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마지막 매치서 세리머니 구상하다 고전"네티즌 "위트 있고 여유 넘치는 화법 인상적"英가디언 "인터뷰 화술이 거의 외교관급" 극찬
  •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2·세계랭킹 58위·삼성증권 후원)이 한국 시각으로 24일 펼쳐진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렌(세계랭킹 97위)을 3대 0으로 물리치고 한국 테니스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날 정현은 시종 샌드그렌을 압도하는 기량을 선보이며 이견의 여지가 없는 '완승'을 거뒀다. 1-1 상황에서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한 뒤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내며 손쉽게 1세트(6-4)를 따낸 정현은 2세트에서도 2-0으로 앞서나가며 고국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러나 정현과 마찬가지로 톱랭커들을 차례로 제치고 올라온 샌드그렌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2세트 중반부터 반격에 나선 샌드그렌은 정현의 서브 게임을 연달아 빼앗으며 5-3으로 달아났다. 이때 정현의 놀라운 집중력이 승부를 갈랐다. 타이브레이크에서 연속으로 3포인트를 얻어내 7-5 역전승을 거둔 것.

    3세트에선 이미 체력이 방전된 샌드그렌이 수차례 범실을 범하면서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6-3으로 정현의 승리.

    2시간 반 만에 4강 진출을 확정지은 정현은 이어진 '온코트 인터뷰'에서도 시종 자신감 넘치는 말투와 재치 있는 답변으로 팬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물론 해당 인터뷰는 모두 영어로 진행됐다.

    이날 실황 중계로 정현의 인터뷰를 감상한(?) 다수의 팬들은 "특유의 '동굴 목소리'에, 전혀 기죽지 않는 당당한 화술이 돋보였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가디언 온라인판도 "정현의 인터뷰 화술이 거의 외교관급"이라며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탁월했다는 호평을 남겼다.

    다음은 24일 8강전 직후 장내 아나운서와 정현이 주고 받은 질의응답 전문.

    - 3세트 마지막에 40-0까지 갔다가 브레이크 포인트를 내주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때 무슨 생각을 했었나요?

    ▲사실 40-0까지 갔을 때 세리머니를 뭐할까 생각 중이었어요. 그러다가 듀스를 허용했죠. 그리고 세리머니 할 생각이 싹 없어졌어요.

    - 브레이크 포인트까지 몰렸을 때 백핸드 랠리가 계속 이어졌어요. 마치 연습을 하는 것처럼.

    ▲브레이크 포인트 위기였기 때문에 일단 공을 코트 안으로 넘겨야 했습니다.

    - 앞선 경기에서 쉽지 않은 상대들(노바크 조코비치, 알렉산더 즈베레프)을 이기고 올라왔습니다. 오늘 경기는 좀 다른 상황이었는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나요?

    ▲처음으로 오후 1시에 경기를 가졌다는 점이 달랐죠. 따라서 더욱 경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 네빌 고드윈 코치와 함께 태국에서 동계훈련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를 만나고 달라진 점이 있나요?

    ▲그는 저에게 코트 안과 밖에서 즐길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줬습니다. 네빌 고드윈 코치와 함께 하게 돼 정말 행복합니다.

    - 이제 남은 상대로는 토마스 베르디흐와 로저 페더러가 있습니다. 당신은 다음 경기에서 누구와 맞붙을 것 같은가요?

    ▲누가 이기고 올라올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습니다. 50대 50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의 팬들에게 한국어로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해주세요.

    ▲이곳에서 응원해주신 한국 팬들, 지금 한국에서 응원해주신 스태프와 친구들, 팬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직 대회가 안 끝났으니 계속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금요일날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