃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벌어진 지 불과 한 달여 만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5분쯤 병원 1층 응급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오후 3시 30분 현재 37명이 사망하고 131명이 부상을 입었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당국은 앞서 오후 1시 10분 기준 사망자를 39명으로 집계했다. 같은 시각 경찰 측은 사망자가 41명이라고 밝혀 혼선을 빚었다. 이후 소방청은 중복집계로 최종 사망자를 37명으로 정정한다고 밝혔다.

    사망자 대부분은 중환자이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었다. 피해자는 발화지점인 1층 응급실과 중환자들이 몰린 2층에서 발생했다.

    세종병원 뒤편에 위치한 세종요양병원에서도 다수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당시 세종병원과 요양병원에는 194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었다. 

    사망자 중 14명은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25명은 병원 이송 후 숨졌다. 사망자 중에는 당직의사 1명, 간호사 1명, 조무사 1명이 포함됐다. 부상자들은 현재 인근 14개 병원에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다.

    당국은 희생자 대부분 연기에 의한 질식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만우 밀양 소방서장은 브리핑에서 "화재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오전 7시 32분으로 화재 발생 약 2시간 만인 오전 9시 29분 초진에 성공했고 오전 10시 26분쯤 화재를 완전히 진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소방대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25명이 사망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해당 병원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단정할 수는 없지만 병실에 있던 매트리스가 불에 타면서 금방 연기에 휩싸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뒤늦게 현장을 찾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제천 화재에 이어 또 다시 밀양에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부겸 장관은 "정부는 행정 역량을 총동원해 부상자 치료 등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행안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범정부 현장 대응 지원단을 즉시 가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규모 재난과 사고에 대해서는 일회성 대책이 아니라 상시대응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가 대통령의 책임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도 했다.

    23일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6개 정부 부처는 업무보고를 통해 "국민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전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안심사회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날 업무보고를 한 부처들은 한 목소리로 신속한 재난대응 시스템, 현장 역량 강화, 안전불감증 개선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류희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최근 대형 사고가 반복되면서 국민 불안과 불신이 가중되고 있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재난·재해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겠다고 외친지 사흘 만에 37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소방당국은 현재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 중이다. 손경철 세종병원 이사장은 화재 원인에 대해 "최초 목격자에 의하면 응급실 안에 있는 스탠드형 냉난방기 2개에서 불이 났다고 하는데 정확한 것은 모르겠지만 응급실 천장에서 전기 합선에 의해 불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