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기사단' 유모씨, 중앙SUNDAY와 단독인터뷰"두 시간마다 한 번씩 트위터 확인..공감·비공감 누른다"
  • "또 알바 등장했네."

    영화 감상 후기를 남기는 온라인 게시판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알바'다. 말 그대로 아르바이트. 특정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댓글 부대'를 가리킨다. 실체는 알 수 없으나, 가끔 웹서핑을 하다보면 도저히 '쉴드'가 불가능한 영화를 입이 마르도록 극찬하는 댓글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게 '알바'일까?

    확신할 순 없지만 온라인에 떠도는 댓글들이 점점 '순수함'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쯤은 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여전히 댓글이 '실제 여론'을 반영한다고 믿고 있다. 특정 정책을 비판하는 댓글이 포털사이트 게시판을 가득 메우면 '오프라인'에서의 민심도 그렇게 흐르고 있다고 믿고 보는 식이다.

    문제는 이렇게 믿는 사람들이 늘어갈수록 특정 사안에 별 생각이 없던 군중도 덩달아 그같은 온라인 여론에 휩쓸리는 밴드왜건(Bandwagon)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무리로부터 소외되지 않기 위해 대세에 편승하는, 이같은 군중심리는 정치판이나 사회 곳곳에서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다.

    '여론몰이'를 하는데 댓글만한 것도 없다. 일단 댓글은 사람의 시각을 흔든다. 그 자체가 분명한 메시지임과 동시에 동종 의견의 '총량 확인'이 가능하다는 게 큰 장점이다. 단적인 예로 '좋아요' 숫자가 많은 댓글일수록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세다.

    마치 지금 이 댓글이 '대세 여론'이라고 암시하는 듯한 '좋아요' 숫자는 밴드왜건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장치임과 동시에, 특정한 사고를 공유한 집단의 '결집도'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에 따라 민감한 주제의 기사일수록 '좋아요' 쟁탈전이 벌어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댓글 부대가 난립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단발적인 밴드왜건 효과를 일으켜 실제 여론을 움직이자는 것. 최근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댓글부대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는 것도 이들이 실제 정치 흐름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달빛기사단' 활동가, 최초 실명 인터뷰 '화제'


    지난 21일 중앙SUNDAY 온라인판에 상당히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단 '달빛기사단'의 핵심 활동가가 자신의 실명을 밝히고 '달빛기사단'의 실체를 드러낸 것.

    중앙SUNDAY 보도에 따르면 '달빛기사단'은 지난해 1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뷰에 응한 유OO(48·언어치료사)씨는 '달빛기사단'이란 말이 처음 만들어질 당시 카카오톡 단체방에 있었던 100여 명 중 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유씨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등이 '돈을 받는다, 지령을 받는 댓글부대다'라고 공격하는데 사실이 아니라는 것, 또 우리가 대통령을 뒤에서 지켜드리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면서 '달빛기사단'은 누구의 지원도 받지 않는 자연발생적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악플(악성 댓글) 방어가 필요하지 않냐는 얘기가 있었고 누군가 '달빛기사단'이란 이름을 제안했다. 그렇게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각자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누군가로부터 지시를 받고 하는 게 아니다."


    유씨는 "문 대통령에 대한 콘트리트 지지율이 40%라고 하는데, 그건 국내에 있는 '오소리(문꿀오소리)'들만 30%고, 미국의 뉴욕·샌프란시스코·워싱턴DC뿐만 아니라 중국·일본에도 있다"며 '달빛기사단'이란 조직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밝혔다.

    유씨는 "몇천 명이 의견을 모으는 게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어떤 지령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들은 어떤 보상도 원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열심히 활동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후원금을 내준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달빛기사단' 내에도 상의하는 모임이 있지 않느냐는 중앙SUNDAY 취재진의 질문에 "50명 정도 모이는 텔레그램(메신저) 방이 하나 있다"며 일종의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을 하는 소그룹이 있다는 점도 밝혔다.

    유씨의 주장에 따르면 '달빛기사단'이라는 이 자생적 조직은 매우 일사분란하게, 쉴틈없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누군가 네이버에 뜨는 기사들을 읽다가 '왜곡된 댓글이나, 취지에 맞지 않는 욕설이 달리고 있다'고 트위터로 알리면, 그 즉시 각자의 팔로워들에게 전파돼 해당 기사에 선플을 달거나 악플에 '싫어요'를 누르는 식으로 댓글 작업이 진행됐다. 게다가 낮에 깨어있는 사람은 낮에 하고, 밤에 깨어있는 사람은 밤에 하고, 미국에 있는 친구들은 밤새 방어해 주는 등, 24시간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댓글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유씨는 건강식품 8~9개를 먹어가며 두 시간마다 한 번씩 트위터를 확인할 정도로 댓글 작업에 열심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기사에 들어가서 공감 비공감 누르고 트위터에 도와달라고 하다보면 어느 순간 댓글 순위가 바뀐다"며 "이게 '달빛기사단'들이 와서 같이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댓글 순위 변경을 '달빛기사단'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

    유씨는 인터뷰 말미에 '문 대통령이 현재 잘못하고 있는 것은 뭐라고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직까진 없어서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무비판적 지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를 비롯한 다수 네티즌이 아무리 좋은 의도로 이같은 운동을 시작했다하더라도 특정 이념에 경도되거나 편향성을 띠고 있다면 이를 건전한 '선플 운동'으로 간주하긴 힘들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이 지닌 극단주의적 성향과 편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디지털 시민성'의 핵심은 서로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관용이고, 이것이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만든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는 황 교수의 지적은 유씨를 포함한 모든 네티즌이 명심해야 할 격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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