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필은 지난 4년간 성시연 지휘자의 분위기와 스타일에 많이 젖어 있다. 좋은 오케스트라는 그때그때 어느 누가 와도 그 지휘자의 색깔로 바뀌어야 한다. 경기필이 성 지휘자와 긴 트레이닝 했다면 올해는 다양한 지휘자들과 협연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정재훈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은 22일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기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가 당분간 예술단장 겸 상임지휘자 없이 객원지휘자 체제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성시연 상임지휘자는 2014년 1월 국내 국·공립 오케스트라의 첫 여성 수장이 되며 화제를 모았다. 당초 임기가 2015년 12월까지였던 성 지휘자는 한 차례 연임했다. 경기필 예술단장에는 연임 제한이 없지만 그는 지난달 말 임기를 끝내고 아름다운 이별을 택했다.

    정재훈 사장은 공석인 경기필(예술단장 직무대행·부지휘자 정나라)의 새 지휘자를 찾기 위해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객원지휘자 시스템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세계 정상급 지휘자들이 함께 꾸미는 '비르투오소 시리즈'를 선보인다. 

    정 사장은 "경기필 단장에 대한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좋은 지휘자가 나타나면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계약을 진행할 것"이라며 "절차상 공모의 방식과 특별채용이 있다. 전 정명훈 서울시향 단장은 공모가 아닌 특별채용으로 선임됐다. 당장 급하게 모셔오진 않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 ▲ 얍 판 츠베덴.
    ▲ 얍 판 츠베덴.
    '비르투오소 시리즈'는 얍 판 츠베덴, 니콜라이 즈나이더, 리오 샴바달, 마시모 자네티, 다니엘레 가티 등 다양한 성향을 지닌 최정상급 지휘자들이 경기필과 함께 한다. 가장 먼저 3월 22일, 24일에는 뉴욕필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얍 판 츠베덴이 경기필을 찾는다.

    이어 4월 20~21일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 니콜라이 즈나이더와 호흡을 맞춘다. 5월 3∼5일에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인 핀커스 주커만이 첼리스트 어맨다 포사이스, 피아니스트 안젤라 청과 더블 리사이틀을 갖고 경기필과 협연을 펼친다. 

    7월 13~14일 베를린심포니커를 1997년부터 이끌고 있는 리오 샴바달이 독일 정통 오케스트라의의 묘미를 전한다. 9월 30일~10월 1일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의 수석지휘자인 다니엘레 가티가 경기필을 지휘한다.

    2014년 9월 취임한 정 사장은 오는 9월 11일 임기가 종료된다. 그는 지난 4년 큰 성과로 경기필의 비약적인 발전과 세계적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2016년에 이어 전당을 찾은 것을 꼽았다. "올해 경기필 라인업을 보면 국내 최고라고 자부한다. 무티 이후 경기필 지휘를 거부하는 지휘자가 단 한 명도 없을 만큼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이 2017년 4월 '베르디 콘서트'를 진행하며 무티에게 과다한 지휘료를 지급했다는 논란에 대해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개런티의 2배에 가까운 공연 협찬금과 후원금을 이끌어냈기 때문에 세금 낭비가 아니다. 한 번쯤은 이런 과감한 투자를 해야 오케스트라가 발전할 수 있다. 금액과 비교할 수 없는 큰 걸 얻었다"고 해명했다.

    2015년부터 시작해 올해 4회째를 맞은 경기실내악축제는 '경기도 정명 천년'을 맞아 예년보다 훨씬 많은 횟수와 화려해진 라인업으로 5월 내내 서울·경기도내 곳곳을 찾아간다. 매년 경기실내악축제를 이끌어온 강동석 교수가 올해도 예술감독을 맡는다. 

    정 사장은 "실내악이라는 장르를 경기도민에게 소개한 것이 의미가 있지만 성남, 용인, 안양, 의정부 등 기초자치단체 공연장들과 최초로 공동주체를 한 사업"이라며 "이전 전당이 다른 시·군과 경쟁구도였다면 2015년부터는 협력구도로 바꿨다. 많은 문화기관과 협력해 경기도라는 큰 지역을 하나의 문화시장으로 형성하는 게 바람이다"고 전했다.
  • ▲ 핀커스 주커만.
    ▲ 핀커스 주커만.
    [사진=경기도문화의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