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이행하라'는 일본에 "과거사-미래지향 투트랙 기조 유지할 것"
  • ▲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뉴시스 DB
    ▲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뉴시스 DB
    청와대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 방침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위안부 합의 이행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도 재차 밝혀, 한·일 관계가 당분간 쉽사리 풀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우리 정부는 그간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의 평창올림픽 계기 방한 문제를 협의해 왔으며, 오늘 일본 측이 방한 의사를 공식 전달해 온 것을 환영한다"며 "아베 총리의 평창올림픽 계기 방한이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일본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아베 총리의 방한 여부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주일한국대사관에 아베 총리 방한 협의를 공식 요청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일본 정부가 공식 발표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양국은 아베 총리 방한을 위해서 협의해 왔었다"며 "아베 총리 방한을 위해 잘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발빠르게 대응했다.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베 총리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한할 생각"이라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대사관을 통해 이같은 보도를 접한 뒤, 환영 의사를 나타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의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석이 주목받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과 두 번째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별도 정상회담은 일정과 주제, 장소(평창 혹은 서울)를 실무적으로 논의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이는 지난해 7월 7일 두 대통령이 독일 함부르크에서 만났을 때와는 다른 의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첫 회담에서는 북한 및 북핵 문제와 양국 공조방안이 논의됐다면 이번에는 위안부 협상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박근혜정권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 "지난 합의가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의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비록 문재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 재협상 등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10일 열린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위안부 문제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의해서 해결될 수밖에 없다"며 ▲일본이 위안부 할머니의 피해 사실을 인정할 것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죄할 것 ▲이 사건을 교훈 삼아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 나갈 것 등을 촉구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일본 〈NHK〉는 아베 총리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언급하면서 "아베 신조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만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북한 문제에 대해 한·일 간 긴밀한 공조를 다시 확인할 생각"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는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아베 총리가 위안부 관련해 기존 합의를 이행하라고 한다면) 우리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 "추가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위안부 합의 문제를) 말씀하시겠다는 언론의 보도를 접했다"며 "(현 정권은) 한일 관계의 미래 지향적 관계 등을 고려하면서,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투트랙으로 한다는 (기조를) 이미 천명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소녀상 이전 요구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이야기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이에 문재인정권으로서는 아베 총리와 평창올림픽 및 북핵 문제에 대해 공조하면서도 위안부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고차방정식을 풀게 됐다. 한·일 관계가 당분간 쉽게 풀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청와대는 일본과 만남에 기대감 또한 드러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올림픽에 참석해서 성공에 보탬이 되고 한일 관계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만남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만남의 시작이라기보다는 만남을 좋게 하기 위한 연속선상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