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부터 정치보복 의식한 자기관리 때문일까, 하루만에 숨고르기 국면 돌입
  • 현 정권과 전전 정부 간의 전면전 조짐이 하루 만에 숨고르기 양상에 접어들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례식장에서 조우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현 정권과 전전 정부 간의 전면전 조짐이 하루 만에 숨고르기 양상에 접어들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례식장에서 조우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분노" 표출로 야기됐던 현 정권과 전전 정부 간의 전면전 조짐이 하루 만에 일단 '숨고르기' 국면에 돌입한 양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반응 직후, 측근들에게 "아무 반응도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린(逆鱗)을 건드렸다"고도 표현되는 '살아있는 권력'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전전 대통령의 태연자약한 모습에, 발끈했던 현 정권만 체면을 상하는 모양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제왕적 권력'의 분노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차분히 "일절 무대응"을 지시할 정도로 의연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명박정부 5년 간의 특수한 환경에 기인한 "철저한 자기관리"가 당당함의 배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앞서 조해진 전 의원은 지난 15일 평화방송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켜본 분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씀들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철저하게 관리를 해왔다"며 "나중에도 문제될 소지를 전혀 남기지 않기 위해 철저히 자기관리를 한 게 이명박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왜 이렇게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해야만 했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른 '실패한 대통령'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정치권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여당의 차기 대권주자를 자신에게 적대적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꿰차놓은 상황"이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중 누가 당선돼도 '정권교체'나 마찬가지라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정부도 집권 초창기에 여당 장악을 시도해본 적이 있었다. 취임하자마자 치러진 2008년 4·9 총선에서 친박(친박근혜)계를 대거 낙천시켜 '미래권력'의 제거를 시도해봤으나, 참담하게 실패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실상 여당을 장악해 세종 남천(南遷) 저지 등 이명박정부의 역점정책에서 대립각을 이뤘다. 야당은 물론 여당의 미래권력조차 정권교체 이후 정치보복에 나설 게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권 5년은 그 어느 정권보다 법적인 문제에 있어서 자기관리가 철저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 같은 '보수정권'인데도 전 정부를 향한 혹독한 감사·조사·수사에 착수했으나 아무 것도 나온 것이 없었다.

    조해진 전 의원은 "지금 정부뿐 아니라 이전 박근혜 전 정권 때도 취임하자마자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의 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에 비리가 있지 않을까 의심하고 달려들어서 감사원을 통해서 세 번씩이나 감사하고, 총리실에서도 조사위원회 만들어서 또 조사하고, 검찰에 넘겨서 샅샅이 뒤졌지만 나온 게 전혀 없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쪽에서 거의 먼지털다시피 털었는데 안 나왔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철저한 자기관리에 더해, 이른바 '삼성동 파일'이라고 일컬어지는 노무현정권 시절의 특수활동비 의혹 관련 파일을 신변보장 차원에서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도 당당할 수 있는 배경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해진 전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상식적으로 보면 시장·군수만 하더라도 새로 취임했을 때, 마음만 먹으면 직전 시장·군수가 뭘 했는지에 대해서 다 알 수가 있다"며 "그런 차원의 상식에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여운을 남겼다.