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하던 현송월, 결국 CIQ 통해 입경…야당 "끌려다녀선 대화도 평화도 안 돼"
  • ▲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7명을 태운 버스와 차량들이 2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를 지나는 모습. ⓒ뉴시스 DB
    ▲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7명을 태운 버스와 차량들이 2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를 지나는 모습. ⓒ뉴시스 DB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장을 단장으로하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7명이 21일 우여곡절 끝에 입경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9시 2분쯤 북측 인원이 우리측 CIQ(남북출입국사무소)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날 북한의 예술 사전점검단은 경기 파주의 남북 출입 사무소로 연결되는 경의선 육로를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내려왔다. 이는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의 전면 중단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현송월과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은 이후 우리 측 CIQ에서 버스를 타고 오전 10시 26분쯤 서울역에 도착했다.

    현송월은 짙은 군청색 코트에 모피 목도리를 둘렀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서울역 일대는 현송월을 보기 위한 시민들과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경찰은 돌발 상황에 대비해 이날 서울역 일대 9개 중대 720명을 배치했다.

    우리 측 기자들은 현송월을 향해 질문을 쏟아냈다. 하지만 현송월은 옅은 미소만 띄운 채 묵묵부답이었다.

    버스 탑승 직전 "방남 소감을 말해 달라", "왜 어제 오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현송월은 미소만 지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취재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지자, 경호를 맡은 국가정보원과 경찰 관계자들은 풀(pool) 기자단의 팔을 잡아끌며 밀쳐내기도 했다

    현송월의 입을 대신해준 것은 북한 일행을 경호하는 국정원 관계자였다.

    국정원 관계자는 "(질문은) 협의 된 바 없다", "(현송월이) 불편해하신다", "자꾸 질문하지 말라"고 기자들을 막아섰다.

    이후 현송월 일행이 탑승한 강릉행 KTX는 2시간 여 만인 12시 46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현송월은 강릉 씨마크 호텔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강릉 공연시설을 둘러볼 예정이다.

    북한 예술단은 평창 올림픽 기간 중 서울과 강릉에서 공연을 하기로 예정돼 있다.

  • ▲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있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21일 오전 KTX로 강릉으로 이동하기 위해 서울역에 도착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있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21일 오전 KTX로 강릉으로 이동하기 위해 서울역에 도착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갑작스러운 결정과 번복의 연속이었다. 북한의 사전점검단 파견은 결코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19일 오전 11시쯤 '현송월 등 사전점검단을 파견하겠다'고 통보했지만, 같은날 밤 10시쯤 갑작스럽게 '사전 점검단 파견을 중지한다'는 통지문을 보냈다.

    같은날 오후, 북한의 점검단 파견에 화답하는 의미로 마식령 스키장 공동훈련, 금강산 합동문화 행사 준비를 위한 남한의 선발대를 23일 동해선 육로로 보내겠다고 밝힌 정부로서는 한 때 난처한 입장에 처하기도 했다.

    이같은 북한의 제스쳐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뒤따른다. 먼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에 대해 남한 내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자 남한을 길들이겠다는 의도에서 '파견 중단' 카드를 내밀었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11일 〈SBS〉와 국회의장실이 함께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창올림픽에서 남북 단일팀을 무리해서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72.2%로 조사됐다. 특히 20~30대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단일팀 반대 의견이 82%에 달했다. 한반도기 공동 입장에 대해서도 반대가 50.1%를 기록, 과반을 넘겼다.

    현송월에 대한 남한 언론의 집중적 관심이 원인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송월이 지난 15일 실무접촉에서 차석대표로 참석했을 당시 남한의 언론은 그가 들고 나온 핸드백을 언급할 정도로 주목했다. 김정은과 사적 인연도 조명됐다.

    야당은 우리 정부가 북한에 끌려가는 모양이 돼서는 안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자기들 멋대로 사전 점검을 중지했다가 내일 오겠다고 하는 북한이나 영문도 모른 채 읍소하기에 바쁜 정부나 국민들 눈에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불과 20여일 남겨놓은 평창 올림픽의 황금 시간 동안 계속해서 북한의 이런 내 멋대로 방식에 끌려다닐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전 대변인은 "우리 국민이 준비한 평창 동계 올림픽이 북한의 제멋대로 행보로 인해 시작 전부터 온갖 잡음에 휩싸이고 있다"며 "읍소하며 끌려다녀서는 평화도 대화도 공조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아직도 깨닫지 못한다면 이번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은 급속도로 빨라질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