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지지자들, 부정적 여론에 "내부 행사 없다"며 몸 낮춘 靑과 대조적
  •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오찬하는 모습. 문 대통령은
 이날 여당 원내지도부에 야당과 원내대표 회동을 지시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오찬하는 모습. 문 대통령은 이날 여당 원내지도부에 야당과 원내대표 회동을 지시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 청와대에서 맞이하는 생일을 가족과 함께 조용히 보낼 예정이다. 청와대 역시 별도의 공식 행사를 갖지 않을 예정이다.

    평창 올림픽 등에 대한 여론이 나쁜 상황에서 자칫 축제 분위기를 내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지지자들은 아랑곳 않고 축제 분위기다. 전국 18개 지역에서 점조직식 생일축하 모임을 하는가 하면 포털사이트 실검조작을 시도하는 등 극성을 보여 대조를 이룬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춘추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가족들과 조용히 식사를 하시며 보낼 것 같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본인 역시 같은날 페이스북을 통해 짤막한 인사를 한 것이 전부다.

    문재인 대통령은 "생일을 챙기지 않는 삶을 살아왔는데, 대통령이 되어 많은 분들로부터 축하를 받으니 두 번 다시 없을 특별한 생일이 됐다"며 "더 힘내어 더 잘하라는 주마가편(走馬加鞭)으로 받아들인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썼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에 대해 여러 아이디어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진들 사이에서는 '직원들에게 간식이라도 돌리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6일 문재인 대통령이 기획재정부 직원들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피자를 돌린 것에 착안한 아이디어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같은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청와대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자축 분위기를 내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는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는 것이 평화분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보고 속도감 있게 이를 추진했지만 곧 싸늘한 여론에 직면했다.

    청와대는 그간 평창올림픽에 대한 여론이 예상과 달리 부정적으로 흐르자 방어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지난 21일 "우려에도 불구, 우리는 평창올림픽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고,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입장문을 냈다. 그러나 여론이 사그러들지 않자, 전날 박수현 대변인을 통해 다시 "평양올림픽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동시에 야당에 손도 내밀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오찬회동을 가지면서 "야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적폐 청산을 내세워 야당에 강공을 펼칠 때와는 달리 몸을 바짝 낮춘 모습이다. '조용한 생일' 역시 여론의 추이를 보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 ▲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지지자들이 18개 지역에서 점조직 모임을 갖는다. 사진은 이를 공지한 포스터. ⓒ사진 우측 하단에 게재
    ▲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지지자들이 18개 지역에서 점조직 모임을 갖는다. 사진은 이를 공지한 포스터. ⓒ사진 우측 하단에 게재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곳곳에서 온갖 생일 축하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전날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장에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역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형 사진이 담긴 와이드 광고를 시작으로 급기야 해외에까지 진출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인 이날 당일에는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번개' 모임도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의 생신 기념 '전국 대(大)번개'라는 명목으로 전국 18개 지역에서 점조직식 모임이 계획돼 있다. 

    온라인에서는 실시간 검색어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 축하를 기념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 선물로 오전 10시, 정오, 오후 2시, 오후 4시 등 4차례에 걸쳐 '평화올림픽'을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리자고 선동이 이어지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준동이 일어나는 모습이다.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끼얹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청와대가 직접 애써 몸 낮춘 행보를 한 마당에 정작 문재인 대통령 본인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친문(친문재인) 성향 극렬 지지자들의 배타성을 잘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는 평소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조차 인정했던 부분이다.

    양정철 전 비서관은 자신의 저서인 '세상을 바꾸는 언어'에서 친문 지지자들에 대해 "미안한 얘기지만 한편으로는 큰 부담이었다"며 "(극성 지지자들이) 당내 경선 기간에 다른 후보들이 문 후보를 비판하는 소재가 됐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