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당내외 정책적 비판 직면에도 "민주당 지지자는 미세먼지 대책 찬성"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전 원내대표(사진 왼쪽)는 22일 오전 MBC라디오에 출연해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오른쪽)의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전 원내대표(사진 왼쪽)는 22일 오전 MBC라디오에 출연해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오른쪽)의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뉴시스 사진DB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무상 대중교통' 정책이 별 효과도 없이 혈세 150억 원을 날려버렸다는 당내외 유력 정치인들의 정책적 비판에 직면하면서 '샌드위치' 신세에 몰렸다.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비판대열에 합류한 가운데, 박원순 시장은 여론조사 지지율을 바탕으로 차량 강제 2부제 시행 등 더 강력한 정책을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라 이러한 '오기의 정치'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떠한 효과를 초래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22일 오전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 미세먼지 대책은 150억 원의 돈이 들어간 만큼의 효율성이 있었는지 문제"라며 "보여주기 식으로 한 것은 박원순 시장답지 않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사흘 대책을 세우는데 150억 원이 들어갔는데, 진짜 황사나 미세먼지가 많이 오는 건 3월부터 5월 사이의 봄철"이라며 "발생할 때마다 돈을 쓰게 되면 예산은 240억 원 정도밖에 없는데 3월부터 5월 사이에는 어떻게 하려고 저렇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전날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한 우상호 의원이 박원순 시장의 '무상 대중교통' 정책을 가리켜 "보여주기 식으로 한 것"이라고 규정한 것은, 지방선거와 당내 경선을 앞두고 사실상 예산으로 매표(買票) 행위를 한 것이 아닌지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당내에서 십자포화가 쏟아지는 것과 관련해, 박원순 시장도 연일 매체에 나와 직접 해명 및 반박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시민의 안전과 생명에 관계된 것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며 "50억 원을 시민들에게 돌려드린 것인데, 그걸 문제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상 대중교통'으로도 모자라 차량 강제 2부제 시행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금은 서울시장이 차량 강제 2부제를 할 권한이 없으므로 시행령을 빨리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찌보면 '오기의 정치'로까지 보이는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수를 선택한 데에는 여론조사 상의 지지율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지난 19일 전국 남녀유권자 50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박원순 시장의 '무상 대중교통' 관련 의견은 찬성이 49.3%, 반대가 43.5%로, 찬반이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의 융단폭격과는 달리 의외로 찬성 여론도 꽤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더욱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사진 오른쪽)은 전날 박원순 시장(왼쪽)을 향해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사진 오른쪽)은 전날 박원순 시장(왼쪽)을 향해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와 관련 박원순 시장은 "민주당 지지자의 73%가 서울시 미세먼지 대책을 지지하고 있다"며 "제발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말라"고 비판자들을 역(逆)으로 나무랐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을 언급한 것은 일반여론조사 50%·권리당원투표 50%로 진행될 예정인 서울시장 당내 경선을 염두에 두고, 자신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당내 경쟁자들을 은근히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당내 뿐만 아니라 당밖에서도 전방위적 공세가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정상적으로는 선거에서 시장으로 당선될 수 없는 지지율을 갖고 있었던 자신의 손을 들어주며 지금의 이 자리로 이끌어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비판은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19일 "서울시가 100억 원의 포퓰리즘을 150억 원으로 키웠다"며 "재난기금은 곶감 빼먹듯 빼먹으면 되는 쌈짓돈이냐"라고 돌직구를 던졌다.

    아울러 "괜히 예산만 낭비했다는 게 확인되고 있다"며 "서울시는 150억 원을 먼지처럼 날려버린 경위를 밝히라"고 압박했다.

    이에 박원순 시장은 "공무원들이 머리를 맞대며 미세먼지 저감조치를 논의하고 결정하기까지 치열했던 시간을 헤아렸다면 포퓰리즘이라고 낙인찍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정치가 이렇게 사람을 바꿔놓는가 절망감이 든다"고 반박했다.

    다만 '양보'를 통해 자신을 서울시장으로 만들어준 은인을 향한 정면 반박이 모양새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여겼던 듯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대표의 아름다운 양보는 국민을 감동시켰다"며 "내게 평생 잊지 못할 고마운 순간"이라는 최소한의 예의는 빼놓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채권을 갖고 있는 안철수 대표는 '정치적 부채'가 있는 박원순 시장의 립서비스에도 아랑곳 없이 공세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죌 눈치다. 이러한 양자 간의 공방전이 7년 만에 다시 열리는 지방선거에서 어떠한 효과를 불러올지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전날 "박원순 시장이 공무원이 열심히 내놓은 정책이라고 했는데, 공무원이 노력해서 내놓은 주장은 효과가 없어도 넘어가야 한다는 뜻인가"라며 "이대로라면 250억 원의 예산은 조만간 미세먼지처럼 날아갈까봐 걱정된다"고 공세를 한층 강화했다.

    나아가 "이분(박원순 시장)이 당내 경선을 위해 친문(친문재인) 세력에 메시지를 던지는 목적으로 이런 말을 한다고 이해한다"면서도 "(양보받은 처지에)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재차 묵직한 돌직구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