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복 맞으니 격앙? 서둘러 "그쪽 내부 문제" 프레임으로 반박…李 전 대통령에는 평창 초대장
  • ▲ 문재인 대통령과 참모진들. 가장왼쪽에 임종석 비서실장,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과 참모진들. 가장왼쪽에 임종석 비서실장,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청와대 제공


    '분노'라는 원색적 단어까지 써가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공격하던 청와대가 하루만에 유화적 제스쳐로 돌아섰다.

    전·현직 대통령간 정치공방 사태로 번지면서 '적폐청산'을 내세웠던 검찰의 수사 명분이 빛바래자, 서둘러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9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평창 올림픽 초대장을 보내기로 결정한 사실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상황과 관계 없이 초청 대상자들에게는 정중하게 예우를 갖춰 초청하는게 맞겠다"며 "어떤 상황이 있다고 해서 전직 국가 원수인데 초청 대상이 안된다고 초청장을 안보내겠나. 별개의 문제라 본다"고 말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이후 이같은 설명에 대해 "VIP 초청 등에 관한 문제는 IOC와 협의해야할 사안"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 초청 여부는  청와대에서 답할 사안이 아니고 해당 부처에 문의하는 것이 정확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재차 "전직 대통령과 전 영부인은 초청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반응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분노' 발언을 전할 때와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전날 오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 문재인 정권의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한 성명에 대해 "이명박 前 대통령이 노무현 前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 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한 문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역임하신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 될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강하게 언급했다. 전날의 격앙된 모습을 접어두고 예우를 강조한 것이다.

    이는 청와대가 직접 던진 '분노' 발언이 여론에 그다지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부적으로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내세운 '정치 보복' 프레임 때문에 검찰 수사가 명분을 잃고 갈피를 잡지 못할수도 있다는 지적에 따라 한 발 물러서서 이 전 대통령 측 내부의 문제로 화살을 돌리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 전 대통령이 지적했던 검찰 수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 보복이 연관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일체 말씀이 없으셨지만, 참모들끼리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진들이 '이명박 대통령 진영 같은 경우는 핵심 측근과 내부와 조사 과정들을 통해 이야기가 되고 있는 것인데 왜 노무현 대통령을 끌어들여 문제를 처리하려 하느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야당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반응에 공세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최후의 통지권자가 냉정이 아닌 분노의 감정을 앞세운다면 그것이 정치보복이고 그 순간이 정치보복이 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인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순간 이 수사는 한풀이 보복수사 굴레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자유한국당은 노무현 정부의 640만 달러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공세를 펴고 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분노' 입장 발표에 대해 당 차원의 논평을 통해 "청와대가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DJ,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공평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라며 "DJ 정부의 국정원 특활비,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특활비, 권양숙 여사의 640만불에 대해서는 왜 한마디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